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이라는 예술을
알아가는 여정

당연함에 가려진 특별함을 제시하는
국립한글박물관의 세 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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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은 과학적인 설계와 인간을 향한 사랑을 바탕으로 완성된 문자로,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상을 살아가면서 한글이 지닌 정신과 예술성을 의식적으로 떠올리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그런 우리에게 한글의 특별함을 한 번이라도 더 떠올릴 수 있게 해 주는 곳이 있으니, 바로 국립한글박물관입니다. 국립한글박물관이 한글을 관통하는 역사와 예술성을 우리에게 제시하는 방법 세 가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한글의 원리를 담아 완성한 건축

국립한글박물관

하늘과 땅, 사람에서 출발해 우리가 한국어를 구사하는 순간에 발음 기관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현상을 품은 문자, 한글. 국립한글박물관의 건축물은 그러한 한글 속 원리가 형상화되어 있습니다. 유학 경전에서 사용된 개념으로서 ‘조화’를 키워드로 하는 삼재(三才)의 원리, 즉 천, 지, 인입니다.

건물을 바깥에서 바라보았을 때 총 세 개의 층이 도드라져 보입니다. 박물관 측은 이 세 층이 각각 하늘의 층, 사람의 층, 그리고 땅의 층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국립한글박물관은 이 모든 층이 하나씩 쌓여 완성된 공간입니다. 기하학적인 외관에서 느껴지는 깔끔함은 마치 한글의 체계성을 보여주는 듯하며 국립한글박물관의 존재감에 방점을 찍습니다.


『훈민정음』을 따라 걷는 전시

국립한글박물관의 상설 전시 ≪훈민정음, 천년의 문자 계획≫
이미지 출처: 국립한글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우리나라의 말이 중국말과 달라 한문 글자와는 서로 통하지 않으므로 어리석은 백성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내가 이를 딱하게 여기어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드니, 사람들로 하여금 쉽게 익혀 날마다 쓰는 데 편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다.

_『훈민정음』,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 연대기>

『훈민정음』과 한글의 시작을 알리는 이 문장은 국립한글박물관의 상설 전시 ≪훈민정음, 천년의 문자 계획≫을 관통하고 있습니다. 전시를 구성하는 일곱 개의 챕터가 이 문장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인데요. 지난 2022년 1월, 개관 8주년을 맞아 새롭게 기획된 이 전시는 한글이 세상의 빛을 보기 전의 시간부터 시작해서 한글이 너무나 당연해진 오늘날까지, 모든 시대를 두루 조명합니다. 한글의 역사를 한자리에서 톺아보는 시간이지요. 또한, 거센 풍파 속에서도 살아남아 오늘날 많은 이들을 이어주는 소통의 도구로써 쓰이는 한글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훈민정음

소리는 있으나 글자가 없어 글로 통하기 어렵더니 우리나라 오랜 역사에 어둠을 밝히셨도다.

_『훈민정음』, 국립한글박물관

『훈민정음』이 누군가를 향한 배려와 사랑을 향해 있었음을 알려주는 이 문장은, 전시의 시작점에서 발을 뗀 관람객이 곧 다다르게 될 도착점이기도 합니다. 『훈민정음』 해례본 서른세 장을 본떠 만든 LED 패널이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며 만든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마주하는 문장이지요. 이후에도 공간의 면을 두루 활용한 실감 콘텐츠, 유물의 설명이 풀이된 영상, 『훈민정음』을 이해할 수 있게끔 돕는 인터랙티브 북 등을 통해 전시가 선사하는 경험 속 몰입은 더욱더 깊어집니다.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 훈민정음. 이 전시에서 관람객을 무한한 한글의 세계로 이끄는 존재 또한 훈민정음입니다.


단 하나뿐인 한글 전문 도서관

이미지 출처: 국립한글박물관 한글도서관 공식 홈페이지

한글을 알아가는 여정은 전시회장 밖에서도 이어집니다. 한글이 전하는 이야기의 여운을 가득 품고 건물 1층으로 향하면 마주할 수 있는 ‘국립한글박물관 한글도서관’. 전시에서 못 다 살펴본 한글을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는 이 도서관은 국립한글박물관과 더불어 2014년 한글날에 문을 열었습니다. 우리나라에 단 하나밖에 없는 한글 전문 도서관인 만큼, 한글과 한글문화에 대한 전문적인 자료가 보관되어 있는 공간입니다.

국립한글박물관 한글도서관이 지닌 여러 매력 중 하나는 ‘한글’이라는 키워드에서 뻗어 나온 수많은 갈래의 콘텐츠가 한데 모여 있다는 점입니다. 한글 및 국어의 역사, 사전, 소설 등 언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분야뿐만 아니라 음악, 서체 디자인, 미디어 등의 분야라 할지라도 ‘한글’과 접점이 있는 서적이라면 모두 이곳에 비치되어 있습니다. 또한, 지금은 거의 접할 수 없는 옛한글의 자취가 남아 있는 서적을 직접 열람할 수 있다는 점도 한글도서관이 선사하는 또 다른 반가움입니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서빙고로 139
영업 시간: 월~금, 일 10시~18시, 토 10시~21시


WEBSITE : 국립한글박물관
INSTAGRAM : @hangeul_m


안티에그를 ‘안티에그’라고 쓸 수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당연히 존재해야 하는 것이라고만 여겼던 한글을 다시 마주하며, 실은 그 당연함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떠올립니다.

한반도에 발 딛고 살아가던 이들 각자가 드러내고자 했던 바를 타국의 문자로 표현할 수밖에 없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언어의 소리와 글을 일치시키기까지는 크나큰 결단이 필요했지요. 그 결단에서 비로소 탄생한, 우리만의 문자 ‘한글’이 수많은 이의 노고와 더불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다시금 감사하며 필자는 오늘도 한글이 지닌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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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

파란 하늘처럼 청명한 힘을 글과 사진에 담고자 하는 사람.
콘텐츠가 선사하는 영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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