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 야스지로 감독전
‘오늘도, 안녕하세요’

팬데믹을 맞닥뜨린 우리에게
변하지 않는 가치를 전해줄 오스 야스지로 감독전
Edited by
ART NINE
JAPANFOUNDATION

극장 ‘아트 나인(ARTNINE)’은 강남구 동작구에 위치한 예술영화관으로 2013년에 처음 개관한 이후 많은 영화팬들에게 뜨겁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 온 공간입니다. 이번에 아트 나인이 일본 국제 교류기금과 함께하는 <2021 재팬 무비 페스티벌>이 ‘오즈 야스지로 감독전: 오늘도, 안녕하세요’라는 주제로 돌아왔습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거장,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후기 대표작 6편을 상영합니다. 아트 나인에서 3/12(금)부터 3/21(일)까지 만날 수 있습니다.


감독, 오즈 야스지로

오즈 야스지로

오즈 야스지로(小津安二郞) 감독은 괴짜였고 대단한 완벽주의자였다고 전해지는데요. 가장 일본적인 작가 중 하나로 일컬어지나, 국제적으로 주목받지는 못했습니다. 그는 1963년 60회 생일날에 암으로 사망했는데, 죽음 이후 비로소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오즈 감독은 주로 ‘결혼’과 ‘가족’에 대해 그려왔으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평생 혼자였습니다. 죽을 때까지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은 갖고 싶은 삶에 대한 동경이었을까요? 혹은 가지지 않는 삶에 대한 선택의 이유를 풀어낸 것일까요?


오즈 야스지로의 연출 스타일

<부초>
<부초>
<부초>
<부초>

촬영기법으로는 지면 바닥에서 촬영하는 낮은 카메라 앵글과,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바라보는 모양으로 촬영하는 부감촬영(俯瞰撮影)으로 잘 알려졌습니다. 일명 다다미 쇼트라고 불리는 촬영 기법입니다. 이는 오즈 야스지로의 발명으로 일본 영화의 미학을 대표하는 기법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이는 바닥에 다다미를 깔고 좌식 생활을 하는 일본의 생활 방식을 잘 담아내며 일본인이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반영합니다. 상반신을 주로 담는 행동 위주의 포착이 아닌 사물과 인물을 보다 더 낮은 곳에서 바라봄으로써 정적이며 관조적인 성격을 드러내는데요. 이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관찰하고 관계 짓고 사색하게 하는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냅니다.

이외에도 신(scene)과 신(scene) 사이에 정적인 풍경을 끼워 넣는 ‘베게 샷(Pillow shot)’, 의도적인 스토리 생략, 마주 보지 않고 한 방향으로 나란히 앉는 장면, 인물 간 일치하지 않는 시선, 감정을 고조시키기 위한 배경음악을 삽입하지 않는 등 그 만의 영화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후기 대표작 6편

<만춘>, 1949

<만춘>, 1949

홀로 된 아버지와 그 아버지를 떠나지 않으려는 딸의 이야기를 정제된 형식 안에 담은 은 후기 오즈 영화(다른 말로 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오즈(Our Ozu)”)의 출발점에 해당하는 영화다. 결혼적령기를 지난 여인인 노리코는 아버지를 모시고 살겠다는 마음에 결혼하기를 거부한다. 결국 그녀는 아버지가 재혼을 고려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야 결혼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영화비평가 크리스 후지와라는 을 두고 영화사상 가장 위대한 러브스토리 가운데 하나라고 말한 바 있다. 아버지와 딸 사이의 ‘러브스토리’를 다룬 이것은 ‘러브스토리’라는 이 말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미묘한 보기와 읽기가 가능한 영화다. 하라 세쓰코가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오즈의 영화라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오차즈케의 맛(The Flavor of Green Tea over Rice, お茶漬の味)>, 1952

<오차즈케의 맛(The Flavor of Green Tea over Rice, お茶漬の味)>, 1952

좋은 집안에서 자란 타에코는 시골 출신의 모키치와 결혼했다. 결혼하고 몇 해가 지났지만 남편에 대한 애정을 딱히 느껴본 적은 없다. 주변 사람들의 행복한 일상을 볼수록 그녀가 느끼는 권태감은 커져만 간다. 모키치 역시 내색은 안 했지만, 타에코와 같은 감정을 느껴 왔다. 조카 세츠코는 이들 부부의 모습을 보며 봉건적인 중매결혼을 거부한다. 다에코가 모키치와 다툰 뒤 집을 나와 친정으로 향한 사이, 모키치는 회사 일로 남미 발령을 받게 된다.

<동경이야기>, 1953

<동경이야기>, 1953

2차 세계대전 후. 결혼하여 도쿄에 살고 있는 자식들을 만나기 위해 노부부가 상경한다. 의사 장남과 미용실을 운영하는 둘째 딸은 곧 부모님의 방문을 부담스러워하고 바쁜 일상을 핑계로 소홀히 대한다. 전쟁 중 남편을 잃은 며느리 노리코만이 노부부를 극진히 모시는데…

<안녕하세요>, 1959

<안녕하세요>, 1959

오랫동안 주로 성인 혹은 노인의 시점에서 이야기되는 영화를 만들던 오즈는 자신의 무성 코미디 걸작 1932년 무성 영화인 《태어나기는 했지만》의 리메이크를 통해 다시 어린아이의 시점으로 돌아왔다. 도쿄 교외에 사는 가정의 두 소년은 부모에게 텔레비전을 사달라고 졸랐다가 거절당하자 침묵의 반항을 행한다. 꼬마 형제의 침묵시위는 현재의 발판은 언제나 과거일 수밖에 없음을 말하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직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토미자와의 중얼거림이나 신기계 문명으로서의 텔레비젼의 등장, 또한 시험지옥을 예고하는 부모의 잔소리는 제작 당시인 50년대의 사회적 분위기를 묘사하면서 현재라는 공간을 더욱더 확실히 자리매김한다. 한마디로 규정지을 수 있는 평면적 인간이기를 거부하는 오즈의 인물들은 그들의 일상 조각들을 통해서 관객에게 소개되는 것이다.

<가을 햇살>, 1960

<가을 햇살>, 1960

친한 친구의 미망인 아키코의 딸 아야의 혼인을 돕기 위해 세명의 친구가 나서지만 아야는 혼자 살게 될 어머니를 걱정해 결혼을 망설인다. 결국 친구들은 혼자남게될 제수씨까지 고려해 아키코와 아야 모두를 결혼시키기로 계획, 세친구들중 히라야마라는 인물이 뭇내 감정이 있다는것을 고민끝에 친구들에게 밝히게 되고 혼담계획은 (어디까지나 본인들끼리)일사천리로 진행된다. 하지만 중간에 딸인 아키코가 이 과정을 오해하게되고 계획은 예상치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꽁치의 맛>, 1962

<꽁치의 맛>, 1962

오즈의 마지막 작품인 역시 그의 몇몇 다른 후기작들처럼 늙는다는 것과 홀로 남는다는 것에 대한 차분한 성찰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그러면서도 여기엔 장난기 다분한 유머도 곁들여져 있다. 여기에서 오즈는 상황을 변주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내없이 혼자 살고 있는 회계사 히라야마는 딸에게 어울리는 신랑감을 찾아주려 한다. 결국 그는 딸을 시집보내고 홀로 남게 된다. 이 오즈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중요한 한 가지 이유는 형식의 제의, 혹은 유희를 극단적인 지점까지 밀고 가는 오즈의 면모를 잘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순수하다고 표현할 스타일을 가지고 그는 삶의 우수를 빼어나게 표현해낸다.


<만춘>, 1949
<만춘>, 1949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영화는 가족 멜로 영화라고 평가받기도 합니다. 영화는 대부분 당시 일본 대도시의 소시민 가족을 중심으로 흘러갑니다. 그 당시 시대 변화에 의한 세대 간, 남녀 간 갈등이 가족을 해체로 내몰기도 했는데요. 특이한 점은 부정적일 수 있는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이유를 설정해 상황을 간단하게 만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즉 의도적으로 악인을 만들지 않은 것인데요. 가족에 대한 양가적인 감정에 뿌리를 두며 계속해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듯합니다. 거친 시대적 변화 속에서도 계속해서 살아가는 모습의 ‘우리’를 덤덤하고 절제되게 그려냈습니다. 계속해서 소시민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는 것처럼 보인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반복을 통해 거듭 희로애락을 그려내며 개인인 ‘나’, ‘가족’이라는 집단에서 변화하는 ‘사회’의 모습과 가치관으로 점차 확장시켜갑니다. 빠르게 변해가는 사회 속에 변하지 않는 가치를 전해줄 오스 야스지로 감독의 대표작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INSTAGRAM : @artninecinema

오즈 야스지로 감독전: 오늘도, 안녕하세요 게시물


문수진

문수진

보고, 읽고, 듣는 모든 문화예술을 사랑합니다.
디자이너로 ANTIEGG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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