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Z 세대를 중심으로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을 소비에 반영하는 ‘가치소비’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동물복지를 우선하는 브랜드의 화장품인지, 환경 보호에 동참하는 기업인지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즉 이유있는 소비를 지향하는 세대가 등장한 셈인데요. 오늘은 그중에서도 친환경과 지속 가능성을 담은 대표적인 가치소비인 ‘크루얼티 프리(Cruelty Free)’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크루얼티 프리(Cruelty Free)란?
크루얼티 프리(Cruelty Free)는 ‘학대(Cruelty)가 없다(Free)’는 의미로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의미합니다. 주로 화장품이나 패션 업계에서 쓰이고 있는 단어로 동물복지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동물실험의 문제점
동물실험의 문제점으로는 비윤리적이면서 비효율적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실험에 사용되는 동물의 약 97%가 실험실에서 죽음을 맞이하는데, 전 세계에서 매년 1억 마리 이상의 동물이 실험에 이용된다고 하니 그 숫자가 어마 무시하죠. 또한 동물실험으로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된 의약품의 92%가 인간 임상 시험에서 실패한다고 하니 효율성도 많이 떨어진다는 고질적이 문제도 안고 있는 실정입니다.
대다수의 인증 마크에
토끼 이미지가 쓰이는 이유
대표적인 동물실험 중 하나인 드레이즈 테스트(Draize Test)는 화장품 안정성 평가를 위해 토끼의 목을 고정한 채 눈에 마스카라 등의 화장품을 넣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눈 깜빡임과 눈물이 적고 안구의 pH 농도가 사람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토끼를 실험체로 채택하게 되었는데요. 이 과정에서 토끼는 이물질을 씻어낼 눈물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되어 눈이 타들어가는 고통을 겪게 됩니다. 그러다 결국 몸부림치다 목뼈가 부러져 사망하게 되죠. 이처럼 잔인한 동물실험에서 토끼가 가장 많이 희생되었기에 크루얼티 프리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이미지로 토끼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비건 화장품과
크루얼티 프리 화장품의 차이
두 제품 모두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동물성 원료 및 동물 유래 원료의 함유 여부입니다. 꿀이나 우유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꿀이나 우유가 함유된 제품은 동물 실험을 하지 않으면서 채취한 원료이기 때문에 크루얼티 프리 제품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꿀과 우유 모두 동물에서 유래되었기 때문에 비건 화장품 기준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크루얼티 프리 인증 마크
1) Leaping Bunny
Leaping Bunny는 동물 보호 단체 마크 중에서는 가장 유명하며, 1996년 북미주를 대표하는 8개의 동물 보호 단체가 연합해 만든 The Coalition for Consumer Information on Cosmetics에 의해 탄생했습니다. 원료부터 생산 공정 전체에 걸쳐 동물 실험을 거치지 않았음을 인증하는 마크입니다.
2) PETA (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
PETA는 전 세계 2백만 명의 회원이 속한 미국의 국제 동물 보호 단체입니다. 동물이 가장 심하게, 그리고 오랫동안 고통을 겪는 분야인 동물 실험, 식품 산업, 의류 산업,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관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요. 이들은 동물 실험을 하지 않고 동물에게서 추출되지 않은 원료로 만들어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통해 인증을 수여하고 있습니다.
3) CCF(Choose Cruelty Free)
CCF는 호주의 동물실험 반대 단체로 크루얼티 프리 인증을 하는 세 단체 중 가장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어떤 제품 및 성분 중 어느 것에도 동물 실험을 안 하며, 공급 업체 또는 제삼자에 의해 동물 실험이 실행된 적이 없는 경우에만 인증이 부여됩니다.
[동물실험을 대체할 방안]
- 장기 칩(organ-on-chips): 인체 세포를 배양해 인체와 비슷한 구조를 가진 실리콘 칩을 만들어 독성실험을 하는 방식입니다. 안구칩, 신장칩, 자궁칩 등 여러 종류가 있으며 이를 통해 화학물질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 오가노이드(organoids): 체내 여러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줄기세포를 키워 인체 장기와 비슷한 세포 구조체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마이크로미터에서 밀리미터 정도로 작은 크기의 ‘미니 장기’를 만들어 전임상 단계의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동물실험의 찬반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동물실험이 없었다면 우리는 그동안 여러 약물과 백신을 얻지 못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가치소비를 추구하고 더 나아가 실천하고자 하는 사회적 움직임이 대두되고 있다는 것인데요. ‘크루얼티 프리’를 통해 동물 복지를 지향하고, 동물과 공존하려는 목소리가 사회에 더욱 크게 퍼져나가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