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요리를 좋아하시는 편인가요? 매 끼니를 챙겨 먹는 일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번거로운 일입니다. 그렇기에 요리를 한다는 건 일상을 부지런히 가꾼다는 뜻이기도 하죠.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검색을 통해 원하는 레시피를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참신한 기획과 비주얼로 소장 욕구을 자극하는 요리책도 있습니다. 단순한 레시피 나열을 넘어 개성 있는 이미지와 함께 신선한 경험을 선사하는 아트북 5권을 소개합니다.
『All the Stuff We Cooked』
상큼한 자몽빛 표지의 『All the Stuff We Cooked』는 스페인의 인테리어 잡지 아파르타멘토(Apartamento)에서 출간한 요리책입니다. 코펜하겐의 셰프 프레데리크 빌레 브라헤(Frederik Bille Brahe)이 운영하는 유명 레스토랑 메뉴와 그가 가족을 위해 개발한 가정식 레시피 49개가 담겨 있죠. 조리 방법은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간단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마사나오 히라야마(Masanao Hirayama)의 유쾌한 일러스트와 스크랩북을 연상케 하는 빈티지한 흑백 내지는 따뜻하고 정감 있는 느낌을 자아내죠. 요리책은 화려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벗어난 자유로운 접근 방식이 매력적인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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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ju & Banju』
불고기와 와인의 조합, 상상해 본 적 있나요? 『Anju & Banju』는 서울 퓨전 한식 레스토랑 ‘슈퍼판’의 오너 우정욱 셰프의 레시피와 잘 어울리는 내추럴 와인을 페어링하는 책입니다. 김치볶음밥과 나물 등 대중적인 메뉴부터 검은콩 마스카포네 치즈, 된장 건포도 샐러드 등 한국적이면서도 이국적인 이름이 눈에 띄죠. 음식은 독자가 자유롭게 상상력을 발휘하도록 사진 대신 일러스트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허무는 포용력 있는 시도에서 한식을 향한 열정과 애정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듯합니다.
『Leaked Recipes』
‘유출된 레시피’. 벌써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인데요. 『Leaked Recipes』는 지난 15년간 발생한 대규모 이메일 유출 사건에서 수집한 50여 개의 레시피를 엮은 책입니다. 힐러리 클린턴, 마크롱 등 정치계 유명 인사부터 소니 픽처스 같은 글로벌 기업의 이메일에서 발견된 조리법이 담겨 있죠. 멀티탭 줄에 칭칭 감긴 생선이나 서류 파일 위에 놓인 베이컨 등 일반 요리책에서 볼 수 없던 파격적인 이미지는 시선을 집중시킵니다. 데이터 유출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면서도 익살스럽게 풀어내는 방식이 21세기를 대표하는 요리책으로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Vege Colors』
‘퍼즈 프로젝트(Pause Project)’는 디자인 스튜디오 PPP STUDIO, 레스트랑 Regu:llar, 출판사 M.D.LAB.PRESS가 모여 건강한 식탁과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콜라보 프로젝트입니다. 레시피북 『Vege Colors』 시리즈는 빨강, 노랑, 초록 등 한 가지 색상을 주제로 식재료 본연의 색을 살린 요리법과 팁을 담고 있죠. 모든 레시피는 비건 지향으로, 비건 단계별로 활용할 수 있도록 표기되어 있습니다. 오밀조밀 알록달록한 그림에 어느새 식탁 위를 싱그러운 제철 음식으로 가득 채우고 싶어집니다.
『이렇게 저렇게 명이나물 페스토』
바질 페스토는 익숙하지만 명이나물 페스토라니 사뭇 낯설기도 한데요. 『이렇게 저렇게 명이나물 페스토』는 독일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김주영 작가의 독립출판물입니다. 책은 닥스훈트 셰프가 명이나물 페스토를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내용으로, 펼치면 그림이 입체적으로 튀어나오는 팝업북 형태로 제작되었습니다. 엉뚱하면서도 귀여운 일러스트는 읽는 내내 웃음이 새어 나오게 만들죠. 어린 시절 부모님이 읽어주시던 동화책을 떠올리며 위트 있는 이야기 속으로 떠나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통상적인 요리책에서 벗어나 색다른 접근 방식으로 다채로운 음식 세계를 선보이는 각양각색의 아트북들. 이 책들과 함께라면 요리도 즐거운 놀이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간단하게라도 좋으니, 오늘은 오랜만에 나를 위한 한 끼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