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를 넘어 기후 재앙으로. 환경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요즘, 도심이 주는 편리함 속에 갇힌 우리는 일상 속에서 자연의 발자취를 찾기 쉽지 않은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더구나 연일 보도되고 있는 환경 이슈는 물리적 거리감 때문에 무감해지기 쉽죠. 문제의 심각성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같은 행성에서 상생하고 있는 자연의 존재를 감각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 이번 데일리 큐레이션에서는 자연의 조각을 담은 다큐멘터리 작품 다섯 가지를 소개합니다.
인류를 지탱하는 힘
<우리의 지구>
지구 기후의 급격한 변화는 비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고 있을까요? 제작 기간 4년, 촬영을 위해 50개국을 거쳤으며, 600명이 넘는 스태프가 참여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우리의 지구>는 기후 변화가 모든 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담은 다큐멘터리입니다. 녹아내리는 그린란드와 북극곰의 삶, 열대 우림의 소실과 동시에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는 오랑우탄, 서식지 유실로 돌섬에 갇히자 자살을 선택하는 바다코끼리 등 자연의 경이로움 뒤 기후 재앙이 초래한 비극적인 현실을 조명합니다.
우리가 몰랐던 지구의 면모
<지구의 밤>
화려한 밤을 누리고 있는 건 인간만이 아닙니다. <지구의 밤>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빛이라곤 오로지 태양 빛을 반사한 달 뿐인 지구의 ‘밤’을 이야기합니다. 해당 다큐멘터리에서는 저조도, 초고감도, 열화상 카메라를 사용해 우리가 본 적 없던 지구의 밤을 선명하게 포착합니다. 특수 촬영 기법 덕분에 몰랐던 동물의 행동 패턴과 달의 주기에 따라 달라지는 동물들의 생존 방식 등 동물의 생애를 학습할 수 있죠. 어쩌면 그동안 우리는 너무 단편적인 지구의 모습만을 보고 있던 것은 아닐까요?
지구와 나의 교집합
<나의 문어 선생님>
어떤 이들에게는 동물과 교감할 특별한 기회가 주어지기도 합니다. <나의 문어 선생님>은 독립 영화감독 크레이그 포스터가 바다에서 만난 문어와 마법 같은 교감을 담은 다큐멘터리입니다. 영화 초반, 우울증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던 크레이그 포스터는 바다에서 조금 특별한 문어를 만나게 되는데요. 조개를 방패 삼아 인간을 경계하던 문어는 어느 순간 자신을 공격하지 않으리란 사실을 깨닫고 크레이그에게 다가가기 시작합니다. 크레이그가 만난 문어는 우리의 생각보다 전략적으로 사고하고, 인간과 교감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영화는 문어의 생애를 담으면서도, 더 나아가 인간 위주의 사고를 탈피할 수 있게끔 돕습니다.
무수한 바다 속에서
<미션 블루>
오늘날 바다는 인류의 무지로 인해 폐수가 버려지고, 태평양 한가운데 한국의 16배 크기의 쓰레기 섬이 만들어지는 등 파괴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해양 환경에 대한 무관심은 전 지구적 재앙을 야기하죠. 이런 문제적 세태를 비판하며 인류가 지켜야 할 바다의 자원을 말하는 <미션 블루>는 해양학자 실비아 얼(Sylvia A. Earle)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해당 다큐멘터리를 촬영한 2014년 당시 실비아의 나이는 79세로, 그녀는 일평생 해양 환경 보전을 위해 힘써왔습니다. 영화의 주제이자 실비아의 과업인 ‘미션 블루’는 육지 환경 보호구역 12%에 비해 바다 환경 보호구역 1% 미만인 사실을 통탄하며, 보호구역을 20% 이상으로 높일 것을 목표로 한 프로젝트입니다.
지구라는 유토피아
<지구우주선 1991>
인류는 오랜 세월 유토피아를 꿈꿔왔습니다. 지구의 자원을 소진하면서도, 유토피아에 대한 낭만적 공상은 지속하고 있죠. 심지어 1991년 미국 시카고에서는 지구를 꼭빼 닮은 유토피아를 건설하려는 실험이 벌어집니다. 실험의 이름은 ‘바이오스피어2’. 동식물과 대기가 모두 내제된 커다란 돔 안에 8명의 사람을 투입하고 2년 동안 생활하게끔 한 실험입니다. 바이오스피어1은 지구로, ‘두 번째 바이오스피어’라는 의미를 담고자 했다고 합니다. 바이오스피어2에서는 식량은 물론 신선한 공기까지 차단되므로 오직 자급자족과 순환 시스템에 의존해야만 합니다. 건설적인 미래를 꿈꾼 이들의 도약은 실험의 끝에서 지구 환경에 대한 성찰로 이어집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누리고 있는 것은 하나도 빠짐없이 유한합니다. 미처 살피지 못한 부분부터 조금씩 조각나고 있는 지구. 그 어느 때보다 일상에서의 실천이 필요한 때이며, 모든 작업에서 높은 환경 감수성이 필요한 때이기도 합니다. 당신은 유한한 지구에서, 유한한 인간으로서 어떤 일을 할 건가요?
“게임은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상황을 바꿀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이길 수 있어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많은 사람에게 널리 알리고 관심을 두도록 해야 합니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다시 정립해야 합니다.” _실비아 얼, 미션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