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계 작은 혁명
프로젝트 팔로마울

브랜드라 불리는 것을 거부한
스페인의 패션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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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는 일관된 소비자 경험을 약속하는 하나의 명사가 됐습니다. 따라서 ‘브랜드’라는 집합으로 호명되는 순간, 일정 부분 언어의 규제가 생기 마련이지요. 만약 브랜드이길 거부한다면 어떤 형태가 될까요?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기반으로 다채로운 패션 컬렉션을 전개하는 ‘팔로마울(paloma wool)’은 자신들을 브랜드가 아닌 ‘프로젝트’라 명명하고 있습니다. ‘예술과 패션에 대한 실험’이라는 콘셉트 아래 패션, 예술, 온-오프라인 커뮤니티 영역에서 다양한 실험을 지속하고 있죠. 담대한 비전만큼이나 이들의 행보는 눈에 띄게 파격적이고, 광범위한 부분을 포괄합니다. 이들은 공식화된 룰을 따르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성공적으로 브랜드를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일까요?


규칙을 깨고 가치를 세우다

이미지 출처: 팔로마울

팔로마울은 창립자 팔로마 라나의 고유한 이야기에서 출발합니다. 라나는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패션 업계가 요구하는 규격과 사이클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나아가 아버지의 세일즈 기술과 어머니의 예술 감각을 가까운 거리에서 살필 수 있었고, 간접적으로 패션 업계를 학습하게 됩니다. 어린 라나는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패션 레이블을 꿈꾸게 되는데요. 대학을 졸업한 뒤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하나씩 선보이기 시작합니다. 디자이너이자 포토그래퍼였던 라나는 오랜 시간 예술과 패션의 융합에 대해 고민했고 규격화된 패션 시장에 반기를 들고 싶어 했죠.

2014년, 팔로마울 첫 번째 프로젝트에 해당하는 제품이 출시됩니다. 바로 팔로마 라나가 직접 촬영한 사진이 전면에 삽입된 스웨트 셔츠였죠. 흔히 패션 브랜드에서 매 시즌 다양한 아이템으로 구성된 컬렉션을 선보이는 것과는 완벽히 다른 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나의 스웨트 셔츠는 생각보다 많은 이들의 관심을 이끌어 냈고, 다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에 커다란 원동력이 됩니다. 추후 라나는 한 인터뷰에서 초반 팔로마울의 프로젝트를 상기하며 **‘패션 산업이 요구하는 규칙과 규정에서 프로젝트를 분리하기로 결정하고 나서야 레이블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 지 명확히 보였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패션 업계의 암묵적인 규칙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가치를 찾아 나서기 시작합니다.


아티스트와의 컬래버레이션

이미지 출처: 팔로마울

라나의 작품이 프로젝트의 시작이 되었듯, 팔로마울의 모든 컬렉션은 예술과의 접목이 두드러집니다. 예술적 가치를 은유하거나 때론 직접적으로 드러내며 컬렉션을 채워내지요. 이러한 특성에서 팔로마울이 추구하는 가치를 엿볼 수 있는데요. 라나는 팔로마울이 ‘다양한 예술 분야가 만나 어우러지는 창작 플랫폼’이 되길 바랐습니다. 팔로마울은 바르셀로나 로컬 아티스트와 꾸준히 협업을 이어갔으며, 모든 아티스트와의 컬래버레이션은 옷을 입는 행위로 귀결되게끔 설계했다고 합니다. 이들은 현재까지도 일러스트레이터 및 사진작가와 협력해 디자인을 완성하고, 커뮤니티와 도시에서 영감 받은 요소를 결합하는 등 독자적인 작품을 완성해 나가고 있습니다.

팔로마울이 이런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는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가치를 만들기 위함입니다. 사실 팔로마울은 패션 업계에서 요구하는 시즌제(S/S, F/W)를 충실하게 따르지는 않는 편인데요. 이는 매년 옷장에서 꺼내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겠다는 팔로마울의 신념이 넉넉히 배어 있는 선택입니다. 트렌드를 따르는 시즌제는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퇴색되는 반면, 팔로마울은 고유의 가치와 이야기가 깃든 조각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또, 이런 행보를 통해 팔로마 라나 본인이 속한 예술 커뮤니티에 든든한 지지를 보내고자 했죠. 공동체를 향한 지지와 연대는 팔로마울의 핵심 가치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함께 놀고, 춤추고, 실험하고, 촬영하고, 공연하고 있습니다. 본능을 따르고 하기로 한 일에 충실하는 것 외에는 아직 규칙이 없습니다.”_팔로마 라나


누구에게나 편안한 옷을 위하여

이미지 출처: 팔로마울

팔로마울은 누구나, 어디에서나 입을 수 있는 옷을 지향합니다. 이들은 제품을 입는 누구나 자신이 특별하고 아름답다고 느끼길, 편안하길 바라며 웃을 짓습니다. 특히 프로젝트 전반에 걸쳐 여성을 향한 든든한 연대의 메시지가 강렬하게 느껴지는데, 이는 팔로마울이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의류와 연계된 프로젝트 대부분의 사진과 동영상의 주체는 여성이며, 피부 컬러나 신체 사이즈를 다양하게 그리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팔로마울 캠페인 속 여성 중에는 전문 모델도 있지만 라나의 일반인 친구도 다수 속해 있는데요. 바로 이 지점에서 여성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고자 한 일련의 노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라나는 팔로마울 프로젝트가 여성들이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존중하면서,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영감의 도구가 되길 바랐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여성만이 사용해야 할 도구라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팔로마울은 성별의 분계선을 명확히 하지 않으려는 실험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선보인 컬렉션이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은 2021년 여성과 남성 모두를 모델로 한 젠더리스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이 역시 이분법적으로 나뉜 패션 카테고리에 반기를 드는 행보입니다.


팔로마울은 다릅니다. 어린 시절부터 패션 업계의 문법화된 공식을 체화한 팔로마 라나는 자신의 패션 레이블이 가져야 할 차별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지 않았을까요? 팔로마울은 팬데믹 기간에도 ‘팔로마울’스럽게 전진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를 초청한 ‘PW Live’ 무대를 만들고, 인스타그램에서 토요일 밤 하우스 댄스파티를 조직했으며, 친구 집에서 공식 캠페인용 사진을 촬영했습니다. 이들은 규칙을 없애는 대신 가치를 세웠습니다. 자신이 속한 예술 커뮤니티에 대한 지지와 무한한 사랑이라는 가치를 말이죠.


WEBSITE : 팔로마울

INSTAGRAM : @palomawool


현예진

현예진

비틀리고 왜곡된 것들에 마음을 기울입니다.
글로써 온기를 전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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