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e%$ 님께 단상이 도착했습니다.
안녕하세요, ANTIEGG 유림입니다.

오늘은 예진 님을 대신해 인사드려요. 봄볕이 기분 좋은 3월의 입새에 저의 편지를 전할 수 있어 마음속에 설렘이 부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과는 별개로, 저는 이번에도 마감일이 되어서야 원고의 첫 운을 떼었습니다. 해야 할 일을 미루는 습관은 어느 순간 만성화되어 저를 자주 괴롭히고 있어요. 미래의 나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주는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매번 어리석은 선택을 하고 마는 제게 물었습니다. 도대체 이러는 이유가 무엇이냐고요. 그러자 미루기라는 행위에 가려져 있던, ‘잘하고 싶은 마음’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name%$ 님은 미루는 자신을 책망하기 전에 습관의 근원을 들여다본 적이 있나요?매사에 완벽해지려 고군분투하고 있는 나와 눈을 마주칠지도 모릅니다.


어떤 일에 의미와 중요성을 더할수록, 그 일은 몸집을 불려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겁을 먹은 우리는 내면의 불안을 안고 도망치기 시작하지요. 문제 상황을 외면하고 현재의 쾌락을 갈구하면 아주 잠깐은 마음이 편해지거든요. 심리학에서는 할 일을 불필요하게 미루는 이러한 행동을 ‘지연 행동’이라고 정의합니다. 지연 행동은 업무나 과제와 같은 과업에 국한되어 나타나는 현상은 아닙니다. 메신저 답장을 차일피일 미루거나, 갈등 상황에서 “나중에 얘기하자”며 자리를 피해버리는 것도 일상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지연 행동이지요. 사실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의 회피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언젠가 꼭 다시 마주하고 해결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걸요. 안타깝게도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은 더 나빠지기만 할 뿐이고, 불편한 감정은 일순간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렇게 조건 없이 손해뿐인 일이 또 있을까요? 우리는 미루는 습관과 영영 헤어져야만 합니다.


의식적으로 가벼운 태도를 취해봅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불살라 완벽히 해내고 말겠다는 의지를 한풀 꺾어 주는 것이지요. 간절함이라는 무게를 걷어내면 비로소 본질이 보입니다. 한 겹 벗겨지고 남은 알맹이는 생각보다 작고 소소할지도 모릅니다. 비장했던 각오가 무색할 만큼 별 게 아니었다면 더욱이 좋습니다. 부담 없이 자연스럽게 임할 수 있으니까요. 훗일을 짐작하지 않고, 삶의 한 장면을 그 자체로 즐겨봅니다. 그리곤 인간으로서 할 일을 다하고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는 뜻의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을 되뇌어요. 결과는 우리의 몫이 아니라는 듯이 말입니다. 어차피 완벽이라는 건 추구할 수만 있을 뿐, 완성할 순 없습니다.


자신 있게 이야기했지만 저는 이 편지마저도 꽤 심각한 표정으로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수십번의 퇴고와 부족한 글을 향한 한숨 짓기를 반복하면서요. $%name%$ 님께 처음으로 가닿을 편지에 중요성을 부여하지 않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삶을 되짚어 보면, 잘하려는 마음은 대개 우리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주기도 했지요. 그러니 완벽에 대한 욕망을 잠재울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그로부터 비롯된 불안이 시작을 방해한다면 가차 없이 저버리기를 바랍니다. 시작하지 않고는 그 어떤 완벽도 이루어질 수 없으니까요.


  • 삶이 불확실하다는 것만이 삶에서 확실하다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은 훗날 가치 있는 결과를 얻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실패의 순간 속으로, 심지어는 삶이 파탄 나는 순간 속으로 발을 들이는 것일 수 있겠다._마리 루터, 『가치 있는 삶』

ANTIEGG에서

유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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