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공상을 돕는
초현실주의 사진가들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초현실 세계를 포착한 사진가 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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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는 실재를 포착합니다. 그래서 사진은 현실의 방증이라고도 말하는데요. 우리의 눈 앞에 있는 장면 그대로를 반영하는 예술 매체이기 때문에 세밀하게 묘사된 정밀화와는 다른 차원의 현실감을 전달합니다. 사진이란 매체의 가장 주요한 특성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사진은 곧 현실이다’는 공식과도 같은 명제를 교묘하게 이용한 사진작가가 있습니다. 그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현실을 벗어난 초현실을 사진으로 다루는데요. 그런 사진은 매체의 특성과 장르의 특성이 부딪혀 이색적인 효과를 자아냅니다.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사진작가 4명의 작품 세계를 소개합니다.


안드레아스 거스키

이미지 출처: fondationlouisvuitton

독일 태생의 사진작가 안드레아스 거스키(Andreas Gursky)는 인류와 문명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은 대규모 작품들을 선보여온 현대사진의 거장입니다. 사진의 확장적 가능성을 다방면으로 실험해 온 작가는 촬영한 이미지들을 조합해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요. 한때 가장 비싼 사진으로 기록되었던 “99 cent”를 촬영한 사진작가로 유명하죠. 그의 작품은 공장이나 아파트와 같이 현대 문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를 포착해 거대한 사회 속 개인의 존재에 대해 숙고하게 합니다.

안드레아스 거스키, “Amazon”, 2016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위치한 아마존 물류센터를 촬영한 이 작품은 선반에 빼곡히 들어찬 상품들을 모두 식별할 수 있을 정도의 디테일과 압도적인 크기가 인상적입니다. 작가는 공간을 인식하는 방식의 변화와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감소된 ‘시지각’의 역할을 보여주기 위해 각각의 선반을 따로 찍은 후 디지털로 합성하는 방식을 사용했는데요. 이렇게 드러난 이미지는 소비 지상주의의 핵심과 자본주의의 폐혜를 암시적으로 드러냅니다.

안드레아스 거스키, “Rhein Ⅲ”, 2018

2018년작 “Rhein Ⅲ”은 거스키의 유명한 1999년작 “Rhein Ⅱ”의 연장선상에 위치한 작품입니다. 두 사진 모두 여름에 촬영했으며 배경과 구성은 사실상 거의 동일한데요. 생기 있는 분위기가 극적으로 바뀐 “Rhein Ⅲ”에서는 잿빛의 황량한 풍경이 펼쳐져 있습니다. 2018년의 가뭄으로 강 수위가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고 동식물이 살기에 가혹한 환경이 된 사실을 반영한 디스토피아적인 이 작품은 기후변화에 대한 최근 논의를 함축적으로 보여줍니다.


마일즈 알드리지

이미지 출처: Art Zealous

마일즈 알드리지(Miles Aldridge)는 강렬한 원색으로 압도적인 색감을 자아내는 사진작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작가는 배경, 인물, 조명과 소품 등으로 연출된 장면을 촬영하는 스테이지드 사진(staged Photography) 작업을 주로 해 오고 있는데요. 그의 작품 속 정교하게 연출된 초현실적 미장센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독특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60~70년대 흑백 영화부터 팝 문화 등 여러 미술 사조에서 영향을 받고, 알프레드 히치콕, 스탠리 큐브릭, 데이빗 린치 등 세계적인 영화감독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작가답지요. “위대한 허구 작품이 취재 기사보다 더 진실하다”라고 말한 그는 다층적인 생각과 감정을 감상자에게 전달합니다.

마일즈 알드리지, “Actress #6”, 2012

영화에서는 인공적인 환경에서 인공적인 감정이 표출됩니다. 허구인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현실의 뉴스보다도 큰 울림으로 전해지는 걸 생각해볼 때, 허구가 현실을 더 잘 전달한다고 믿는 마일즈 알드리지. 작가는 이러한 점을 이미지를 통해 전달하고자 합니다.

마일즈 알드리지, “Like a Painting #1”, 2005

마일즈 알드리지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시리즈입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릴리 콜 등의 모델과 배우 메이지 윌리엄스(왕좌의 게임)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 명화에서 걸어 나온 듯한 인물과 반짝이는 장신구로 치장한 여신까지, 컬러풀한 배경과 화려한 소품들로 몽환적인 느낌을 자아내면서 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 세계를 만들어냈습니다.


알렉스 프레거

이미지 출처: Alex Prager Studio

대중문화와 영화산업의 본거지인 로스앤젤레스에서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그에 많은 영향을 받은 알렉스 프레거는 작업에 미장센 기법을 적극 활용하고, 작품 전반에 내재된 미국적인 감성과 일상적 이미지를 통해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모호하고 신비로운 경험을 선사합니다. 작품 속 섬세한 인물의 연기와 미스터리한 화면 구성, 그에 반하는 화려한 색감은 장편 영화에서 복선의 한 장면처럼 팽팽한 긴장감과 복합적인 감정선을 그리며 그 순간의 현장과 현실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회화의 시각 요소와 스토리텔링 그리고 순간을 포착하는 사진의 요소를 접목한 그의 스타일은 작품 속 인물의 시선과 감상자의 시선을 교차시킴으로써 작품과 관람객을 연결해 관람객이 각자 다른 해석과 엔딩을 맞이하게 합니다.

알렉스 프레거, “Susie and Friends”, 2008

알렉스 프레거는 어떠한 상황을 직접 겪으며 느낀 감정의 변화와 자신의 페르소나를 작품 속 여성 캐릭터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과거 로스앤젤레스에서 접했던 미디어 및 대중문화에서 접한 이미지와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소품의 배치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한 편의 영화와 같은 내러티브로 구성합니다. 이 배우들은 우리 삶에서 특정한 순간을 연기하며, 작가가 세심하게 연출한 등장인물의 과장된 의상과 화려한 메이크업은 익숙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알렉스 프레거, “Pomona”, 2021

작가는 군중 속에서 집단과 개인이 느끼는 감정과 심리적 변화를 담고 있습니다. 알렉스 프레거는 수백 명의 배우를 섭외하고 세트를 설치해 섬세한 감정을 묘사하고자 하는데요. 공중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촬영된 이 작품은 보는 이를 감시자의 입장으로 만들고 최적의 시점에서 사람들을 관찰할 수 있게 의도했습니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군중을 이루고 있지만, 서로를 응시하지 않은 채 단절된 듯 보이며 일상복이 아닌 무대 의상 같은 옷차림과 인위적인 표정을 하고 있죠. 이러한 그녀의 연출은 보는 이에게 작품 안의 미묘한 상황과 등장인물들이 가진 각자의 다양한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듭니다.


에릭 요한슨

이미지 출처: 예술의전당 공식 웹사이트

스웨덴을 대표하는 초현실주의 사진작가 에릭 요한슨의 작품은 단순한 디지털 기반의 합성 사진이 아닙니다. 작품의 모든 요소를 직접 촬영하여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세계를 사진 속에서 가능한 세계로 구현해 냅니다. 현실과 비현실, 실재와 허구, 가상과 상상을 자유롭게 왕래하며 마치 한 장면의 동화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죠. 그의 창의적인 스토리 구성과 표현의 세심함, 특히 포토샵을 이용한 이미지 조작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현실적인 사진’이라는 역설로 우리의 삶과 현실을 다시 보게 만들고, 세상을 다른 관점으로 관찰할 수 있게 합니다.

에릭 요한슨, “Cumulus & Thunder”, 2017

사진은 찰나의 순간을 놓치게 되면 다시는 똑같은 장면을 촬영할 수 없습니다. 현실에 기반한 매체의 한계입니다. 시공간에 대한 제약이 많고, 어느정도 운도 따라야해서 외부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죠. 그러나 에릭 요한슨의 사진은 일반적인 사진 작업 과정과 조금 다릅니다. 상상 속 아이디어를 실체화시키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쉽게 말해서 이미 완성된 이미지를 현실에서 찾거나 각각의 이미지 소스를 직접 만들기 때문에 사진을 제작한다는 표현이 적합해 보입니다.

에릭 요한슨, “head in the clouds”, 2022

사진 촬영 과정은 사전에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실제 촬영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여러 장의 사진을 합성하고 하나의 장면처럼 디테일을 연결하는 과정에 많은 시간을 소요하며, 이 과정이 전체 프로세스의 약 80%를 차지한다고 하네요. 약 150개 이상의 레이어가 사용되며 6개월 정도 걸린다고 하니 그 노력과 시간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이렇게 완성된 사진은 1년에 8개 내외로 에릭 요한슨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합니다.


우리는 현실에 살고 있습니다. 현실에서의 꿈과 상상은 비현실적인 이야기라고 치부되기도 하죠. 비현실은 재현할 수 없는 불가능의 세계입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한 4명의 사진작가는 각자의 시선으로 직접 카메라를 통해 우리가 비현실이라 여겼던 세계를 보여줍니다. 아름답고 영화적이며 찬란한 초현실의 세계, 무궁무진한 가능의 세계를 말이죠. 그들의 시선이 더 궁금하신가요? 최근 국내에서 전시를 진행했거나 진행 중인 작가들이니, 크게 프린트 된 작품 실물을 직접 찾아보셔도 좋겠습니다.


강성엽

강성엽

아직은 한창이란 생각으로 경험에 망설임이 없습니다.
성패와 상관없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글과 사진으로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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