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하기를 제안하는
브랜드 프란츠

음악 듣기를 넘어
음악하기(musicking)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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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듣는 것입니다. 대체로 우리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틀린 것도 아닙니다. 음악은 소리로 구성되고, 소리는 듣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음악을 듣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음악을 ‘한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적절할지 모르겠습니다. 음악에 관한 책을 ‘읽’거나, 음악 연주를 ‘하’거나, 음악을 들으러 ‘가’거나, 음악에 관한 지식을 ‘배우’거나, 음악에 관해 ‘이야기를 하’니까요. 이런 것들이 다 음악이냐고요? 음악인류학자 크리스토퍼 스몰(Christopher Small)에 따르면 음악이라고 할 만합니다. 더 정확하게는 음악하기(musicking)겠지요. 스몰은 음악과 관련된 우리 인간의 모든 실천적 행위를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악보(나 음원)처럼 고정된 사물을 지칭하는 명사 ‘음악’이 아니라, 무언가를 하는 것으로서의 동사 ‘음악하기’를 제안합니다.

그걸 제일 잘하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프란츠(franz)’입니다. 뭐 하는 데냐고요? 글쎄요. 한 마디로 규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우선 클래식 음악 분야의 음악하기를 독창적으로 기획하는 곳이라는 정도로만 언급해 두겠습니다.


읽기

프란츠의 클래식 음악 도서
이미지 출처: 프란츠 공식 웹사이트

프란츠가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은 클래식 음악과 관련된 책을 만드는 일입니다. 여기서 출판된 음악 도서는 기존의 클래식 음악 분야 도서들과는 좀 다릅니다. 클래식 음악 도서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클래식 음악 입문서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프란츠가 만든 첫 번째 책은 파스칼 키냐르의 『음악혐오』(2017)입니다. 이 책을 프란츠의 첫 번째 출판 도서로 삼은 이유에 관한 김동연 프란츠 대표의 설명이 인상적입니다.

“음악이 가져오는 기쁨과 즐거움을 말하는 책은 많아도 그 이면의 역사에 대해 말한 책은 없었어요. […] 음악을 사랑해서 음악 출판사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니 음악을 혐오할 수 있는 마음에 대해 이야기한 다음 본격적으로 사랑을 이야기해도 좋겠다 싶었어요.”

_김동연 대표, 라이프집 <집스터 인터뷰> 중 ‘12. 음악이 흐르는 비밀 살롱’

프란츠는 이후 미국의 미니멀리즘 작곡가 필립 글래스의 자서전 『음악 없는 말』(2017), “나무와 쇳덩이가 콘서트 그랜드로 변신하는 과정”을 담아낸 『스타인웨이 만들기』(2020), 음악이 사회적 맥락과 무관하게 그 자체로서만 존재할 수 있는 것인지 묻는 『역사를 만든 음악가들』(2022)까지 그간 국내 클래식 음악 도서 분야에서 비중 있게 다루어진 적 없는 음악적 이야기에 독자를 불러들입니다.


보기와 가기

아파트먼트 프란츠
아파트먼트 프란츠, 이미지 출처: 프란츠 공식 웹사이트

음악 도서 출판사 프란츠는 곧 품위 있는 음악 공간 아파트먼트 프란츠를 엽니다. 아파트먼트 프란츠는 쾌적하고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무드를 발산합니다. 이 공간을 구성한 프란츠의 빼어난 안목을 짐작할 수 있는데요. 아파트먼트 프란츠가 훌륭한 공간이라는 점은 이곳을 주목한 곳이 ‘빌리브’, ‘라이프집’, 현대카드 ‘DIVE’ 매거진의 건축·인테리어 부분, ‘디자인프레스’ 등 공간과 인테리어를 다루는 매체들이라는 것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들어서는 순간, 보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공간이라고 할 만하지요.

그런데 이 아파트먼트 프란츠가 여타의 음악 공간과 다르게 느껴지는 또 다른 이유는, — 이것은 앞서 언급한 매체들이 아파트먼트 프란츠를 조명한 이유이기도 할 텐데 — 바로 이 공간이 김동연 대표의 사적 공간을 재구성한 것이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언젠가는 음악을 함께 경험하고 느끼고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프란츠의 취향과 방향을 보여줄 수 있는 장소였으면 했고, 함께하는 시간만큼은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으면 좋겠다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 점입니다. 고민 끝에 결론을 낸 것이 제가 살고 있는 집을 활용하는 것이었습니다. […] 이곳에 오시는 분들은 프란츠의 독자, 관객, 학습자인 동시에 저희 집에 오시는 손님이기에, 한 분 한 분 감사한 마음으로 환대하고 있습니다.”

_김동연 대표, 안티에그와의 서면 인터뷰 중

애써 찾아오지 않으면 방문하기 어려운 주상복합 아파트의 한 공간. 아파트먼트 프란츠의 이 같은 공간적 특성은 여기서 이루어지는 활동들이 “길을 가다 우연히 들어와서 참여하는 일이 아니”라는, 아파트먼트 프란츠의 목적을 이미 내포합니다.


듣기와 이야기하기

살롱 골드베르크
이미지 출처: 프란츠 공식 인스타그램

아파트먼트 프란츠에서 제일 먼저 기획한 프로젝트는 하나의 음악을 한 달에 한 번씩, 1년 동안 열두 번 듣기입니다. 일명 ‘살롱 골드베르크’. 그렇지만 매 회차에서 온전히 같은 음악을 듣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의 음악을 매번 다른 연주자의 연주로 감상하기 때문입니다. 김동연 대표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살롱 골드베르크’를 추진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클래식은 무언가 지식이 있어야 할 것 같고 곡 자체도 길잖아요. 하지만 본질적으로 ‘음악은 듣는 예술이니, 만나서 그냥 계속 들어봅시다’ 하는 모임입니다. 1년에 단 한 작품만을 선곡해서 열두 달 동안 같은 음악을, 다른 연주자의 레코딩으로 감상하고 이야기 나눕니다.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분들을 보면 연초에는 낯설다가 여름쯤 되면 그 음악에 친숙해지고 연말쯤 되면 거의 외우는 수준이 됩니다. 그렇다면 이 작품을 그 누구보다 충분히 ‘알게’된 것이 아닐까요.”

_김동연 대표, 안티에그와의 서면 인터뷰 중

‘톺아보다’는 말의 청각적 경우가 있다면 그것이 바로 ‘살롱 골드베르크’의 음악 감상 방법이라고 할 만합니다. 이런 음악 듣기 경험은 특별합니다. 우리는 음악적 포화 속에 살지만, 많은 경우 그 음악을 가구처럼 즐깁니다. 어떤 특정 환경을 조성하거나 장식하기 위해 필요한 가구처럼 말이죠. ‘살롱 골드베르크’는 음악을 골똘히 들어보자고 제안합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나태주 시인의 말처럼, ‘살롱 골드베르크’는 자세히 들어야, 오래 들어야 아름다운 음악의 듣기 경험에 초대합니다. 더불어 자세히 듣기 이후 이어지는 이야기 하기는 참여자들의 감상을 더 풍족하게 해줄 테고요.


수집하기

프란츠의 굿즈
이미지 출처: 프란츠 공식 웹사이트

또 프란츠는 섬세한 소품도 만듭니다. 음악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소장하고 싶어 할 만한 곱고 세련된 물건을 제작하는 건데요. 악보가 그려진 안경닦이, ‘largo’, ‘andante’ 등의 음악 용어가 적힌 마스킹 테이프, 악보 퍼즐, 볼드하고 부드러운 촉감을 가진 북앤드까지. 이 물건들을 보고 있으면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음악이 하나하나 눈길을 끄는 사물이 되어 우리 손에 쥐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세심한 공정을 거쳐 “음악처럼 아름다운” 제품으로 완성하는 그 일련의 과정은 프란츠 나름의 음악하기입니다.

“프란츠의 키 컬러로 삼고 있는 컬러가 블랙과 골드인데요. 이 두 색은 너무 아름답지만 관리가 무척 까다롭습니다. 먼지가 조금이라도 앉으면 너무 잘 드러나고, 금빛은 벗겨지면 고급스러움이 금세 빈티지한 분위기로 느낌이 달라지지요. 그래서 매일매일 잘 들여다보고 가꿔 나가야만 하는 색들입니다. 프란츠를 이끌어가는 저에게 프란츠는 마치 이 컬러들 같습니다. 앞으로도 무엇을 어떻게 하든, 공들여 아름다운 것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_김동연 대표, 안티에그와의 서면 인터뷰 중


WEBSITE : 프란츠
INSTAGRAM : @franz.kr
INSTAGRAM : @apartment.franz


프란츠는 읽기, 보기, 가기, 듣기, 이야기하기, 수집하기 등 다양한 음악하기를 제안합니다. 배우기(강연), 공연 감상하기(하우스 콘서트)는 이 글에 미처 포함하지 못한 프란츠의 또 다른 음악하기 기획입니다. 이 같은 기획은 음악을 ‘듣기’ 이상의 활동으로 재편합니다. 크리스토퍼 스몰은 음악하기가 궁극적으로는 나를, 타인을, 그리고 이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활동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니 프란츠의 작업은 곧 음악에 관한 우리 각자의 음악 취향을 발굴해 나를 이해하도록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이 실천하는 음악하기는 무엇인가요? 그 음악하기는 여러분에 관해 무엇을 알게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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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인

음악과 음악활동을 하는
우리에 관해 생각하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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