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시나요”라는 청중의 질문에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말을 쓰질 않아요”라고 답한 뉴요커 70대 할머니, 프랜 리보위츠를 아시는지요. 그만을 두고 무려 7부작으로 관찰하는 넷플릭스 시리즈 <도시인처럼>이 있습니다. 영화계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가 연출을 맡은 <도시인처럼>은 수많은 프로불편러들에게 위로를 주는데요. 과연 그 주인공인 프랜 리보위츠는 무엇을 상징하는 인물일까요?
프랜 리보위츠는 누구인가
부스스한 곱슬 머리의 까칠한 할머니, 70대라는 것치고는 지나치게 빳빳한 기와 독특한 스타일까지. 뉴욕에 산다는 특성을 잘 반영한 그는 ‘프랜 리보위츠’입니다. 그를 수식하는 단어로는 70대, 여성, 레즈비언, 뉴요커, 수필가이자 비평가, 휴머니스 등 몇 가지로 추리기가 어려운 복잡한 캐릭터입니다. 공식적인 직업은 작가이자 연사이며 가끔 배우라고 하는데요. 언젠가는 돈이 없어서 허리띠를 팔기도 하고 청소부를 하기도 하고 택시 기사도 했었다고 합니다.
뉴욕에 사는 70대 꼰대 할머니가
이토록 매력적인 이유
1) 꼰대가 된다면 저런 꼰대가 되리라
MZ세대도 이제 사회생활 6~7년차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MZ세대도 점점 ‘꼰대력’이 상승하고 있죠. 이럴 때 필요한 것이 꼰대의 적절한 모델입니다. 프랜 리보위츠는 분명 꼰대이고 보기에 마음 한켠이 불편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매력적입니다. 그 경계가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지만, 미운 꼰대는 아닌 것이죠. 그는 매사에 비판적이고 짜증이 섞여 있습니다. 순순히 받아들이거나 이해하는 법이 없죠. 그가 유일하게 다른 꼰대들과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모두 공감하는 부분에 대해 짜증을 내고 위트와 유머로 무장한 비판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불평을 들으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웃음이 납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를 ‘날카롭고 정확하면서도 재미있는 늙은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를 잘 대변하는 짧은 대화를 공유합니다. 질문의 답을 얻지도 못했고 상당히 까칠한 답변이지만 심각하게 공감되고 기분 나쁘지 않습니다.
“은밀한 취미(길티 플레저)가 있나요?”
“그런 거 없어요. 죄책감(길티) 없이 당당하게 즐기거든요. 왜 죄책감이랑 연결 짓는지 이해가 안 돼요. 물론 그 취미가 살인이라면 얘기가 다르죠. (…) 즐거움을 얻는 행동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요즘 세상엔 사람 죽이고도 죄책감 없는 이들도 많고 국경에서 어린이들을 철창 안에 가두고도 아무렇지 않아 하죠. 그런 사람들도 멀쩡한데 제가 왜 죄책감을 느껴야 하죠? 특히 나이를 먹어가면서 즐거움이 뭔지 생각해보면 그게 뭐든 상관없이 즐겁다면 그냥 하면 돼요. 그냥 하면 됩니다.”
_ 프랜 리보위츠
2) 7부작으로도 모자란 그의 입담
넷플릭스 시리즈 <도시인처럼>은 마틴 스콜세지가 프랜 리보위츠와 나눈 대화를 7개의 에피소드로 묶은 다큐멘터리입니다. 2010년에 <Public Speaking>이란 작품으로 둘은 호흡은 맞춘 적이 있죠. 마틴 스콜세지가 질문을 던지고 프랜 리보위츠가 답하고 그를 들은 마틴 스콜세지는 배꼽을 잡고 웃습니다. 아마도 그는 정말 매력적으로 웃긴 사람인 것 입니다. 마틴은 그의 이런 매력에 반하지 않았을까요? 누구나 느끼지만 단 한번도 언어화하지 않았던 것을 프랜은 손쉽게 표현합니다. 그 언어들이 대중들의 속을 뚫고 사이다로 느껴지죠.
앞서 언급했듯, 그녀는 7부작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만큼 입체적인 인물입니다. 다양한 직업을 가지기도 했고 너무나 많은 경험이 느껴지는 사람입니다. 그를 다각도로 비추기위해서는 7부작으로도 모자랄 것 같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있자면, 그 끝이 없거든요.
“건강 관리가 대체 뭐죠? 건강의 사족이에요. 건강 관리는 제가 보기엔 욕심 관리예요. 아프지 않은 거로는 부족해서 꼭 건강해야 해요. 이건 돈으로 살 수 있어요. 요즘 말하는 건강 관리요. 돈으로 하는 거잖아요. 특별 건강식이니 뭐니 그런 것도 많고요 각종 씨앗류랑 차 같은 거요. 그런 관리로 얻어지는 것들을 저는 갖고 싶지 않아요. 사양할게요.”
“명상이 요가의 일부인 건 알아요. 현재 뉴욕 시민의 3분의 1이 요가 매트를 들고 다녀요. 그것만으로도 전 요가가 싫어요. 그 하나만으로요. 돌돌 만 매트를 들고 돌아다닌다니 대체 뉴욕 패션이 어쩌다 이런 지경이 됐죠? 매트 들고 다니는 사람들 보기 싫어요.”
“늙어서 좋은 점은 별로 없지만 하나 있긴 있어요. 2050년이면 물이 고갈된다는 기사를 보고 처음엔 ‘세상에!’하다가 ‘2050년? 난 어차피 죽잖아’가 되거든요 남들이 알아서 걱정하겠죠.”
_ 프랜 리보위츠
여러분들의 불편함이 아름다울 수 있다면
사회에 반항적이고 매사에 까칠한 사람. 그런 사람들은 특히 한국 사회에서 미움받기 쉽습니다. 독특한 개성은 우리 사회에서 미덕이 아니거든요. 어쩌면 뉴욕을 상징하는 프랜은 그러한 통념을 깨부수는 인물입니다. 처음에는 익숙치 않아 잠시 불편할지라도, 그의 말에 틀린 말은 전혀 없습니다. 그의 친한 친구로 있을 때 어떨지는 몰라도 적어도 지구 반대편에서 그를 잠시본 대중은 매혹되기에 충분했습니다.
70대 할머니가 MZ세대에게 열광받는 이유는 이러한 모습이 되고 싶어서라고 생각합니다. 추가 수당을 안주는 직장에서 야근없이 칼퇴를 한다고 손가락질 받는 상황에 맞서 싸우고 싶은 것이겠죠. 그것도 논리적이고 우아하게요. 아마도 우리의 불편함이 아름다울 수 있다면, 그것은 프랜 리보위츠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