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하듯 늘고 있는 웹툰과 웹소설 이용자에 힘입어 웹툰과 웹소설 시장은 급속한 발전을 거듭하는 중이다. 웹소설의 경우 연 6천억 원, 웹툰의 경우 1조가 넘는 매출 규모를 일으키는 시장이 되었다. 그러나 얼마 전 웹툰을 비롯한 웹소설 작가들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 사이에서 발생한 정산 이슈와 분쟁이 온라인 상에서 화두가 된 적 있었다. 분쟁의 골자는 결국 거대 플랫폼과 작가들 사이에 만연했던 불공정 계약이었다. 급속한 성장 이면에서 수익과 정산을 둘러싼 잡음과 분쟁이 이어져왔고, 이것이 카카오엔터와 작가들 간의 불공정 계약 갈등으로 표면화되었다.
웹소설이나 웹툰, 그리고 종이책에까지 그 대상을 확장했을 때에도 작품을 둘러싼 수익구조와 매출에 대해 (흥행 작품을 출간 및 연재하고 있는 소수의 작가들을 제외하면) 작가들은 언제나 약자의 편에 존재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 글에서는 웹툰과 웹소설 작품의 정산 시스템을 두고 발생한 이번 갈등을 통해, 콘텐츠 산업의 급속한 발전 속에서 그 생태계는 과연 어떤 구조로 짜여있는지, 그리고 이번 사태에서 촉발된 갈등의 배경과 함께 성장하는 콘텐츠 산업 이면에 존재하는 작가들의 현재를 조명해보고자 한다.
갈등의 서막
앞서 ‘웹소설도 문학일까’에 기술한 바와 같이, 해마다 몇 배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웹소설 시장은 2020년 기준 6천억 원 규모의 시장이 되었다. 웹툰의 경우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그 대중적 요소와 함께 1조 원이 넘는 대규모 시장으로 확장되고 있을 뿐 아니라 K-웹툰이라는 거대한 흐름과 함께 해외 시장에서도 우위를 점하며 글로벌 콘텐츠로 발돋움하고 있는 중이다. 국경의 경계가 없는 대중적 요소를 무기로 국내에 한정되지 않고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는 판로가 확보되었기 때문에 향후에도 그 성장성은 무궁무진하리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그러나 이 같은 성장의 수혜가 작가들 모두에게 돌아가는 건 아닐뿐더러 하나의 작품이 주목받기까지의 여정 역시 험난하기 그지없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웹소설과 웹툰 시장 내에서의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 기인한다. 웹툰과 웹소설을 이용하는 소비자 이용률을 보면 약 80%가 대표적인 3사의 플랫폼으로 쏠려있다. 그마저도 3위부터 5위까지의 점유율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사실상 카카오와 네이버 양강 체제라고 보는 게 정설이다. 덕분에 주요 작품들의 수급이 이 두 플랫폼으로 쏠리는 현상이 한동안 지속되어왔다. 이러한 구조적인 쏠림 현상이 결국 한정된 플랫폼 내에서 작품들 간의 높은 경쟁으로 이어지게 되었으며, 이는 작품을 공급하는 작가들에게 안정된 수입과 거리가 멀어지게 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국내 웹툰 작가의 절반은 1년 연간 총수입이 3,000만 원 미만(2020 웹툰 작가 실태조사, 콘텐츠진흥원)에 그친다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한다.
물론 승자가 독식하는 구조는 다른 산업에서도 보이는 일반적인 모델이기도 할뿐더러, 특정 소수의 수익이 시장의 공급자 나머지를 압도하는 정도라는 건 새삼스러울 일은 아니다. 2018년 기준 네이버 웹소설 정식 연재 작가 중 26명이 연간 1억 원 이상 벌었다는 점에서 보면 상위 일부의 수입은 나머지 모두에게 선망의 대상이 될만하다. 타 플랫폼에도 소설을 제공하거나, N차 창작물의 원작이 될 경우 그 수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에서 승자의 반열은 충분히 매력적인 위치가 분명하다. 그러나 문제는 웹툰과 웹소설 시장이 타 산업에 비해서도 극단적인 승자독식 구조라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극소수의 경우 억대 연봉을 자랑하지만, 반대로 같은 산업 내의 누군가는 최저임금도 건지지 못한다는 사실은 분명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지난 1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플랫폼 노동 종사자 인권 상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웹소설 작가들은 하루 평균 9.8시간 일하고, 월 180만 원가량의 수익을 올린다. 이 180만 원이라는 숫자에서 표지 비용을 비롯한 여타의 비용을 제외하면 수익은 더 낮아진다. 법정근로시간인 8시간을 훌쩍 넘기는데도 최저임금을 못 번다는 사실은 현재 산업에서의 불균형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시장에 공급되는 작품이 너무 많다는 것. 국내 웹소설 작가는 약 20만 명으로 추산된다. 실제 작품으로 돈을 버는 작가들과 지망생들을 합한 숫자라는 사실에서 그 치열한 경쟁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뿐더러, 그 치열한 경쟁에서 중요한 요소와 역할을 가늠해볼 수 있다. 바로 작품이 노출되는 플랫폼이 그것이다. 불공정한 계약과 관행이 이어질 수 있었던 토대는 이렇게 마련된 셈이다.
경쟁과 관행이라는 명목 아래 요구되는
불공정한 정산 구조
지난 10월, 웹소설 작가들로부터 터져 나온 외침과도 같은 ‘불공정한 관행’의 요는 간단하다. 여러 난관을 극복하고 플랫폼을 통해 작품이 노출이 되는 기회를 잡았다 하더라도 작가들에게 돌아오는 수익과 보상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작가들은 그 미미한 보상의 배경엔 플랫폼으로부터 수취당하는 수수료를 지목했다. 웹툰과 웹소설 콘텐츠에 대해 구글에서도 애플과 같이 인앱 결제 수수료를 강제할 것이라는 이슈와 함께, 안 그래도 비좁은 수익구조에 허덕이던 작가들이 함께 연대하며 목소리를 높이게 된 건 더 이상 물러날 곳 없는 그들의 입장을 대변한다.
이 같은 작가들의 문제 제기에 대해 2021년 10월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 출석한 카카오엔터 이진수 대표는 ‘카카오엔터가 작가들로부터 수취하는 수수료에 ‘iOS의 경우 인앱 결제 강제화 이후 표준계약 기준으로 애플이 수수료 30%를 떼 가고, 카카오엔터 쪽에서 10%를 가져가는 정도이며 안드로이드는 5~6% 결제 수수료를 제외하고 25% 정도를 가져가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결국 실제 작가들에게 돌아가는 정산율은 지난 7년간 평균 66%였으며 올해는 70%가 넘는다는 사실이 그 근거였다.
카카오에서 주장하는 대로 작품당 플랫폼들이 수취하는 수수료율은 전체 매출의 30%를 기본으로 한다. 나머지 70%에 대해 작가와 CP사(Contents Provider)가 7대 3으로 나누는 만큼 작가의 손에 남는 건 작품에서 발생한 매출의 49%인 셈이다. 이 정산율이 최저 조건이라면 그나마 논란의 여지가 적었을 수 있지만 문제는 이 정산율이 작가가 정산받을 수 있는 거의 최대 요율이라는 점이다. 이번 웹소설 작가들의 반발을 불러온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경우 MG(Minimum Guarantee)라고 하여 종이책의 선인세 해당하는 비용을 지급하는 작품들에 45%의 수수료율을 요구해왔다. 나머지 55%를 CP사와 작가가 나눈다고 하면 작가에게 돌아가는 정산율은 30% 남짓으로까지 떨어진다. MG 역시 허울 좋은 명분일 뿐 결국 작가들이 지급받을 수익을 미리 선정산하는 것에 지나지 않기에 작가들의 실익과는 그리 큰 요소가 아니다. 물론 MG 제안을 애당초 수락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플랫폼에서 제안하는 MG를 거부하면서 받을 수 있는 노출 상의 불이익을 작가 개인이 감내하기란 쉽지 않다는 게 정설이다. 게다가 카카오에서 주요한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내세우고 있는 기다무(기다리면 무료) 프로모션의 경우, 카카오가 투자한 CP사들에겐 한 달 안으로 제공하는 반면 비투자 CP사에는 심사 기간만 최소 6개월이 걸리는 등 차별 대우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무료로 풀리는 콘텐츠의 경우 작가들에게 정산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프로모션에 따르는 마케팅 비용을 작가들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내 작품의 판매량을 알 길 없는
시스템적 모순
작가들이 자신들의 작품 판매량을 알 수 없는 시스템적 모순 또한 문제다. 여타의 산업 모든 영역에서 클릭 한 번에 구매와 배송, 정산까지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지금, 플랫폼에 내걸리는 작품의 판매량을 작가 본인이 알 수 없다는 건 아이러니가 아닐까. 적어도 기술적인 한계로 인함이 아니라는 건 우리 모두 유추할 수 있다. 물론 CP사에게는 이미 공개가 되고 있었다고는 하나 정작 콘텐츠를 생산하는 작가가 조회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건 이 산업에서 작가를 어떤 시각으로 보는지를 극명히 드러낸다. 웹툰과 웹소설에 앞서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일반 도서 시장에서도 이는 ‘관행’이라는 미명으로 숱한 이견에도 변화의 바람을 피해왔다는 점에서 얼마 전 한 작가가 출판사에 제기한 소송은 그래서 눈여겨볼만하다.
작가들과의 상생안을 발표한 카카오
작가들의 이 같은 문제 제기에 대해 카카오엔터는 작가들의 불만을 불식할 수 있는 ‘작가들과의 상생안’을 빠르게 발표한 바 있다. 상생안의 주요 골자는 MG를 지급하는 작품의 경우 프로모션에 소요되는 이벤트 캐시의 정산분을 최소 5% 보장하는 방안과 함께 ‘기다무’를 요청하는 작품들의 확대와 빠른 대응, 그리고 작가들이 직접 정산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정산 시스템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벤트의 수혜를 받지 못하는 콘텐츠 제공자도 최소 60%의 수익 분배를 보장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고 카카오엔터는 발표했다. 이밖에도 신진 작가층을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약속하며 논란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작가와 콘텐츠 제작 노동자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
물론 웹소설과 웹툰 산업의 규모를 지금의 위치에까지 성장시킨 플랫폼의 공로 또한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이견의 여지는 있지만 플랫폼들의 다양한 마케팅적 노력과 방법을 통해 이용자들을 시장 안으로 불러모았고, 이들의 소비를 촉진시킴으로써 시장이 성장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플랫폼의 기여도는 결코 작지 않다. 때문에 기업의 운영과 관리에 투여되는 비용과 그 가치 역시 명확히 책정되어야 한다.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고 해외에까지 K-콘텐츠의 영향력을 확장시킨 것 역시 향후 지속 가능한 국내 창작자 생태계를 감안하면 긍정적으로 평가받아 마땅하다. 또한 성장하는 산업에서 잡음은 때론 필연적일 때가 있다. 아직 서로 간에 생각하는 기준점이 모호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들이 있다. 플랫폼 사의 경우 그간 폭발적 성장을 만들어온 공로와 성과와는 별개로 앞으로 산업에서 함께 협력해야 할 작가들과의 새로운 파트너십이 필요할 때다. 이번 카카오엔터의 발 빠른 대처 역시 그래서 박수받아 마땅하다. 관건은 앞으로도 작가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상생안’의 지속과 꾸준한 노력이 될 것이다.
『90년생이 온다』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 이는 웹소설과 웹툰만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근래 들어 성장한 산업에 앞서 수십 년 넘게 공고히 쌓여온 종이책 산업에서조차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적이 없다는 사실이야말로 가장 뼈아픈 문제가 아닐까. 발 빠르게 상생안을 발표한 카카오엔터와 달리 도서시장에서 작가들이 판매량에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은 현재까지도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웹툰과 웹소설 플랫폼의 발 빠른 대응과 비견되는 아쉬운 지점이기도 하다.
회사를 위해 일하는 단순 노동자에게 회사의 대소사 모두를 공유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함께 상생하고 협력해야 할 작가들에게 그들의 권리와 이익에 대한 모든 건 공유되어야 한다는 데 이견을 제기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묻고 싶다. 작가들을 어떤 존재로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작가들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인지. 혹은, 콘텐츠 노동자들이 지나친 요구를 하는 것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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