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물은 ‘밈’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콘텐츠 속에서
이야기로 재탄생 되는 ‘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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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어 ‘미메마(Mimema)’에 어원을 두고 있는 ‘밈(MEME)’은 현재 온라인을 통해 유행하거나 퍼진 썰, 대사, 짤 등을 통칭하는 용어로 자리 잡았다. 밈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되며 퍼진다는 것이다.

2017년 발매된 가수 비의 노래 ‘깡’의 흥행도 밈의 영향이었다. 독특한 구성의 ‘깡’이 역주행을 하며 이른바 ‘1일 1깡’의 주인공이 된 것은 밈으로 화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비는 ‘깡’으로 CF도 촬영했고, 노래 가사인 ‘화려한 조명이 나를 감싸네’는 아직까지도 다양한 콘텐츠에서 자막으로 활용하고 있다. 드라마 ‘야인시대’에 출연했던 배우 김영철의 대사 ‘사딸라!’도 밈으로 크게 흥하며, 배우 김영철은 해당 대사로 햄버거 CF도 촬영하게 됐다.

앞선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다. 밈과 콘텐츠의 관계가 밀접하다는 것, 수많은 밈이 가사, 대사 등 콘텐츠에서 파생되었다는 것. 하지만 요즘 밈과 콘텐츠의 관계가 바뀌고 있다. 밈이 콘텐츠 속에서 ‘이야기’로 재탄생 되고 있는 것이다.


'보라! 데보라' 드라마 포스터
이미지 출처: ENA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말이에요. 자기 배설물 위에 누워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누군가는 한 컵의 물을 받아서 반만 마시고 나머지 반으로는 세수를 했어요. 유리조각으로 식판 뒤 얼굴을 보면서 면도도 했어요. 그렇게 살아남았어요. 외모를 가꾸고 치장하는 건 생존의 문제라는 거에요.”

_드라마 ‘보라 데보라’

최근 ENA 드라마 ‘보라 데보라’에서 해당 대사가 방영되며 큰 논란을 빚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나치가 유대인을 대규모 학살했던 비극이 담긴 역사적인 장소이자, 유대인 탄압의 상징이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연애와 외모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비극을 인용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수용자들이 ‘깨끗한 외모’를 가꾸려 노력했던 것은 그런 이유와는 거리가 멀었다. 병이 들어 일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곧장 가스실로 보내졌기 때문에, 외모를 가꿔 ‘나는 건강하고 일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고자 했던 것이다. 나치의 무차별한 학살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고자 했던 행동이기도 했다. 결국 제작진이 공식적으로 사과의 뜻을 밝히며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또 하나의 의문이 제기됐다. 해당 대사가 트위터에서 시작했다는 지적이었다.


그거 ‘트위터’에서 시작된 건데요

다양한 SNS 로고
이미지 출처: Unsplash

스마트폰의 보편화와 함께 SNS 이용자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 30일, 연합뉴스 기사에 따르면 트위터 사용자는 2022년 4월 497만 명에서 1년 동안 87만 명이 증가해, 현재 트위터는 584만 명이 이용하고 있다. 트위터 코리아의 2021년 국내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트위터 유저의 47.8%가 새로운 트렌드, 정보와 함께 ‘밈’을 확인하고 공유하기 위해 트위터를 활용하고 있다.

예능 ‘무한도전’ 출연진들의 대사가 밈으로 재탄생 된 것도 트위터를 비롯한 각종 SNS를 통해서였다. TV를 비롯한 정통 미디어가 인터넷보다 큰 파급력을 지니던 때는 이처럼 콘텐츠 속 대사 혹은 유행어가 ‘밈’이 되는 것이 보편적인 방식이었다. 지금은 역으로 콘텐츠나 정통 미디어가 밈을 차용하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삼성의 CEO 이재용에게 ‘재드래곤’이라는 닉네임이 붙은 것도 밈에서 시작되었고, 걸그룹 에스파의 멤버 카리나가 출연한 콘텐츠나 기사 내용에 삽입되는 ‘카리나는 신이에요’라는 문장도 ‘밈’을 미디어가 그대로 차용한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밈은 또한 새로운 ‘콘텐츠’의 탄생에도 영향을 미쳤다.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이 바로 K-POP의 성장이다. K-POP 가수들이 틱톡, 유튜브 쇼츠, 인스타 릴스 등 ‘숏폼’ 콘텐츠를 통해 공유하는 이른바 ‘댄스 챌린지’는 이제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단순히 춤을 따라 하는 것을 넘어 패러디, 개사 등 새롭게 재해석한 ‘챌린지’ 콘텐츠가 이른바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아 흥행하게 되면, 원작자인 가수와 노래도 관심을 받게 된다. 팬들이 K-POP 아이돌의 무대를 보고 남긴 ‘주접1) 댓글’만 편집해 만든 ‘댓글 모음 영상’도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박송아 대중문화평론가가 “밈 현상은 대중의 능동적인 문화향유의 산물”a)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 때문이다.

1) 주접: 연예인, 만화 캐릭터 등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을 과장되게 찬양하거나 칭찬하는 것을 의미한다. 팬덤 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았으며, 트위터나 유튜브 등의 SNS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다양한 ‘주접 드립’은 타 팬, 팬덤에 의해 확산되고 새롭게 패러디 되기도 한다.


이야기가 된 ‘밈’?

드라마 ‘더글로리’ 캡처 화면
: '회개해, 천벌 받기 싫으면' / '방금 하느님이랑 기도로 합의 봤어'
이미지 출처: 드라마 ‘더글로리’ 캡처 화면

‘밈’과 콘텐츠의 관계는 마냥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스토리 콘텐츠에 ‘밈’이 그대로 삽입되며 독창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드라마 ‘더글로리’ 속 문동은(송혜교 분)은 이사라(김히어라 분)가 교회에서 다투는 신은 명장면으로 꼽힐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사라가 “회개해, 천벌받기 싫으면”이라 말하자 문동은은 “응. 방금 하느님이랑 기도로 합의 봤어. 괜찮으시대”라고 응수해 짜릿한 쾌감을 선사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문동은의 대사가 ‘침착맨’(이말년)이 2011년 블로그에 게재한 내용과 같다고 지적했다.

드라마 ‘안나’도 유사한 지적이 있었다. “똑똑한 취급 좀 받고 자란 애들은 쓸모 없어졌다는 생각에 몹시 취약하다”라는 대사가 등장하는데, 한 트위터 유저는 2017년 자신이 온라인에 게시한 내용과 동일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드라마 ‘보라! 데보라’ 캡처 화면
이미지 출처: 드라마 ‘보라! 데보라’ 캡처 화면

앞서 이야기 한 드라마 ‘보라! 데보라’의 논란도 이와 이어진다. 부적절한 대사로 논란이 된 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해당 대사가 한 트위터에서 시작됐다는 캡처본이 업로드되었다. 한 트위터 유저가 다른 유저와 논쟁하던 중 드라마 대사와 동일한 내용, 동일한 의도의 비유를 한 것이다. 해당 트윗은 당시 트위터 내에서 화제가 되어 몇 천 명이 알티, 언급하며 ‘밈’의 형태로 재가공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특정 작품, 혹은 특정 장르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제는 수많은 사람들이 쉽게 인지할 정도로 ‘밈’의 인용과 차용이 만연해졌다.


어떻게 ‘이야기’ 해야 하는가

옛날 타자기
이미지 출처: Unsplash

원작자가 분명한 창작물과 달리 온라인상의 ‘밈’은 원작자를 특정하는 것이 어렵고, 원작자가 있더라도 독창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누군가는 “유행어를 쓰는 것과 다를 바가 없지 않냐”라고 이야기한다.

한양대학교 현대영화연구소의 허은희는 웹툰, 소설 등 타 콘텐츠의 이야기를 그대로 차용하는 영화 산업의 독창성에 대해 논의하며 “스토리텔링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스토리를 차용해도 창의적일 수 있다는 주장은 충분히 의심되어야 한다”b)라고 주지한 바 있다. 스토리텔링은 ‘이야기’의 창작과 ‘말하기’의 기술을 동시에 포함하는 용어이기 때문에, 스토리의 독창성 없이는 ‘스토리텔링’ 역시 독창적일 수 없다는 것이다.


창작자는 동시대성을 강조하고 향유자의 공감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밈’의 차용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AI를 통한 창작물의 탄생, 양산형 콘텐츠의 흥행처럼 ‘밈’의 콘텐츠 화도 하나의 흐름일 수 있다. 콘텐츠 독창성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계속되는 현재, 어떤 것이 정답이라 확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무엇을 말하느냐’만큼 ‘어떻게 말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사실 하나뿐이다.

a) 전자신문, [엔터테인&] 밈, 또 다른 K팝 예술(2023. 06. 01)
b) 허은희, 영화의 콘텐츠(Contents) 차용 현황과 독창성(Originality)의 위기(Appropriation’ of Contents and The Crisis of ‘Originality’ in Korean Cinema), 2013, 현대영화연구 Volume 9, Issue2, p31~59

  • 컨슈머타임스, [정보톡톡] 1일 1깡, 묻고 더블로…’밈’이 뭐길래(2020. 08. 28)
  • 연합뉴스,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10명 중 4명 인스타 쓴다(2023. 05. 23)
  • 플래텀, 국내 이용자의 트위터 주 이용 목적은 ‘이것’(2021. 10. 14)
  • 쿠키뉴스, 내가 쓴 트윗이 드라마에?…표절일까 아닐까(2023. 03. 25)

최윤영

최윤영

예술, 사람, 그리고 세상.
좋아하는 것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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