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하신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 아래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 수많은 자기소개의 첫 줄을 장식했던 문장입니다.
필자의 소개를 조금 할까요? 필자는 운전을 할 줄 모르는 아버지와 와일드한 어머니 사이에서 집안의 대소사를 담당하는 ‘제3의 가장’으로 자랐습니다. 엄격하신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를 가진 수많은 이들과 다른 삶을 살았죠.
때때로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나는 왜 ‘보통의 삶’을 살지 못하는 걸까? 그러다 다시 생각합니다. 나처럼 ‘보통의 삶’을 살지 않는 이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어머니의
『칼자국』
‘어머니’를 기억할 때 여러분은 어떤 단어를 가장 먼저 떠올리시나요? 김애란의 『칼자국』 속 딸은 ‘칼’을 가장 먼저 떠올립니다. 딸이 ‘칼’을 가장 먼저 떠올린 이유는 어머니가 ‘칼을 쥔 여자’이기 때문입니다.
‘칼’이라는 날카롭고 거친 도구를 자기 몸처럼 다루게 된 어머니의 삶은 결코 녹록지 않습니다. 남편 대신 가장이 된 어머니는 칼에 손이 베이고 다쳐도 국수를 만듭니다. 어머니의 성실함은 아버지가 동네 목욕탕 때밀이 여자와 바람이 났을 때도, 갑작스러운 뇌졸중으로 사망하던 날에도 이어집니다.
“나는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과 함께 그 재료에 난 칼자국도 함께 삼켰다. 어두운 내 몸속에는 실로 무수한 칼자국이 새겨져있다. 그것은 혈관을 타고 다니며 나를 건드린다. 내게 어미가 아픈 것은 그 때문이다. 기관들이 다 아는 것이다. 나는 ‘가슴이 아프다’는 말을 물리적으로 이해한다.”
_김애란,『칼자국』
그런 어머니의 ‘칼자국’을 삼키며 어른이 된 딸과, 무딘 칼을 갈고 또 다듬어야만 했던 어머니의 삶 사이를 가로지르는 『칼자국』. 『칼자국』에 새겨진 어머니와 딸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세상에서 제일 특별한,
『나의 작은 아빠』
“저를 만나서 기뻤습니다. 하지만 제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죠.”
_다비드 칼리,『나의 작은 아빠』
치매는 뇌세포가 사멸하는 질병으로 대표적인 증상은 퇴행입니다. 기억력, 판단력, 언어능력 등 인지 기능의 이상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나의 작은 아빠』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버지의 ‘보호자’가 된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책입니다.
무엇이든 척척 아버지는 아들의 ‘슈퍼 히어로’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의 ‘슈퍼 히어로’가 “나보다 키가 커졌구나!”라고 말합니다. 아들은 아버지가 식탁에 앉을 때, 더는 발이 바닥에 닿지 않는 것을 깨닫습니다. 성인이 된 아들이 더 커진 것이 아니라, 아버지가 점점 작아지고 있었던 것이죠.
아들은 예전 아빠가 해주었던 것처럼 ‘작은 아빠’를 무릎에 앉히고 자장가를 불러주고, 매일 전화를 걸어 오늘 겪었던 일들을 이야기합니다. 작가 다비드 칼리는 몇 년 전에 어머니가 조기 노인성 치매에 걸린 경험을 통해 이 이야기를 만들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나를 만나서 기뻐하지만 내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작은 아빠’와의 일상. ‘돌봄’을 새로운 시선으로 이야기하는 『나의 작은 아빠』를 만나보세요.
『나의 작은 아빠』 상세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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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은 딸이 사장인가봐”,
『가녀장의 시대』
“복희에게 아름다움이란 계절의 흐름, 맑은 날에나 궃은 날에나 자라기를 포기하지 않는 존재들, 웅이에게 아름다움이란 슬픔과 기쁨의 극치를 아는 가수의 목소리, 밥하고 글쓰는 두 여자, 슬아에게 아름다움이란 단정하고 힘있는 언어, 그리고 동료가 된 모부의 뒷모습.”
_이슬아, 『가녀장의 시대』
앞서 소개한 『칼자국』처럼 『가녀장의 시대』에도 딸과 모부가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슬아의 『가녀장의 시대』 속 딸 ‘슬아’는 모부의 돌봄을 받는 존재가 아닙니다. 모부를 ‘돌보는’ 존재도 아닙니다. 슬아는 가족이 거주하는 집의 주인이자, 모부에게 월급을 주는 낮잠 출판사의 대표입니다.
가부장적인 할아버지의 통제 하에 모든 것이 굴러가던 집에서 슬아는 할아버지처럼 ‘사장님’이 되겠다는 야망을 가지고, 그것을 실현해냅니다. 어머니 복희가 아침을 차리고 아버지 웅이가 청소를 할 때, 슬아는 자기관리를 위해 요가를 합니다.
『가녀장의 시대』는 얼핏 보면 집안의 절대 권력을 가진 딸과 모부의 이야기 같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 지구상에서 ‘우연히’ 만나 부모와 자식이라는 특별한 관계가 된 이들이 ‘팀’이 되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집안일을 나누는 대신 어머니 복희의 가사노동에 월급을 주고, 아버지 웅이와 맞담배를 피우는 딸 ‘슬아’와 가족들의 이야기. 이슬아 작가의 언어로 새롭게 해석한 가족을 『가녀장의 시대』로 만나보세요.
어른이 되어도 궁금해요,
『이게 정말 나일까?』
“그래! ‘가짜 나’를 하나 만들어야겠어! 그래서 그 녀석에게 몽땅 시켜야지!”
_요시타케 신스케, 『이게 정말 나일까?』
요시타케 신스케의 그림책 『이게 정말 나일까?』 속 ‘지후’는 숙제, 심부름, 방 청소… 하기 싫은 일에 질려버립니다. 그래서 결심합니다. ‘가짜 나’를 하나 만들기로요. 지후는 용돈을 탈탈 털어 ‘도우미 로봇’을 구매합니다.
로봇을 ‘가짜 나’로 만들기 위해 지후는 ‘진짜 나’에 대해 알려주어야 합니다. 지후가 자신을 어떻게 말할지 고민하자 로봇은 ‘나는 ㅇㅇ이야’라고 하나씩 말해보기를 어떨까요?”라고 제안합니다. 로봇과 함께 집에 가는 길, 지후는 길고 긴 자기소개를 시작합니다. “안녕. 내 이름은 지후야. 내 가족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내가 싫어하는 것은…”
학창 시절, 남보다 ‘조금’ 소심했던 필자는 새 학기 첫날을 가장 싫어했습니다. 낯선 사람에게 나를 소개하는 게, 남이 아닌 나에 대해 생각하는 게 퍽 어려웠거든요. ‘나’를 말하는 것이 어려운 어른들에게 추천합니다. 지후와 함께 ‘나’를 찾아보세요.
『이게 정말 나일까?』 상세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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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인생이니까”
진학, 취업, 결혼, 출산 등… 사회는 ‘삶’을 선로로 비유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정해진 선로를 따라가는 것은 아닙니다. 남들과 다른 부모, 다른 삶, 다른 생각을 가지면 어떤가요. 정해진 선로를 조금 벗어나면 또 어떤가요. 그것조차 ‘나’이고, 그것도 인생인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