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을 바라보는
또 다른 방법

역사학자 차장섭의
사진집 두 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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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눈을 감고 한옥을 떠올려 보세요. 어떤 모습이 그려지나요? 건물을 단단히 받치는 기둥, 널따란 대청, 푸른 하늘에 시원한 곡선을 그리며 완성되는 지붕. 어쩌면 우리는 서로 비슷한 모양의 한옥을 그려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옥에는 우리가 쉽게 접하지 못했던 아름다움이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한옥 속 미학을 사진으로 보존하는 역사학자 차장섭의 사진집 두 권과 함께 또 다른 각도로 한옥을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생경하지만 이내 빠져들게 될 한옥의 요소를 소개합니다.


인간과 자연 사이의 존재,
한옥

한옥의 지붕
이미지 출처: Pixabay

“흔히 인간을 소우주小宇宙라 하고 자연을 대우주大宇宙라 한다. 집은 그 가운데 존재하는 중우주中宇宙이다. 대우주와 중우주, 그리고 소우주는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하나다.”

_차장섭, 『한옥의 벽』

한옥은 홀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빛의 궤적과 바람길마저도 설계의 일부인 한옥은 자연 안에서 토대를 잡고 나서야 비로소 시작될 수 있지요. 그리고 그 안에서 사람의 일상이 전개되며 한옥에는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스며들기 시작합니다. 한옥이 인간과 자연을 이어주며 생명력을 키워가는 건축물인 이유입니다.

한옥이 인간과 자연을 연결하는 방법은 건물 곳곳에 드러나 있습니다. 공허함이 아닌 가능성을 지닌 여백, 이 땅 곳곳을 흐르는 물과 같이 자연스러운 곡선, 비대칭이 모여 성립되는 질서 등이 그것입니다. 우리가 쉬이 접해 왔던 한옥의 외부 요소뿐만 아니라 내부 요소에서도 이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벽과 천장입니다.


한옥의 벽에서 발견한 자유

한옥의 벽
이미지 출처: unsplash

건축물에서 벽은 기본적으로 안과 밖을 구분해줍니다. 그리고 우리가 어떠한 공간에 이름을 붙이고 역할을 부여할 때 그 출발점이 되기도 하지요. 그렇게 공간의 탄생을 함께한 벽은, 내내 공간과 사람을 위한 보호막으로 존재합니다. 더운 여름에는 바깥의 열을, 추운 겨울에는 차가운 바람을 막아주며 외부의 변수로부터 우리를 지켜줍니다.

한옥의 벽은 ‘보호’라는 키워드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자유’로 향합니다. 자연과 사람을 잇는 동시에 그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하기 때문이지요. 자연물로 완성되었기에 존재할 수 있는 미세한 바람구멍부터, 언제든 세상 밖으로 나가고자 할 때 열 수 있는 문까지. 안에서도 바깥 사정을 살필 수 있게 하는 눈곱재기창처럼 한옥의 벽은 언제나 여지를 품고 있습니다.

차창섭의 『한옥의 벽』
이미지 출처: 열화당 공식 홈페이지

전국의 고택을 방문 조사하는 과정에서 한옥에 매료된 역사학자 차장섭은 한옥의 벽과 천장을 수백여 장의 사진에 담아 두 권의 책으로 엮었습니다. 그중에 한 권이 『한옥의 벽』입니다. 이 책에 실린 137장의 장면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균형’입니다. 그 균형은 비대칭에서 비롯되었기에 더 안온하고 특별합니다. 한옥의 벽이 품은 무한한 가능성이 방종이 아닌 자유로 귀결되는 데에는 이러한 비대칭에서부터 완성된 균형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옥의 벽』 상세 페이지
『한옥의 벽』 구매 페이지


한옥의 천장으로부터 배우는
포용의 자세

한옥의 천장

우리는 언제 누울 수 있을까요? 필자는 이 질문에 ‘안전하다는 확신이 들 때’라 답하고 싶습니다. 내가 나로서 온전히 존재할 수 있다는 확신과 더불어 몸을 바닥에 누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바로 천장의 풍경입니다. 어떠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낼 때 안전하다는 감각을 느끼게 되는 바탕에는, 우리가 천장을 마주하며 얻는 안도감이 존재합니다.

서까래가 그대로 드러나 있기도 하고, 깨끗한 종이를 발라 평평하기도 한 한옥의 천장. 그 형태는 다양해도, 한옥에서 살아가는 우리를 넉넉하게 감싼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서까래에 드러난 곡선은 마치 수많은 사람의 삶을 품고 길게 뻗어 있는 산맥과 하천의 줄기를 닮았습니다. 그리고 평평한 종이에 어려 있는 여백은 세상 만물을 품은 깨끗한 하늘을 닮았지요. 한옥의 천장에서만 마주할 수 있는 이러한 넉넉함은, ‘안전’이라는 천장의 본질과 어우러져 편안하다는 감각으로 완성됩니다.

『한옥의 천장』
이미지 출처: 열화당 공식 홈페이지

『한옥의 천장』에는 전국 곳곳의 한옥에 존재하는 143개의 서로 다른 천장 풍경이 담겨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한옥의 벽』과 더불어, 책에 실려 있는 사진들은 모두 흑백이기에 독자는 오직 점, 선, 면으로만 이뤄진 본질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한옥의 외관을 볼 기회는 많았지만 그 안에 들어가 직접 누워 천장을 바라볼 기회는 적었던 우리에게 『한옥의 천장』은 새로운 발견의 계기를 마련합니다. 여백과 곡선으로 우리를 포용하는 천장을 마주할 기회 말이죠.


『한옥의 천장』 상세 페이지
『한옥의 천장』 구매 페이지


하나의 건축물에 스며 있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합니다. 무한한 자연에서부터 태어나 수많은 사람의 하루하루가 깃들어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건축물 역시 이야기를 지닌 콘텐츠가 아닐까요? 한옥이라는 콘텐츠가 품은 영감은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졌습니다. 그러한 한옥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는 것은 한옥이 지닌 영감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첫걸음이 되겠지요. 한옥이 선사하는 영감을 떠올리며 필자는 현재를 바라봅니다. 매 순간 자유롭게 가능성을 열어두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포용하고 있는지 떠올립니다. 나아가, 누군가에게도 그러한 존재로 함께하며 영감과 힘을 전하고 있는지 되돌아봅니다.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너른 한옥처럼 살아가길 소망합니다.


유스

유스

파란 하늘처럼 청명한 힘을 글과 사진에 담고자 하는 사람.
콘텐츠가 선사하는 영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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