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상상력의 세계
그래픽노블 추천작 5가지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어디에나 속하는 글과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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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활자가 버겁게 느껴지는 날이 있지 않나요? 텍스트를 벗어나 색다른 공상을 하고 싶다면 그래픽노블을 추천합니다. 그래픽노블은 소설과 만화의 경계선을 부수고, 철학적인 논제를 다루는 문학의 한 갈래인데요. 필자가 느끼기엔, 일반 코믹북 보다 작화의 컬러가 두드러지고 전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구성이 두드러집니다. 앞서 ‘그래픽노블’이라 총칭했지만, 사실 그래픽노블의 포지션 구분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어디에나 속할 수 있는 것을 그림과 글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세닛(CÉNIT)』

Maria Medem
이미지 출처: Maria Medem
Maria Medem
이미지 출처: Maria Medem

스페인 출신 작가 마리아 메뎀(Maria Medem)의 첫 번째 장편 그래픽노블 『세닛(CÉNIT)』은 몽유병을 앓고 있는 두 명의 도예가가 꿈과 현실 사이의 층위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들은 지난밤의 모호함에 대해 대화하다 이따금 어긋나고 대립하며 불안을 이기기 위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부유하죠. 메뎀은 작품 의도에 대해 “이 이야기는 많은 방식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가 가진 모든 경우의 수를 긍정하고 싶어요. (중략) 서로에 대한 한정된 이해를 그리고자 했습니다”라며 꿈과 현실의 무질서함, 더 나아가 관계 안에 내재한 불안을 말합니다.

글/그림: 마리아 메뎀
출판사: 고트


INSTAGRAM : @mariamedem

INSTAGRAM : @jjokkpress


『하루의 설계도』

Robert hunter의 책 3권
이미지 출처: Robert hunter
Robert hunter
이미지 출처: Robert hunter

아동을 위한 그림책을 의뢰받지만,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짓고 싶었다는 영국의 일러스트레이터 로버트 헌터(Robert hunter).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한 헌터는 『새내기 유령』, 『하루의 설계도』를 발매합니다. 그 중 『하루의 설계도』는 헌터만의 재기발랄한 상상력이 녹아있는 작품으로, 독자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안합니다. 작품의 주인공 리처드는 할아버지의 괘종시계를 통해 환상적인 세계로 진입하고, 태초의 움직임을 맞닥뜨리게 됩니다. 지구의 자전을 태양을 향한 몸짓으로, 우주의 질서를 괘종시계 속 미지의 존재로. 이야기는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며 ‘하루를 설계’하는 힘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상상력의 지평을 넓히고 싶다면 헌터가 설계한 세계로 떠나 보세요.

글/그림: 로버트 헌터
출판사: 에디시옹 장물랭


INSTAGRAM : @roberthunter

INSTAGRAM : @editions_jeanmoulin


『ROBOT』

robot 책 표지
이미지 출처: 엣눈북스
robot안의 그림
이미지 출처: 엣눈북스

체코의 시나리오 작가 타탸나 루바쇼바(tatana rubasova)와 일러스트레이터 인드르지흐 야니체크(Jindrich Janicek)의 합작 『ROBOT』은 인류가 멸망한 지구에서 인류의 발자취를 따라 탐험을 떠나는 로봇들의 이야기입니다. 세계관만 보면 어두운 분위기의 디스토피아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작품은 인류가 사라진 시대를 마냥 비관적으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두 로봇 윌리엄과 메리웨더는 실험실을 떠나 실존했을 인류의 흔적을 찾고, 때론 추측하면서 유쾌하게 이야기를 이어 나갑니다. 이들의 탐험은 몇천 년 전 남겨진 잔해를 보며 역사를 해석하는 우리의 모습과 꽤 닮아 있지요.

글: 타탸나 루바쇼바
그림: 인드르지흐 야니체크
출판사: 엣눈북스


INSTAGRAM : @jindrich_janicek

INSTAGRAM : @atnoonbooks


『L부인과의 인터뷰』

『L부인과의 인터뷰』 의 책 표지
이미지 출처: 엣눈북스
이미지 출처: 엣눈북스

감각적인 작화로 탄탄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홍지혜 작가의 대표작 『L부인과의 인터뷰』는 전업주부 여성과 인터뷰하는 형식의 이야기 구조가 특징입니다. L부인이라는 호칭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L부인은 사회적 자리에 의해 이름을 침탈 당했는데요. 결혼과 육아로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L부인은 한 때 능동적으로 야생에서 사냥하며 살아가는 늑대였습니다. L부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시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야기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이 처한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표지 일러스트에서 정육면체 안에 앉아 있는 L부인이 마치 가두리에 갇힌 모습처럼 보이듯 말이죠.

글/그림: 홍지혜
출판사: 엣눈북스


INSTAGRAM : @fantasmo

INSTAGRAM : @atnoonbooks


『낮게 흐르는』

『낮게 흐르는』 책 표지
이미지 출처: 유어마인드
이미지 출처: 유어마인드

변영근 작가의 『낮게 흐르는』은 오직 그림으로만 이뤄진 그래픽노블입니다. 부가적인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이야기의 흐름과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세심한 구성이 돋보이지요. 무엇보다 수채 도구를 사용한 일러스트는 푸릇한 계절의 녹음을 오롯이 담고 있어 다음 칸으로 넘어가기 아쉬울 정도인데요. 작가는 ‘이 그림들은 빠르게 지나쳐버렸던 순간들과 온전히 동화되지 못했던 시간에 대한 아쉬움을 담은 내용’이라며 여행길의 ‘아쉬움’을 소재 삼아 작품이 탄생했다고 합니다.

그림: 변영근
출판사: 유어마인드


INSTAGRAM : @_byunyounggeun

INSTAGRAM : @your_mind_com


어떻게든 읽힐 수 있다는 것이 그래픽노블의 매력 아닐까요? 보는 사람마다 전혀 다른 감상을 말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아티클에서도 추천작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작품 해석을 피하고 최소한의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어떤 해석은 작품의 또 다른 가능성을 손상시키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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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예진

비틀리고 왜곡된 것들에 마음을 기울입니다.
글로써 온기를 전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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