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산업을 혁신하는
민트컬렉션

순환 패션 플랫폼이 만든
새로운 패션 향유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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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 소개한 “건강한 문화를 만드는 서스테이너블 브랜드” 중 첫 번째로 이야기 나눠볼 브랜드는 순환 패션 플랫폼 민트컬렉션입니다. 이들의 행보는 무척 독특합니다. 겉보기에 트렌디한 디자인의 패션 아이템을 판매하는 편집숍 같은데, 폐기될 뻔한 의류를 수거하고 재미있는 이벤트를 개최합니다. 마치 하나의 놀이처럼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세컨핸드 패션을 제안하죠. 이들의 행보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편리한 기술로 옷의 순환을 이룩해 누구나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실천하도록 만드는 것. 민트컬렉션의 노힘찬 대표를 만나 이들이 만들고 있는 패션 문화에 대해 물었습니다.

인터뷰어 현예진
인터뷰이 윤회 주식회사 대표 노힘찬
사진 박종일


옷의 생애 주기를 연장하는 기술

민트컬렉션 대표 노힘찬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민트컬렉션을 만들고 있는 윤회 주식회사의 대표 노힘찬입니다.

법인명이 무척 독특해요.

간혹 불교 신자들이 만든 회사인지 물어보시더라고요. (웃음) 저는 어렸을 때부터 벼룩시장에 가는 걸 좋아했는데요. 시장에 놓인 손때 묻은 사물들을 보며 어떤 사연이 있을지 혼자 상상하곤 했어요. 사물은 사람과 연결돼 있을 때 쓸모가 생기고, 연결이 끊어지는 순간 가치를 잃잖아요. 저는 이 순간 사물이 생명을 잃는다고 느껴지더라고요. 사물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다시 사람과 연결하는 것, 이 순환을 ‘윤회’라 보았어요.

윤회의 민트컬렉션은 어떤 서비스인가요?

민트컬렉션은 패션 산업의 불균형을 기술로 해결하는 순환 패션 플랫폼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옷이 폐기되기 전 단계를 유예시키는 사업이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요. 먼저 ‘MINT ID’라는 솔루션이 있어요. 브랜드가 옷을 만드는 단계에 민트컬렉션의 디지털 라벨을 부착하고 시장에 유통시키는 거예요. 고객들이 옷을 더 이상 안 입게 됐을 때 민트컬렉션에 보내주시면 판매해 옷의 N차 순환을 만들고 있어요.

나아가 브랜드의 재고 문제도 해결하고자 해요. 대기업은 아울렛과 같은 2차, 3차 시장으로 연결되지만, 대다수의 브랜드는 불가능하거든요. 브랜드의 감도와 맞지 않으면 진입할 수 없기도 하고요. 결국 많은 브랜드가 재고를 쌓아두다가 폐기하게 되는데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트컬렉션은 비시즌 컬렉션이라도 감도 높게 리브랜딩해 판매하고 있어요. 궁극적으로 민트컬렉션이 옷들의 회수지가 되어, 다른 사람에게 연결되게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미지 출처: 민트컬렉션

민트컬렉션은 기존 패션 산업 어떤 부분에 염증을 느껴 탄생했나요?

패션 산업 구조 자체가 많이 만들어서 많이 팔면 그만이잖아요. 제가 생각했을 때 핵심적인 문제는 유통 과정 자체였어요. 물론 급변하는 트렌드 속에서 신속히 판매해야 하는 고충은 이해해요. 많이 생산해서 팔고, 안 팔리는 것들은 2차에서 팔고, 그것도 안 되면 소각 폐기 처분하거나 제3국에 수출 명목으로 버리는 이 과정에 문제가 있다 생각했어요. 식품은 식약처에 허가받아야 정식 유통될 수 있지만, 의류는 그런 규제가 없기도 하고요. 규제가 없었기 때문에 투명하지 않았고, 무분별하게 해도 그동안 아무 문제가 없던 거예요.

다행히 유럽이랑 미국은 의류 공급망 관련해 법제화를 진행하고 있어요. 실례로 나이키, 아디다스 같은 대형 브랜드들이 선두에서 공급망을 투명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앞으로 이런 흐름이 점점 보편화될 거예요. 그런데 영세한 소규모 디자이너 브랜드는 변화를 알더라도 대응하기 쉽지 않아요. 친환경 소재로 바꿔야 한다면 디자인적으로 선택지가 좁아지고 단가도 올라가서 판매가 어려워지거든요. 그런 부분들을 민트컬렉션이 보완하고자 해요.

옷 라벨에 삽입한유니크 아이디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작은 브랜드에게 재고와 유통망을 관리할 수 있는 MINT ID가 좋은 솔루션이 되겠네요. MINT ID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제품 생산 단계에서 옷의 라벨에 유니크 아이디를 삽입하는 거예요. 라벨에 새겨진 디지털 워터마크를 민트컬렉션 앱에서 스캔하면 정품 인증을 받을 수 있고, 유통 경로를 파악할 수 있어요. 사용자가 더이상 입지 않는 옷은 민트컬렉션이 수거해 컨디셔닝하고 컨디션 등급을 체크해 재판매하는 시스템으로 이어집니다.

MINT ID로 보증된 상품의 경우 소비자가 N차 판매할 수 있습니다. 옷의 소모성을 어떻게 보완하고 있나요?

현재로서는 전문적인 세탁 및 복원은 어렵고, 단순 컨디셔닝 정도만 진행하고 있어요. 그 때문에 하자나 오염 수준이 높은 옷은 받지 않죠. 지금은 재판매가 가능한 수준의 옷을 수거하지만, 차후에는 옷을 복원해서 판매하고 싶어 하는 고객을 위한 솔루션도 준비하고 있어요.


창작자와 상생하는 구조

민트컬렉션 로고

패션에 분명한 유행이 존재하는 만큼, 시즌이 지난 상품을 소비하게 하려면 다른 전략이 있었을 거 같아요.

굉장히 어려운 과제죠. 패션 트렌드 주기를 5년이라고 본다면, 선두에 선 브랜드들과 협업하는 걸 주요하게 보고 있어요. 또한 서비스 타깃 고객도 뾰족하게 잡아야 했어요. 중고 의류를 소비하는 분들은 트렌드 때문에 구매하기보다, 다양한 아이템을 경험하고자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제휴한 브랜드와 어떤 시너지를 보여주느냐, 얼마나 멋스럽게 보여주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까요?

민트컬렉션만의 멋을 찾아간다고 할 수 있겠네요. 지난 5월 진행한 ‘리디자인 프로젝트555’도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어떻게 기획된 행사인가요?

‘리디자인 프로젝트555’는 리디자인 작가 10분과 함께한 전시 겸 팝업 스토어였어요. 리디자인하는 분들은 금전적인 것을 넘어, 작품의 가치에 대해 숙고하고 재창조를 통해 보여주고 싶어 하시는 것들이 많아요. 작가분들의 공통적인 고충은 바로 판매였는데요. 이 부분을 민트컬렉션이 보완해 보고 싶었어요. 리디자인 씬에서 활약하고 계신 분들을 한 자리에 모았고, 참여 작가분들과 방문객분들 모두 좋아하셔서 즐거웠던 행사였어요.

리디자인 역시 폐기되기 전 단계에서 의류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작업이잖아요. 정기적으로 진행하실 계획도 있으신가요?

리디자인하는 분들을 모아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랩(lab) 같은 걸 만들고 싶어요. 지속적으로 실험해야 새로운 것들이 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우선 저희는 리디자인 네트워크를 탄탄하게 확보하고 있어요. 큰 규모의 협업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민트컬렉션이 콘텐츠가 필요한 기업과 작가 간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궁극적으로 리디자인 작가분들과 리디자인의 가치가 많이 알려져 마니아층이 탄탄해지길 바라요.

옷을 입고 있는 마네킹

리디자인 분야 뿐만 아니라 다양한 패션 창작자와 협업하고 계시죠. 창작자 및 브랜드를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첫 번째는 만듦새에요. 실물로 감동을 줄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해요. 옷의 소재와 패턴, 마감과 기법 같은 것들을 살펴보면 잘 만든 옷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데요. 패션을 좋아하는 분들께 감동을 주기 위해선 옷의 만듦새를 꼼꼼히 따져봐야 하죠. 두 번째는 브랜딩에요. 이미지나 커뮤니케이션에 특화된 브랜드들을 선별해 함께하고 있어요.

서비스 전반에 대중적인 패션 보다 많은 패션을 경험하고자 하는 마니아층을 위한 요소가 두드러져요. 역시 의도하신 부분인가요?

맞습니다. 저희는 내부적으로 패션 취향이 확고한 편이고, 트렌디함에서 나오는 생명력을 굉장히 좋아해요. 소위 힙하다 생각하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유지해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금과 같은 톤앤매너가 형성된 거 같아요. 그렇다고 패션 마니아만을 타깃하고 있지는 않아요. 점차 바운더리를 넓혀갈 계획입니다.


놀듯이 즐기는 세컨 핸드 문화

민트컬렉션의 세컨 핸드 문화
이미지 출처: 민트컬렉션

민트컬렉션에서 옷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어떤 가치를 실현할 수 있나요?

어떤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구매하는 게 아니라, 편리함으로 인해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되면 좋겠어요. 구매하니까 보증이 되고, 판매하니까 일부 금액을 돌려받고, 결과적으로 탄소 배출량이 몇 킬로그램 절감됐다는 사실이 일상에 스며드는 방식으로요. 채식으로 예를 들자면 육식을 하는 사람에게 채식에 대한 논리와 이점을 강요하는 방법보다 ‘내가 좋아하는 건데 한 번 먹어봐’라며 직접 건네준 비건 음식에 실천을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저희는 패션을 패션대로 소비했을 뿐인데, 이런 편리함에 내재된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길 바라요. 굳이 환경 기업이라고 팻말을 걸어두고 싶지 않아요. ‘얘네 힙하고 편리한데 같이 놀다 보니까 되게 뜻깊은 의미가 담겨 있더라’ 이렇게 인식되길 원해요.

일각에서는 ‘소비’가 환경을 구원할 수 있는지에 의문을 표하기도 하죠. 이런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탄소 배출량이 큰 산업들이 많아요. 의류는 물론이고 근래에는 항공 산업도 크게 문제가 되고 있죠. 그렇다고 소비를 어떻게 안 하고 살겠어요. 소비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게 아니라, 어떤 소비가 건강한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소비자가 소비를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민트컬렉션의 역할 중 하나겠죠.

민트컬렉션 신발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건강한 패션 문화란 무엇인가요?

잘 산 옷을 오래 입는 거라고 생각해요. 옷을 더 이상 안 입게 됐을 때는 어떻게 다른 사람과 연결할지 고민해야 하죠. 폐기되기 전까지 쓸모를 유지하는 게 필요한데, 사실 그게 쉽지 않잖아요. 이때 민트컬렉션 같은 회사나 패션 리셀 기업들이 옷이 새로운 가치를 찾아 쓸모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의류의 생애 주기를 연장하는 문화가 더욱 대중화된다면 좋을 텐데요. 내부에서는 세컨핸드 패션의 대중화를 위해 어떤 것들을 계획하고 있나요?

지금처럼 잘 놀고 싶어요. 저희가 하던 대로 콘텐츠를 기획하거나, 때론 파티나 이벤트를 개최하는 모습이 될 거에요. 기억에 남는 행사 중 하나는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인데요. 그때 기획했던 첫 번째 이벤트가 ‘어글리 드레서 콘테스트’였어요. 민트컬렉션이 수거한 옷 중에 기괴하고 안 입을 법한 옷만 모아두고 콘테스트를 했었죠. 두 번째 이벤트는 ‘세상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입은 옷 만들기’ 기네스북 챌린지에 도전한 거예요. 리디자인한 입생로랑 재킷을 총 457명에게 입혔어요. 저희는 사람들이 놀듯이 중고 의류를 즐길 수 있게 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면서 직접 참여하도록 만드는 게 장벽을 없애는 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무언가 거창한 활동을 계획하기보다 마음을 얻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민트컬렉션의 궁극적인 목표가 궁금해요.

옷들이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옷이 옷답게 사는 생태계 만들기, 그게 저희의 목표에요.


쓸모를 잃은 옷의 ‘윤회’를 이룩하는 민트컬렉션. 이들은 패션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와 불균형을 해소하고 건강한 소비 문화를 만들고자 나아가가고 있습니다. 중고 의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의 참여를 독려할 수 있을 정도로 멋지고, 위트 넘치는 방식으로요. 아마 가까운 미래에 민트컬렉션의 패션 향유 문화가 굵직한 흐름으로 자리 잡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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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예진

비틀리고 왜곡된 것들에 마음을 기울입니다.
글로써 온기를 전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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