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현대문학의 거장 ‘아니 에르노’가 선정되었습니다. 스웨덴 한림원은 그가 언어, 계급, 젠더의 측면에서 불균형으로 가득한 삶을 다각도로 보여주며, 길고 험난한 과정을 통해 그만의 작품세계를 개척해왔다고 평가했죠. 에르노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 전부터 그의 책을 꾸준히 소개해온 출판사가 있습니다. 바로 ‘1984Books’인데요. 1984Books는 에르노의 작품을 중심으로 프랑스 문학의 매력을 알리고 있는 1인 출판사입니다. 오늘은 몇 가지 키워드로 1984Books를 만나보죠.
예술가가 만드는 책
1984Books는 예술가가 만든 출판사입니다. 신승엽 사진가가 홀로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고 널리 알려진 ‘아니 에르노 컬렉션’을 옮긴 신유진 번역가는 소설가입니다. 이미 눈치채셨을지 모르지만, 그들은 남매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모두 파리에서 대학을 다녔습니다. 각자 연극과 사진을 전공했고, 프랑스의 예술과 문학에 가까웠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한국에 프랑스의 문학을 소개해왔던 것인데요. 에르노의 책을 꾸준히 주목해왔던 이유도 이들이 사랑했던 작가가 에르노였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문학계의 주목받는 작가들
1984books는 프랑스의 여러 작가들을 꾸준하게 소개하고 있어요. 프랑스의 시인이자 에세이스트인 ‘크리스티앙 보뱅’, 프랑스를 대표하는 또 다른 현대문학가 ‘실비 제르맹’, 그리고 러시아에서 태어났지만 프랑스로 망명한 작가 ‘안드레이 마킨’ 등이 그 주인공입니다. 보뱅은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하고 맑은 문체로 프랑스인들에게 찬사와 사랑을 받는 작가라고 하는데요. 태어난 곳에서 벗어나지 않고 평생 글을 쓰며 문단, 출판계와 사교 활동을 하지 않는 고독한 작가이기도 하죠. 제르맹은 1985년 소설 <밤의 책>으로 데뷔하며 문학상을 휩쓸었고, 마킨은 세련되고 시적인 문체로 문학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갖췄습니다. 이들 모두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미 프랑스 문학계에서는 주목받고 있는 작가들로,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 받았습니다.
소장 가치가 있지만 부담 없는 책
1984Books의 책은 한눈에 봐도 이들이 펴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몇 가지 특징을 살펴볼까요? 일단, 판형이 작고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아요. 판형이 작은 이유는 신승엽 사진가가 들고 다니기 편한 책을 추구하기 때문이죠. 외국에서 주로 출간되는 작은 책에서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또 작게 만든다면 가격도 그만큼 줄어 독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어요. 다음은, 통일된 디자인인데요. 표지는 마치 차분한 색감의 벽에 사진이 걸려있는 듯합니다. 이렇게 디자인에 통일성을 주게 된 건 1984Books의 독자들이 책을 모으는 재미를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고 해요. 마지막으로, 이들의 책은 모두 사진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사진집을, 그다음은 사진과 소설을 동등하게 엮은 책을, 그리고 글이 먼저 있고 그에 어울리는 사진을 찾아 담은 책을 발행했는데요. 에르노의 책 또한 에르노가 사진을 찍고 그에 관한 쓴 글이거나 에르노의 어린 시절이 담겨 있는 앨범을 보며 쓴 글이죠.
1984Books의 책은 마치 그 자체로 하나의 컬렉션 같습니다. 신승엽 사진가는 “좋아하는 책을 좋아하는 스타일로 작업하는 것뿐”이라고 하죠. 그러나 이렇게 작업물이 쌓이니 1984Books의 정체성이 드러납니다. 앞으로 1984Books가 소개할 다른 책들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