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찍는
세 명의 사진가

흥미로운 셀프 포트레이트 작업을 전개하는
세 명의 사진가와 그들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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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성은 ‘나’ 자체가 가진 고유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는 그 무엇과도 똑같지 않은 유일무이한 존재이니 말이죠.

사진 속에 스스로를 직접 담아내며 자아를 탐구하고 세상과 연결 지어 온 세 명의 사진가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들은 정체성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기도 하는데요. 자신만의 고유함을 녹여내 셀프 포트레이트 작업을 전개하는 세 명의 사진가와 그들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올바른 몸’ 같은 것은 없기에
마리 카타야마

“Bystander #014”, 2016
“Bystander #014”, 2016. 이미지 출처: 마리 카타야마 공식 웹사이트

일본의 사진가 마리 카타야마(Mari Katayama)는 손이 갈라지고 양쪽 다리가 짧아지는 경골 편측증을 가지고 태어나 9살 때 다리를 절단하게 됩니다. 의족을 사용해야 했기에 직접 옷을 수선하는 데에 익숙했고, ‘원하는 것은 직접 만들어라’라고 말하는 집안에서 자라 바늘, 실, 붓을 활용해 다양한 것을 만들며 성장했죠. 그는 자신의 몸을 형상화한 작품, 의족 등을 활용해 작업을 이어 나갑니다.

“hole on black”, 2018
“hole on black”, 2018. 이미지 출처: 마리 카타야마 공식 웹사이트

그는 사진 속에 주로 자신의 신체를 담아 왔습니다. 이는 사회가 강요하는 인위적인 정상성에 대해 고려하도록 만드는데요. 빨간색 매니큐어를 칠한 두 개의 손가락, 비정형적인 모습으로 수선해 만든 몸, 그것을 껴안거나 만지고 있는 다른 이들이 그의 사진에 있습니다. 아름다운 몸, 정상적인 몸과 같은 일률적인 기준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금 되뇌게 하며 소외와 타자화에 대해 생각할 지점을 전하죠.

“Leave-taking #010”, 2021
“Leave-taking #010”, 2021. 이미지 출처: 마리 카타야마 공식 웹사이트

그는 ‘지난 20년간 사진을 찍어 오면서 내 사진이 올바른 몸을 대체하기 위해 존재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더 이상 내겐 올바른 몸이 필요하지 않고, 그건 결국 사라질 것들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그래서인지 최근작인 “leave-taking”에서는 ‘몸’이라는 물질성 자체에서 벗어나려는 시도가 돋보이는 듯합니다.


WEBSITE : 마리 카타야마
INSTAGRAM : @katayamari


나를 만드는 수많은 존재들과 함께
타미 카

“Exchange Place (VI)”, 2019
“Exchange Place (VI)”, 2019, 이미지 출처: 타미 카 공식 웹사이트

개인을 하나의 단일한 존재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미국 남부에서 자란 아시아계 작가 타미 카(tommy kha)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며 작업을 해왔습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찍는 것이 아니라, 몸과 얼굴을 찍은 뒤 판자에 붙여 사물화 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하는데요. 작가의 사진을 다른 사람이 들고 있게 하거나, 이질적인 공간에 함께 병치하기도 합니다. 부드러운 분위기가 낯선 장치들과 만나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Constellations (XVIII)”, 2019
“Constellations (XVIII)”, 2019. 이미지 출처: 타미 카 공식 웹사이트

그의 작품에는 어머니가 자주 등장합니다. 사실 타미 카는 오랜 시간 어머니와 거의 대화를 하지 않았다고 해요. 그 이유에는 그가 가진 여러 정체성과 성장 과정에서의 사건이 있었겠지요. 그는 어머니 메이 카와 함께 포트레이트 작업을 진행하며 ‘미국 남부에서 자란 아시아계 이민자 2세’이자 ‘퀴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고찰하고, 그와 함께 가족 간의 관계를 돌이켜보며 얽힌 매듭을 풀어나갑니다.

“Constellations (XII)”, 2019
“Constellations (XII)”, 2019. 이미지 출처: 타미 카 공식 웹사이트

“멤피스에서 자란 퀴어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나는 어떤 매체에서도 나를 대표한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나 자신을 작품 속에 직접 삽입하는 것이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라고 보았죠.”

_타미 카

그가 드러내는 정체성은 그 자체로 고유함이 되어 누군가에게 전해집니다. 결국 그것을 보는 이들에게 저마다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게 하고, 또다른 교집합을 만들어가는 데 크고 작은 영향을 주겠지요. 그는 자신이 자란 지역과 성장한 배경 등 자전적인 이야기를 사진을 통해 풀어내며, ‘나’를 구성하는 여러 관계에 대해 고찰할 만한 지점을 마련합니다.


WEBSITE : 타미 카
INSTAGRAM : @tommykha


만들어진 여성성을 전복하며
주노 칼립소

“A Dream In Green”, 2015
“A Dream In Green”, 2015. 이미지 출처 : 주노 칼립소 공식 웹사이트

가면을 쓴 채 러브호텔 욕조에 홀로 앉아 있는 한 여성. 주노 칼립소(Juno Calypso)의 작품에 등장하는 ‘조이스’인데요. 조이스는 작가가 만들어 낸 가상의 인물입니다. 조이스는 아름다움에 대한 강박을 가진, 자기애에 도취한 인물로 그려집니다.

“Untitled”, 2016
“Untitled”, 2016. 이미지 출처: 주노 칼립소 공식 웹사이트

칼립소는 ‘조이스’를 통해 여성성, 고독, 욕망과 같은 주제를 다룹니다. 만들어진 여성성을 의도적으로 강조하며 아이러니한 분위기를 이끌죠. 칼립소의 작품은 이상주의나 완벽주의와 같은 중요한 질문들을 던집니다.

주노 칼립소의 작품
이미지 출처: 주노 칼립소 공식 웹사이트

칼립소는 한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여성의 꾸밈 노동이 모두 허황된 것이고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으나, 이젠 누군가는 만들어진 여성성에 빠질 수도 있고 꾸며진 자신의 모습에 깊게 빠질 수도 있을 거라 본다’는 자신의 페미니즘적 관점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것이 어떤 모습이든지, 여성은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존재할 자유가 있다고 말하면서 말이죠.


WEBSITE : 주노 칼립소
INSTAGRAM : @junocalypso


카메라 렌즈를 자신의 방향으로 돌린 세 명의 작가와 그들의 작품, 잘 보셨나요? 작가들은 셀프 포트레이트 작업에 자신을 담아냅니다. 무수한 상호작용 속에 만들어진 개인을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어떤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고 있을지 대해 생각하게 만들죠. ‘나’라는 그 무엇 자체에 집중해, 세상 그 무엇과도 똑같지 않은 오리지널리티를 갖게 되고요.

여담이지만 저는 사진을 찍거나 거울을 보는 행위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늘 하루 정도는 세상 아래 놓인 저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볼까 합니다. 내가 언제 어디에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내 주변의 사물과 타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바라보며 ‘이 세상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를 품고 말이죠.


Picture of 임수아

임수아

아름다운 것만이 삶을 의미있게 만든다 믿으며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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