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재계’란 말 들어보셨나요? 목욕을 깨끗이 하여 마음을 가다듬고 부정을 피하는 일을 말해요. 어릴 적 필자의 아버지는 새해 아침이면 필자를 목욕탕에 끌고 가 살가죽을 벗길 듯 몸을 구석구석 씻기곤 했는데요. 명절이나 제사 같은 특별한 날, 시험이나 면접 같은 중요한 일을 앞두고 우리는 몸을 씻으며 다음을 준비하곤 합니다. 이렇듯 씻는 행위는 흐트러진 정신과 어지러운 마음을 가지런히 정리하는 의식이라고도 말할 수 있어요. 오늘은 혼자 조용히 탕에 몸을 담글 수 있는 서울의 1인 목욕탕을 소개합니다. 꼭 스페셜 이벤트가 없어도 좋아요. 뭉친 마음을 풀고 가벼운 내일을 맞이하고 싶은 모두를 위해 준비했습니다.
후암별채
서울의 중심이지만 여전히 예스러움이 남아 있는 동네, 후암동. 2016년 이곳에 자리 잡은 로컬브랜드 ‘후암연립’은 마을의 이야기를 담아 다양한 공유 공간을 운영하고 있어요. 그중 하나인 후암별채는 도심 속 한나절 휴양지를 표방합니다. 욕조 가득 따뜻한 물을 받아 놓고 반신욕과 차 한 잔을 즐길 수 있죠. 하루에 한 명만 이용할 수 있는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음악을 듣거나 독서를 할 수도 있습니다. 원한다면 흔들의자에 앉아 달콤한 낮잠을 자도 좋아요.
후암별채 두 번째 공간인 후암별채 이누스는 욕실 전문 브랜드 이누스와 함께 만든 공간입니다. 편백으로 만든 히노끼 욕조를 두어 자연 속에서 온천을 즐기는 듯한 기분을 선사해요.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선물 같은 하루가 될 거예요. 이용 시간은 6시간, 오후 1시부터 자정까지 원하는 시간대에 예약할 수 있습니다.
주소: 서울 용산구 후암로35길 39
문의: 010-6835-6552
이용 시간: 6시간(오후 1시부터 자정까지 운영)
위크엔더스 바쓰
브랜드 위크엔더스는 강릉을 중심으로 숙박과 액티비티, F&B 등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여러 콘텐츠를 운영해요. 자연이 주는 충전의 시간을 바쁜 현대인에게 공유하고자 다채로운 웰니스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위크엔더스 바쓰는 앞서 안티에그 서하 에디터가 소개한 바 있는 송정동 1유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위크엔더스의 프로젝트예요.
강릉의 바다를 서울로 가져와 현대인에게 쉼과 힐링을 전합니다. 욕조에 앉아서 가만히 창밖 나무의 움직임을 보거나, 방수가 되는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어요. 음료나 와인, 간단한 스낵을 들고 가서 음악에 집중할 수도 있죠. 8종의 아로마 입욕제와 비건 어메니티, 목욕 후 마실 수 있는 재스민 차 등 섬세하게 준비한 물품들은 자연이 주는 에너지를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답니다.
주소: 서울특별시 성동구 송정18길 1-1, 2층 6호
문의: 0507-1403-9212
이용 시간: 3시간(오전 8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운영)
INSTAGRAM : @official.weekenders
북어나잇, 시인의 집
서촌 이화 한옥 스테이에서 운영하는 북어나잇, 시인의 집은 1인 여행자를 위한 여성 전용 한옥 숙소예요. ‘사슴’이란 시로 유명한 노천명 시인이 살았던 집터에 자리했습니다. 고즈넉한 동네인 서촌에 있어서 서울에 여행 온 사람도, 서울에 사는 사람도, 일상을 벗어나고픈 누구라도 여행자의 기분을 느낄 수 있죠. 한옥의 마당을 공용 공간으로 사용하고 개인실을 이용하는데, 각 방에는 편백으로 둘러싸인 욕실과 욕조가 있답니다. 빠르고 시끄러운 도심 속 보물처럼 자리한 한옥에서 특유의 여유와 따스함을 만끽할 수 있어요.
목욕을 마치고 가까운 경복궁을 산책하거나, 서촌의 맛집을 찾아 가보는 것도 좋습니다. 노곤해진 몸과 부른 배를 안고 곧장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면 그곳이 천국 아닐까요? 같은 방에 묵었던 여행자들이 남긴 방명록을 읽으면서 하루를 마무리해 보세요. 시공간을 넘어 그들과 소통하는 시간은 무엇보다 큰 힘이 되어 줄 거예요.
주소: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 26-21
문의: 공식 인스타그램
이용 시간: 입실은 오후 4시부터, 퇴실은 오전 11시까지)
INSTAGRAM : @bookanight_seochon
언제부터 우리는 삶에 ‘충전’이란 말을 붙여 사용하곤 해요. 삶은 그 자체로 충만하고 완전하지만,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우리를 둘러싼 현실이 조금조금 삶의 부분까지 갉아 먹는 것 같아 가슴이 저리곤 합니다. 이 글을 읽는 지금, 나도 충전이 필요한 건 아닌지 한번 들여다보세요. 일상에 활력이 부족하다면, 마음에 환기가 절실하다면 그래서 조금 더 채워진 내일을 기대하고 싶다면, 지금이 바로 목욕재계가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