무더운 여름이 시작됐습니다. 더위 때문일까요? 유독 몸이 쉽게 피로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럴 때 음악과 함께 시간을 보내 보는 건 어떨까요? 어둠이 내려앉은 새벽, 강렬한 햇빛이 내리쬐는 오후를 거쳐 더운 바람이 솔솔 부는 밤까지. 하루의 시작과 끝을 채워줄, 주목해 볼 신보 3곡을 소개합니다.
하루의 시작
김새녘 ‘FlOOR FLOWER’
나른하고 몽롱한 기타 사운드가 찬찬히 멜로디를 읊습니다. 얼마 전 발매된 뮤지션 김새녘의 첫 번째 EP [새빛깔]의 수록곡인 이 곡은 미드템포에 뭉근히 끓어오르는 감정들을 전하는데요. 강하게 밀어붙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관조하지도 않는 선율의 ‘밀당’이 참 매력적입니다.
어두운 새볔의 그림자가 걷히고 찬찬히 새 아침의 태양이 떠오를 때. 그 하루의 시작을 이 곡과 함께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신인 뮤지션으로서 무언가를 보여주겠다는 욕심보단 내 안의 말을 꺼내놓는 단정한 어투 속에 너울너울 그의 음악이 다가옵니다. 무기력이 아닌 모종의 멜랑꼴리한 서사를 품은 김새녘의 기타 연주는 덤입니다. 꿈같은 하루를 시작해보세요.
나른한 오후
잭킹콩 ‘Hiking’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트럼펫 소리가 노래의 문을 열고, 이후 나긋한 멜로디가 울려 퍼집니다. 따스하게 포개지는 피아노, 베이스, 보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세요. 그들의 노래가 오후의 나른함을 탈탈 털어주고 달아나는 듯합니다.
1990년대 초, 중반 비슷한 나이대의 멤버들이 함께 뭉쳐 결성한 잭킹콩은 2018년 데뷔 이후, 2장의 EP와 1장의 정규 음반을 발매하며 활발히 활동 중입니다. 소개한 곡은 올해 5월 공개된 새싱글이고요. 저는 이들이 재즈의 여유로움과 팝의 익숙함 사이 무게중심을 잘 잡는 밴드라고 생각합니다. 치우치지 않아 편안하고 핵심을 놓치지 않아 선명하다고나 할까요? 이들과 함께라면 그 어디든 맑고 밝은 축제의 현장이 됩니다.
경쾌한 저녁
한정인 ‘Wallflower’
2011년부터 코스모스 슈퍼스타란 이름으로 활동하던 그가 얼마 전 정규 1집 발매와 함께 본명인 ‘한정인’으로 돌아왔습니다. 활동명이 아닌 자신의 실제 이름을 내걸었기 때문일까요? 늘 정확한 발음과 깨끗한 목소리로 자신의 것을 대중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던 그의 음악이 한층 더 또렷하게 항해하는 것만 같습니다.
앞서 소개한 풀랭스의 타이틀인 ‘Wallflower’는 뜨거운 여름날, 운동장 한가운데서 시원하게 터지는 분수처럼 신나는 곡입니다. 뽕뽕거리는 신시사이저가 에너지와 한편의 레트로한 질감을 만들고 거침없이 팔, 다리를 휘저으며 춤을 추는 뮤직비디오 속 캐릭터는 어두운 밤 불 끄기를 거부한 채 영업하는 클럽의 생기를 닮아있습니다. 이 노래와 함께라면 낮 동안 달궈진 뜨거운 공기가 제아무리 앞길을 막아도 밤새워 춤출 수 있습니다.
제가 소개한 3개의 곡이 마음이 드셨길 바랍니다. 선곡 의도에 맞춰 새벽녘, 나른한 오후, 가게의 불이 하나둘씩 꺼져가는 늦은 밤 각각의 음악을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음악. 이 음악과 함께 여러분의 하루가 더욱더 특별해지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