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셀, 트렌드를 넘어
하나의 문화로

패션업계를 중심으로 매년 성장하는 리셀 시장
그 배경과 현상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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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서머레디백
이미지 출처: 스타벅스 코리아

“아메리카노 300잔 주세요”. 지난여름 여의도에 위치한 어느 스타벅스에서 한 손님이 커피를 대량으로 주문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손님은 자신이 주문한 300잔 중 딱 한 잔만 들고 매장 밖을 나섰습니다. 남은 음료의 절반은 매장을 방문한 다른 손님들에게 돌아갔고, 나머지 반은 그냥 버려졌습니다. 무슨 이유에서 다 마시지도 않을 그 많은 커피를 주문한 것일까요? 바로 스타벅스 한정판 사은품 ‘서머 레디백’때문이었습니다. 커피 약 17잔을 마시면 사은품을 주는데 이 제품을 여러 개 얻기 위해 무려 300잔이나 주문한 것입니다. 이 당시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서는 서머레디백이 8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로 거래되었습니다. 약 10만 원 정도에 다시 그 가방을 판다면 약 만 오천원 정도의 차익을 얻게 되는 셈이죠. 조기 품절이 예상되었기에 더 많은 웃돈을 얹어 거래되는 상황도 벌어졌습니다.


리셀, 유행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이처럼 희소성이 높은 물건을 구매한 뒤 되팔아 수익을 얻은 행위. 이른바 리셀(resell)은 신발을 비롯한 패션 업계를 중심으로 그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샤테크(샤넬+재테크)’, ‘슈테크(슈즈+재테크)’, ‘오픈런(백화점 오픈 시간에 맞춰 매장으로 달려가는 행위)’등의 신조어도 이제는 낯설지 않습니다.

마치 주식 차트를 연상케 하는 스니커즈 중개업체 'StockX' 홈페이지 화면
마치 주식 차트를 연상케 하는 스니커즈 중개업체 ‘StockX’ 홈페이지 화면

리셀 문화는 전 세계적인 유행을 넘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2015년 설립된 미국의 ‘스탁엑스(StockX)’는 마치 주식 거래를 하는 듯한 리셀 플랫폼을 개발하여 인기를 누렸습니다. 혁신적인 비지니스 모델로 평가받아 무려 창업 3년 만에 기업가치 ‘1조’를 달성했습니다. 중국 역시 리셀 시장의 성장 속도가 무섭습니다. 중국 주식의 하루 가격 상승 제한폭이 10%인데 비해 스니커즈 거래가에는 상한선이 없기 때문에 대박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습니다. ‘차오셰(炒鞋·스니커즈 재테크)’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중국 내 스니커즈 리셀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미국 투자은행 코웬앤드컴퍼니 통계에 따르면 세계 스니커즈 리셀 시장은 2025년 60억 달러(약 6.5조 원)로 성장할 전망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국내 리셀 플랫폼의 성장

국내에서도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시즌 한정 상품이나 소량 발매하는 제품을 구매하여 되파는 리셀러(reseller)를 중심으로 그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발맞춰 다양한 거래 플랫폼이 탄생하여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국내 최초 리셀 플랫폼인 ‘아웃오브스탁’을 필두로 ‘프로그’, ‘풋셀’등의 전문 리셀 업체가 앞장섰고, 대기업들도 2020년도부터 뒤이어 리셀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네이버 자회사인 스노우가 론칭한 크림(KREAM)’, 미술품 경매사 서울 옥션블루가 론칭한 ‘엑스엑스블루’, 무신사 자체 플랫폼인 ‘솔드아웃(soldout)’이 바로 대표적인 예입니다.


리셀 시장의 성장 요소

리셀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시장의 주요 소비층이 MZ 세대라는 점에 있습니다. MZ 세대는 자신들만의 독특한 취향을 갖고자 합니다. 따라서 희소성 있는 제품을 소유하여 개성을 표출하는 것이 익숙합니다. 한정판 제품 구매 욕구가 다른 세대들에 비해 높은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돈, 카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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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가치가 중요시되는 사회 분위기가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의 경제 수준이 이전보다 높아지면서 시간의 가치를 중시하고 있기 때문에 리셀 시장에서 웃돈을 주고 사더라도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며 만족감을 느낀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다시 말해 MZ 세대는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매장 앞에서 줄을 서거나 온라인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새로 고침을 반복하는 시간과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돈으로 환산하여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입니다.

또한 재테크 수단으로써 리셀이 각광을 받으며 시장이 활성화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한정판 제품이나 명품은 단순히 가격 방어가 잘 되는 것을 넘어 가격이 상승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거래 플랫폼을 이용하여 차익 실현도 손쉽기 때문에 재테크 수단으로 날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주식이나 부동산 거래에 필요한 시드머니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점 역시 MZ 세대에게는 매력적인 요소입니다. 리셀 시장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돈을 벌 수 있기에 더욱 열광하고 있습니다.


리셀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

한편 매년 성장을 거듭하는 리셀 시장을 향한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바로 리셀 제품에 과도한 웃돈이 더해져 금액이 책정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가격 왜곡은 실수요자에게 금전적인 피해를 주곤 합니다.

tax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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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리셀은 탈세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부가가치세법상 리셀을 통해 6개월 내 공급하는 가액이 1200만 원을 넘을 경우에는 사업자 등록을 하고 부가가치세를 납부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세법을 잘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을뿐더러 대부분 개인 간의 거래로 이뤄지기 때문에 사업자 등록을 내지 않거나 세금을 내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해외 직구를 통한 리셀러들 역시 문제로 지적됩니다. 현행 관세법에 따르면, 해외 직구를 통한 리셀은 관세법 위반입니다. 국내 거주자가 자신이 사용하기 위해 150달러(미국 물품은 200달러) 이하 물품을 수입하는 경우는 관세를 적용받지 않지만, 본인이 사용하지 않고 타인에게 판매하면 불법입니다. 예를 들어 지난 블랙프라이데이 때 미국 의류 사이트에서 175달러 가격의 옷을 구매했고, 배송비는 10달러가 책정되었습니다. 미국 물품은 200달러 까지는 관세를 적용받지 않으니 배송비 포함 185달러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관세를 따로 낼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옷을 받아보니 너무 작아서 입을 수가 없었습니다. 버리기는 아까워 중고 장터에 이 제품을 내놓은 순간 바로 관세법 위반이 되는 것입니다. 애당초 판매 목적으로 옷을 직구한 것이 아니어도 타인에게 판매하는 행위 자체만으로 문제가 되고, 이럴 경우에는 구매처로 반송을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심지어 원가보다 저렴한 금액으로 판매해도 불법인 셈이죠. 실제로 2018년 기준 관세청에 접수된 해외 직구 리셀 신고는 1185건에 달합니다.


리셀 시장의 미래

리셀 플랫폼의 저변 확대와 사용자의 증가는 향후 리셀 시장의 성장을 기대하게끔 합니다. 과거 비난을 면치 못했던 사재기나 암표상을 바라보던 시각과는 달리 리셀러의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돈으로 산다는 인식도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지적했듯 지나치게 부풀려진 가격이나 탈세 문제는 논란의 여지가 다분합니다. 여러분은 리셀 시장의 현주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나요? 그리고 올바른 리셀 시장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어떠한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할까요? 하나의 트렌드에서 문화로 자리잡은 리셀 시장의 귀추가 주목됩니다.


김태현

김태현

나와 타인의 건강한 삶을 추구합니다.
일상에서의 예술 그리고 균형 잡힌 라이프 스타일을 글에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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