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스토어는
절약일까 낭비일까

범람하는 팝업스토어
필환경 흐름의 역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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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살고 있는 성수동은 매일이 새로운 동네라는 수식이 잘 어울린다. 집 밖을 나서면 꼭 한 번은 “여긴 또 언제 바뀌었어?”하고 놀라게 되니 말이다. 젊은 세대의 트렌드 중심지로서 늘 발 빠르게 변화해 온 곳이지만, 최근에는 그 속도가 따라가기 버거울 만큼 빠르다. 엔데믹 이후 홍수처럼 밀려든 팝업스토어들 때문이다. 팝업스토어는 그 특성상 공실을 단기 임대하거나 기존에 자리 잡은 매장과 협업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유휴공간을 활용하면서 주변 상권 활성화에도 큰 역할을 하기에, 모두를 윈윈(win-win)하게 만드는 좋은 수단 같다. 하지만 기업들은 자사 브랜드의 공간을 허투루 꾸미지 않는다. 대부분은 원래의 모습이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인테리어에 공을 들인다. 그 과정에서 소모되는 자원과 노동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며칠 혹은 몇 달만 쓰이고 사라질 이 공간, 어쩌면 많은 브랜드가 이야기하고 있는 친환경 흐름과는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정판으로 제공되는 브랜드 경험

웹사이트 팝업창처럼 순간 열렸다가 닫힌다고 해서 이름 붙은 팝업스토어는 ‘한정판 매장’과도 같다. 짧게는 하루, 길게는 한 달가량 운영하기 때문에 방문을 미루다가는 흔적조차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2002년 미국의 대형 할인점 타깃(Target)이 신규 매장을 열 만한 마땅한 공간이 없자 단기로 임시 매장을 설치했는데, 의외의 성공을 거두면서 팝업스토어의 시초가 되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팝업스토어는 몇 단계 더 나아가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매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정식 매장이 제품을 소개하고 즉각적인 매출을 만들어 내는 공간이라면, 팝업스토어는 브랜드가 소비자와 교감하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인테리어를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에 브랜드의 철학과 미션을 녹여내고, 소비자가 이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하면서 일종의 ‘놀이터’가 되어주는 것이다. MZ세대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경험의 공유를 즐기고 고루한 것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이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함에 따라, 팝업스토어가 주력 마케팅 채널이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tvN 팝업스토어
이미지 출처: tvN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팝업스토어는 패션 브랜드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주류를 비롯한 F&B 브랜드, 엔터테인먼트, 공공기관 등에서도 팝업스토어를 출점하고 있다. 오뚜기는 얼마 전 강렬한 붉은색 조명과 함께 핫소스 브랜드 타바스코의 공간을 열었고, 오비맥주 필굿은 고래사 어묵과 손잡고 편안한 집 안 콘셉트의 팝업스토어를 운영 중이다. tvN에서는 ‘즐거움 재건축 현장’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공사장 콘셉트로 공간을 꾸려, 연말 핫플레이스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의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특정 제품을 홍보하려는 목적이 아니더라도 잠재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긍정적으로 각인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입구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있자니 그 효과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다.


비용은 최소, 효용은 최대

팝업스토어라는 단어가 귀에 익숙해진 지는 꽤 오래됐지만, 최근 급격히 많이 눈에 띄고 있는 건 필자만의 느낌이 아닐 것이다. 생활변화관측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22년 7월에 커뮤니티와 네이버 블로그에서 ‘팝업스토어’를 언급한 빈도가 2020년 1월에 비해 5.9배 더 늘었다. 지난 2년여간 우리의 일상을 흔들었던 팬데믹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팝업스토어 열풍에 일조했기 때문이다.

장기간 소비가 침체되면서, 주요 상권의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었던 소상공인들이 매장을 비우기 시작한 것도 그 요인 중에 하나다. 공실은 늘었지만 팬데믹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예측하기 어려웠기에, 유명 브랜드라도 정식 매장을 내놓기에는 분명한 리스크가 있었을 것이다. 대신 적은 비용을 투자해 즉각적인 소비자 반응을 살필 수 있는 팝업스토어를 기획했다. 일종의 베타 버전으로 말이다.

더 현대 서울의 어도어 팝업스토어
이미지 출처: 어도어

백화점 업계 또한 비슷한 이유로 쉴 새 없이 새로운 팝업스토어를 출점하고 있다. 이제 백화점은 팝업을 통해 매출과 집객 효과가 검증된 브랜드와만 입점 계약을 맺는다. 팝업스토어 전성기의 주역으로서 성수동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더 현대 서울’은 2022년 상반기에만 150여 개의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불필요한 건축이나 장기 임대 없이도 빈 공간을 계속해서 탈바꿈해가며 사용할 수 있고, 적은 비용으로도 판매 수요를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팝업스토어는 자원을 아끼는 방법의 하나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공간들을 꾸미고 해체하는 과정에서 건당 몇 톤 단위의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자원 절감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지 의문스럽다.


친환경 제품에 걸맞은 친환경 공간

특히나 친환경 키워드를 내세운 팝업스토어는 그 존재가 더욱 모순적으로 느껴진다. 기후 위기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가치 소비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다양한 브랜드에서 환경에 친화적인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팝업스토어가 자주 활용된다. 하지만 환경에 정말로 도움이 되고 싶다면 오프라인 매장을 열지 않는 것이 가장 쉽고 간단한 방법이다. 제로웨이스트샵이 우후죽순 등장했을 때도, 기존에 사용하던 것들을 버리게 하고 새로운 소비를 부추기면서 오히려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었다.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단지 마케팅 수단으로서 친환경을 이용하는 것이 아닌지 소비자들은 진정성에 대한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

매일유업의 친환경 카페형 팝업스토어
이미지 출처: 프로젝트렌트

이러한 의심의 눈초리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는 기업들도 있다. 지난달 매일유업에서는 식물성 음료 브랜드 ‘어메이징 오트’를 홍보하기 위해 카페형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비건 디저트 메뉴부터 포토존, 베이킹 클래스, 다양한 굿즈 등을 선보였고 1만여 명의 방문객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문을 닫았다.

오트는 재배 시 물과 토양을 적게 사용하여 친환경적인 곡물로도 알려져 있는데, 지구를 살린다는 제품의 메시지에 걸맞게 공간을 꾸몄다. 특히 버려진 우드 팔레트와 볏짚을 재활용해 만든 가구는 독특하면서도 계절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져 호평 일색이었다. 디저트를 포장하는 고객에겐 비닐봉지를 제공하지 않고 가져온 다회용기에만 담아갈 수 있도록 안내했다. 그러나 이는 공간을 구성하는 많은 요소 중 일부이기에, 이곳 역시 철거 시에는 적지 않은 양의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코오롱스포츠 팝업스토어
이미지 출처: 코오롱스포츠

코오롱스포츠의 팝업스토어 ‘솟솟리버스 제주점’은 장소 물색에서부터 지속 가능성을 고려했다. 오래된 폐건물에 최소한의 마감재를 사용해 가꾸어 낸 이 공간에는 리버스(Re-birth)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시 태어난 것들로 가득하다. 진열대와 행거로는 조천읍과 성산읍 바닷가 일대에 떠돌아다니던 스티로폼 부표를 재활용했다. 지역의 특색도 살리면서, 지속 가능성이라는 메시지를 한 번 더 각인시킨다. 판매하고 있는 제품들 또한 모두 업사이클링으로 재탄생된 것들이다. 선택받지 못해 버려질 뻔한 재고 제품에 새로운 디자인과 후가공을 더 해 세상에 하나뿐인 제품으로 탈바꿈시켰다. 제품의 업사이클링 스토리를 확인할 수 있는 QR코드도 함께 부착되어 있어, 더 특별하고 가치 있게 느껴진다.

이곳에서는 단순한 제품 구매를 넘어 지속 가능한 활동에 몸소 참여할 수도 있다. 사용하던 에코백에 와펜을 부착해 새로움을 더하는 DIY 클래스를 운영하며, 제주 여행에 필요한 백패킹, 캠핑 장비를 대여해주는 렌탈 서비스도 제공한다. 브랜드가 지향하는 지속 가능성의 철학을 다양한 모양으로 전달하고 있어, 친환경을 테마로 한 팝업스토어를 구상 중이라면 참고하기 좋을 곳이다.


필(必)환경의 시대가 도래했다. 친환경은 이제 유통업계와 뗄 수 없는 키워드다. 하지만 동시에, 환경에 해가 되는 것을 친환경인 것처럼 포장하여 홍보하는 그린워싱(Greenwashing)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팝업스토어가 적은 비용으로 상당한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마케팅 수단임은 틀림없다. 이윤추구가 가장 중요한 기업이 환경만을 고려해 이런 좋은 도구를 포기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그러나 짧게 사용되고 버려지는 팝업스토어가 제로웨이스트, 친환경 등의 단어와 어울리는 것도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린워싱 팝업스토어’라는 오명을 쓰지 않고 메시지에 진정성을 더하기 위해서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밀도 있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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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유림

탁유림

아무래도 좋을 것들을 찾아 모으는 사람.
고이고 싶지 않아 잔물결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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