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항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카뮈의 메시지

내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한 투쟁
알베르 카뮈의 대표작 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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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경제 침체, 끊임없는 사고와 재해 소식들. 불안으로 가득한 2023년을 맞은 독자 여러분, 모두 안녕하신가요? 문득 하루하루 불안정한 것들에 기대어 버티는 것 같을 때,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 대한 의구심이 몰려올 때가 있습니다. 나는 왜 사는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근본적인 질문이 떠오르면서 별 탈 없었던 일상이 순식간에 권태로워지죠. 내 삶을 변화시키고 싶다는 바람을 넘어 ‘변해야만 한다’는 결연한 마음으로 불타오르는 여러분께 소개하고 싶은 작가가 있습니다. 최근 교보문고 특별 한정판 ‘디 에센셜 시리즈’로 출간되어 열렬한 호응을 받고 있는데요. 내 삶을 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반항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작가, 알베르 카뮈입니다. 나름 카뮈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그의 철학은 낯선 분들, 고전이 주는 왠지 모를 막막함을 느끼는 분들을 위해 카뮈의 일관된 메시지를 담아낸 대표작들을 간략히 소개합니다.


『시지프 신화』

“신들은 시지프에게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끊임없이 굴려 올리는 형벌을 내렸다. 그런데 이 바위는 그 자체의 무게 때문에 산꼭대기에서 다시 굴러 떨어지곤 했다. 신들은 무용하고 희망 없는 노동보다 끔찍한 형벌은 없다고 보았는데 그것은 이유 있는 생각이었다.”

_알베르 카뮈, 『시지프 신화』

알베르 카뮈, 『시지프 신화』
이미지 출처: 민음사

여기 바위를 굴리는 사내, 시지프가 있습니다. 그는 신들을 농락한 죄로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굴려 올라가는 형벌을 받습니다. 울퉁불퉁한 바위산에서 맨몸으로 열심히 바위를 굴려 꼭대기에 도착하는 순간, 바위는 미끄러지며 바닥으로 추락합니다. 처음부터 다시 바위를 굴려야 하는 시지프. 그는 다시 출발 지점부터 바위를 밀며 산에 올라갑니다. 시지프의 과업은 이렇게 영원히 되풀이됩니다. 이 신화는 지독하리만치 비극적입니다. 목표도, 의미도, 성과도 없는 무의미한 노력이 영원히 계속되지만, 이 과업을 하는 주인공의 의식은 명징하게 깨어 있기 때문이죠.

『시지프 신화』는 이 시지프 신화를 토대로 한 카뮈의 철학 에세이입니다. 카뮈는 우리가 ‘갑자기 무대장치가 붕괴하는 일’을 겪는다고 합니다.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내 안에서 무언가가 뚝 끊어지면서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 ‘왜?’라는 의문이 솟구칩니다. 이렇게 의식이 깨어나는 순간이 바로 부조리의 시작입니다. 갖은 고생 후 산꼭대기, 즉 정상이라는 목표에 도달하면 이내 땅으로 굴러떨어져 버리는 바위를 바라보는 시지프가 된 듯,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에 대한 허무함, 절망감, 분노가 일어나죠. 정상이라는 목표는 오히려 우리를 현혹하는 무의미와 부조리의 상징일 뿐입니다.

자신의 숙명이 지닌 부조리를 마주한 사람은 현실을 외면합니다. 하지만 신화 속 시지프는 물리적, 정신적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바위를 굴립니다. 카뮈는 신들에게 반항하며 바위를 밀어 올리는 시지프의 고귀한 성실성에 박수를 보내죠. 우리는 모든 것이 짜인 틀 속에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죽음이라는 숙명을 향해 하루하루 다가가고 있지만, 그 부조리의 고통을 오롯이 견디는 사람에게 그 바위와 운명은 그 자신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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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우리 시민들은 이 작은 도시가 쥐들이 햇빛 비치는 곳으로 나와 죽고 수위가 이상한 병으로 목숨을 잃게 되는 특별한 공간이 되리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_알베르 카뮈, 『페스트』

알베르 카뮈, 『페스트』
이미지 출처: 민음사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재조명된 작품이기도 하죠. 『페스트』는 전염병으로 뒤덮인 도시 ‘오랑’이 배경입니다. 재난 현장에서 환자들을 살피는 의사 ‘리유’와 페스트로 혼란한 세상을 관찰하며 기록하는 ‘타루’는 전염병으로 모든 것이 비정상이 된 세상에서 인간은 어떻게 행동하는지 날카롭게 통찰합니다. 리유와 타루의 증언을 통해 우리는 페스트를 마주한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사태를 직면하고 해결하며 돌파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됩니다.

오랑에서는 페스트에 걸리지 않은 사람이 희귀할 정도입니다. 정상이 비정상이 되고, 비정상이 정상이 된 세계죠. 우리는 페스트 진전 상황에 따라 한 집단의 이념이나 개인의 태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게 되는데요. 이야기가 결말에 다다랐을 때, 위기와 재난이 일상이 된 기형적인 세상 속에서도 변함없이 자기 일을 해내는 사람, 바로 주인공 리유의 모습이 작가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이상적 인간상임을 깨닫게 됩니다. 책 속에서 한 인물은 이렇게 말하죠. “오직, 어둠 속에서 더듬거리면서라도 앞으로 나아가며 선을 행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비정상에서 벗어나 정상이 되기 위한 고군분투와 해답을 궁구하는 태도 그 자체가 가치 있는 삶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소설 속 페스트는 문자 그대로 전염병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실제 죽음과도 일맥상통하죠. 책의 결말처럼 전염병은 물러갈 수 있지만, 우리가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은 절대 변하지 않습니다. 이 책은 비단 실제 전염병과의 투쟁에서 나아가 언젠가 반드시 맞이할 죽음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바로잡을 수 있게 도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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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도대체 피고는 어머니를 매장한 것으로 해서 기소된 것입니까, 아니면 살인을 한 것으로 해서 기소된 것입니까?” “범죄자의 마음으로 자기의 어머니를 매장했으므로, 나는 이 사람의 유죄를 주장하는 것입니다.”

_알베르 카뮈, 『이방인』

알베르 카뮈, 『이방인』
이미지 출처: 민음사

어머니의 죽음에도 슬퍼하지 않을뿐더러 햇빛이 눈이 부셔서 사람을 죽인 냉혹한 살인자. 판사는 한 남자를 감정도 연민도 없는 살인자라며 국민의 이름으로 사형을 명합니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전설적인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고전. 마지막으로 소개할 작품은 『이방인』입니다.

책의 줄거리는 매우 단순합니다. 태양이 눈 부셔서 아랍인을 죽인 주인공 뫼르소는 며칠 전 있었던 어머니 장례식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는 진술을 근거로 기소됩니다. 세상은 죄인 뫼르소에게 강요합니다. 어떤 때는 슬퍼하며 쓰러지기도 해야 하고, 어떤 때는 적당히 타협해야 하고, 어떤 때는 종교에 귀의해 고해성사해야 한다고요. 작중 모든 장면에 등장하는 ‘태양’으로 대변되는 사회의 시선은 죽을 때까지 뫼르소를 따라다니며 세상이 정한 기준을 강요합니다. 마치 세상이 한 개인의 운명을 결정하고 그 안에서만 살아갈 수 있도록 규정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뫼르소는 사회의 틀에 갇히기를 거부합니다. 일반화라는 기준에 맞서 저항하는 뫼르소의 주체적 면모는 작품 1부 마지막, 태양 빛에 눈이 부셔 권총으로 아랍인을 죽이는 순간에 빛을 발합니다. 권총이 우연히 발사되어 사람이 죽은 상황에서 한 발 나아가 ‘능동적으로’ 네 발의 총을 더 발사해 자기 운명을 직접 결정지은 것이죠. 하늘 아래 피할 곳 없는 태양과 같은 세상의 시선 속에, 자기 운명에 대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주체적 행동을 해내는 것입니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운명을 자기 손으로 결정하고자 했던 능동적 인간 뫼르소. 작가는 그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자신의 의지로 만들었다고 믿고 있는 내 삶을 하나하나 뜯어봅시다. 우리는 태양 아래 자유롭고 주체적인 사람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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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의 메세지

알베르 카뮈
알베르 카뮈, 이미지 출처: 갈리마르 출판사

카뮈가 자기 작품들에서 일관되게 강조하는 것은 부조리 속에서 좌절하지 않는 성실성입니다. 삶은 아이러니하게도 죽음과 등을 맞대고 있습니다. 죽음이라는 숙명에 순복해 자살하기보다는 주어진 삶을 살아내기로 다짐한 사람들에게 카뮈는 말합니다. 이왕 살아가기로 한 인생을 내 손에 쥐고 내 것으로 삼으라고, 그것은 삶이라는 바위를 굴리는 성실함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요.

카뮈는 반드시 변화와 성과가 있어야 의미 있는 인생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행위의 무의미함을 알고 있음에도 자기 바위를 굴리는 시지프, 모두 전염병으로 죽을 것임을 알면서도 직업적 소명을 다하는 리유, 사형이라는 죽음이 결정된 가운데 자기 숙명을 제 손으로 결정지은 뫼르소. 카뮈의 책 속 주인공들은 모두 삶이 지닌 부조리를 알고 있었지만, 그 비참한 운명조차 내 것으로 만들겠다며 한발 더 나아가고 다시 일상을 차곡차곡 쌓아 올릴 준비를 하며 신발 끈을 묶습니다.


여러분은 자신의 삶을 살고 있나요? 카뮈의 말에 따르면 부조리를 느끼는 순간이 바로 진정한 삶의 시작입니다. 숱한 장벽과 무용해 보이는 도전 앞에 꺾이지 않는 강인한 생의 의지를 다해 내 인생의 주인이 되는 새해를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부조리 속에서 오늘도 변함없이 일상을 쌓은 오늘의 독자님들은 진정한 자기 삶을 살아낼 준비를 마친 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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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빈

고전이라는 창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
방황하고 반항하며 만드는 담론이 세상을 바꾼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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