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를 통해 발견하는 너머의 세계를 확인하세요.

안녕하세요. 초록 물결에 마음을 내맡기고 크게 심호흡하고 있는 한빈입니다.


ANTIEGG 독자분들 중에는 이 초록빛 계절을 사랑하는 분들이 많을 테지요. 여름의 중턱으로 들어가기 전 여린 연둣빛 나뭇잎들이 찬란한 햇살 아래 반짝이는 풍경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자연이 시간의 파고에 몸을 맡기고 유유히 성장의 속도를 맞추는 모습을 신비로운 기분으로 지켜보는 날들입니다. 저는 한가로운 어느 오후, 제 방 창가에서 보이는 나무들이 바람결에 몸을 맡기며 춤추고 있는 초록 황홀경을 훔쳐보며 이 글의 서두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회색 건물들을 헤집는 일상을 견디다 콘크리트 세상에 간헐적으로 심어진 나무 몇 그루를 바라보면서도 자연의 본질을 이만큼 감각하게 되는데요. 자연 속에서 오롯한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다른 존재들은 어떤 날들을 보내는지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문득 나를 돌보지 못해 지치는 계절에는 심신의 안정을 취하는 법을 가르쳐 주거나 직설적인 위로를 건네는 책들보다는 이 또한 지나간다고, 나에게만 닥치는 듯한 불행 역시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잠잠히 일러주는 자연에 몸을 맡기는 것이 더욱 진한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자연 세계를 이루는 구성원들이 생존하는 방식과, 변덕스러운 우리와는 달리 올곧은 자연 순리의 법칙이 안겨주는 깨우침에서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숲속 수의사의 자연일기
야생 동물과 함께
자연을 노니는 수의사
홋카이도 동부 수의사인 저자의 일상은 동화 같습니다. 그의 관찰 기록에서는 상상할 수 있는 갖가지 야생 동물들과의 교감이 펼쳐집니다. 시골 사람들은 동네 유일한 수의사인 선생님에게 온갖 동물들을 데려와 치료를 부탁합니다. 그 탓에 점점 입원 환자가 늘어나 골머리를 앓거나, 자연의 순리 속에 살아가야 할 존재들이 지나치게 인간의 도움에 기대지 않도록 적당한 거리를 두기 위해 정을 떼는 일상을 보내고 있죠. 이 책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자연 속 존재 하나하나를 개별적인 존재로 느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종으로 분류되는 것이 아닌, 유일무이한 그 한 존재를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 덕분이죠. 우리는 자연을 하나로 뭉뚱그려 바라보는 것이 아닌, 거대한 생태계를 이루는 모든 개별 존재의 특별함을 감각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식물학 수업
짓밟힌 잡초 이야기로
베스트셀러가 된 책
반복으로 무기력해진 일상에 강력한 동기부여가 필요하다면 매일 사활을 걸고 소리 없는 아우성을 치며 생존해온 존재들을 주목해 봅시다. 식물은 우리에게 위로만 건네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중에서도 인간이 손쉽게 ‘잡초’로 일컫는 존재들은 오로지 하나의 목표만을 바라보며 투쟁하는 혁신가들입니다. 맘대로 되는 것 하나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쉽게 남 탓, 환경 탓을 일삼습니다. 하지만 잡초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불평하는 대신, 자기 성질까지도 개조하며 갖가지 식물들 사이에서 살아날 전략을 찾습니다. 이 지구에서 인간보다 오래 살아남은 식물에게서 삶의 지혜를 배워볼까요? 기꺼이 우리 인생철학으로 삼을 만한 놀라운 잡초 연대기들이 펼쳐집니다.
매일 읽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원조로 돌아가
사색하기
자연인으로 돌아가 자연의 일부가 된 삶이 부담스럽다면, 그 사람이 깨우친 단상을 부담스럽지 않게 모아둔 문장 모음집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도시의 심장 한가운데서 생애 대부분을 보내는 우리에게 자연과의 온전한 공존이 공상 소설같이 느껴진다 해도 과언은 아니니까요. 그럴 때는 순수한 자연의 세계에 돌연 입장하는 것보다 이미 그 세계를 겪고 돌아온 사람의 후일담부터 귀 기울여봅니다. 『월든』의 저자이자 자연인의 원조라 할 수 있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명문장을 모은 이 책은 그가 자연으로부터 배운 삶의 태도와 우리가 자연에게 갖춰야 하는 태도를 깔끔하게 정리해 놓았습니다. 자연이 지닌 위대함에서부터 그것을 짓밟아온 인간의 이기심이 불러온 폐해까지 충실히 기록한 소로의 문장은 자연 보호가 그저 요즘 유행 슬로건이 아닌, 인간의 본분이라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자연에게서 배움을 얻는 것에서 한 발짝 나아가고 싶다면 소로의 문장을 매일 한 줄씩 읽으며 사색에 잠겨 보세요.
사물의 뒷모습
눈에 보이는 사물 너머를 더듬는
예술가의 시선
『사물의 뒷모습』은 미술가 안규철의 단상과 스케치를 담아낸 그림 산문선입니다. 한 가지 사물을 오랫동안 관찰하는 끈질긴 시선은 사물의 뿌리 깊은 물성까지 꿰뚫습니다. 앞선 책들은 자연 한복판으로 뚜벅뚜벅 걸어들어가 그들과 호흡을 함께 한 사람들의 시선이라면, 이 책은 현대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상 속에서 자연을 향한 경이로움을 간직한 관찰자의 시선이 담겼습니다. 저자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순수히 관찰하며 사유를 펼쳐나가기도 하고, 불현듯 깨친 자연의 섭리에서 겸허히 자신의 인생철학을 돌아보기도 하죠. 자연 속에서 여유를 즐기다가도 주말이 지나면 미생의 존재로써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우리에게는, 단순한 경탄을 넘어 삶으로 그 깨우침을 가져오는 이 예술가의 태도가 오히려 가장 현실적으로 자연을 만끽하는 방법이 될지도 모릅니다.
Feel the Vibration!

진정한 문화예술 경험에서 오는 전율,
규격화된 세상에 타격을 가하며 느껴지는 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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