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신 모시고 술 빚는 곳
주룩주룩양조장

강릉을 대표하는
독창적인 우리 술 양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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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박람회와 바틀샵에 처음 갔을 때의 감상을 잊을 수가 없어요. 우리 술을 양조하고 판매하는 소규모 양조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입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여러 양조장에서 탄생한 매력적인 술들을 하나씩 살펴봤었던 기억이 나요.

오늘은 한국에 있는 여러 소규모 양조장 가운데 ‘구름신을 모시는 신당에서, 구름신을 기리며 술을 빚는다’는 독특한 스토리텔링을 가미해 맛있고, 즐겁고, 예쁜 술을 만드는 곳을 소개하려고 해요. 재미있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강릉을 대표하는 로컬 브랜드로 성장해 나가고 있는 ‘주룩주룩양조장’의 한빛찬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인터뷰어 보미
인터뷰이 주룩주룩양조장 한빛찬 대표
사진 주룩주룩양조장 제공


익숙한 쌀로, 신선한 술을

주룩주룩 양조장 전경 이미지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대학교에서 만나 창업까지 함께 하게 된 한빛찬, 김항욱, 박영건입니다. 저(한빛찬)는 주로 브랜딩과 기획, 영업을 담당하고 김항욱과 박영건은 제품 개발과 생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 저희는 모두 ‘강릉 구름신 신도’이기도 하답니다.

주룩주룩양조장은 어떤 브랜드인가요?

‘술과 (돈이) 하늘에서 주룩주룩 내리는 세상을 꿈꾼다’는 뜻이 담긴 주룩주룩양조장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쌀로 신선한 술을 빚는다(익쌀신술)’는 모토를 가지고 있어요. 저는 저희 브랜드를 ‘전통주 양조장’보다 ‘쌀로 술을 빚는 양조장’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하고 싶습니다. 전통주라는 범위에 국한되지 않고, 쌀로 다양하고 재미있는 시도를 하는 곳이기 때문이죠.

어떤 계기로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나요?

저희 셋 모두, ‘우리만의 일을 찾아 하고 싶다’고 생각해 왔어요. 처음부터 양조장 창업을 생각했던 것은 아니고요. 셋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양한 아이템을 고려했었는데, 결국 우리 셋 모두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선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어요. 셋 다 전통주를 좋아하고, 박영건은 우리 술 공부를 꽤 오래 했기 때문에 ‘우리 술 양조장을 하는 게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창업을 결심하고 난 후에는 지역특산주 면허를 받고 싶어 지방으로 내려가자고 의견을 모았죠.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제 고향인 강릉으로 결정했어요. 왠지 강릉에서라면 재미있는 활동을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구름신 잘 모셔야 맛난 술 만들죠

하평구름, 소돌구름

주룩주룩양조장의 주력 제품은 떠먹는 막걸리죠. 술보다는 디저트 같은 느낌인데요. 이 제품을 구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양조장에서 어떤 술을 빚을지 구상하던 와중에, 카페에서 작고 투명한 통에 담긴 디저트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걸 보고 우리 술을 디저트처럼 즐기는 문화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원래 우리나라에는 ‘이화주’라는 떠먹는 막걸리가 있어요. 이화주 제조 방법에서 영감을 얻되 차별점을 두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화주를 만들 때 쓰이는 누룩인 ‘이화곡’을 사용하지 않고, 단맛을 강조하고 도수를 낮춰 양조하고 있어요. 기존의 떠먹는 술보다 더 달콤하고 부드럽게 즐길 수 있는, 마치 구름을 떠먹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황금 밸런스를 찾는 것이 관건이었죠. 저희만의 비법은··· ‘강릉 구름신을 섬기는 바른 마음’이라고 해두겠습니다. ‘구름신을 극진히 모셔야 맛있는 술이 나온다’는 마음으로 술을 빚고 있으니까요. (웃음)

바른 마음으로 빚은 이 술, 먹는 방법도 다양할 것 같은데요. 어떻게 즐기는 것을 추천하시나요?

저희 셋은 얼려 먹는 걸 가장 좋아해요. 얼리면 막걸리 샤베트가 되거든요. 다른 재료를 첨가하지 않고, 고유의 맛 그대로를 즐기는 것을 추천하고 싶어요. 참고로, 다섯 가지 맛 중에 저희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커피 맛, ‘안목구름’이랍니다.

고객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젊은 세대를 겨냥하고 만든 술인데, 20~30대는 물론이고 어머님이나 할머님 세대까지도 좋아해 주십니다. 어릴 때 부모님 막걸리 심부름 다니면서 몰래 술지게미 먹다 취했던 추억을 이야기하시면서 행복해 하시더라고요. 어머님들이 좋아하시다 보니, 자녀 분들께서 선물로도 많이 구매해 주세요. 저희 제품을 통해 추억을 떠올리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셨다는 것이 정말 기쁘죠.

브랜드 콘텐츠 예시

주룩주룩양조장 공식 SNS에 미용실과 슈퍼, 스케이트파크 등에서 떠먹는 막걸리를 즐기는 쇼트 필름을 게시하셨어요.

많은 분들이 떠먹는 막걸리를 일상 속에서 자유롭게 소비해 주시길 바랐어요. 저희 술을 처음 보는 분들은 어떤 안주와 먹어야 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먹어야 하는지 등 기존의 음주 문화와 연관되어 있는 질문을 많이 하시거든요. 그릭 요거트나 푸딩 같은 디저트를 단순히 맛있어서, 입이 심심할 때 먹듯이 저희 막걸리도 그렇게 드셔 주시길 바랐어요. 그래서 기존 음주 문화는 하나도 넣지 않고, 일상 속 다양한 공간에서 많은 분들이 제품을 즐기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만들게 된 거예요.


독창적인 스토리가 담긴 브랜딩

주룩주룩 양조장 현장 병풍 이미지
주룩주룩 양조장 현장 제단 이미지

주룩주룩양조장은 ‘떠먹는 막걸리’라는 제품만큼이나 브랜딩 역시 독특한데요. 강릉에서 태어난 아기 구름신이 돌잡이에서 쌀로 만든 술을 선택해 술을 관장하게 되었고, 이후 득도해 주(酒)열반에 오른다는 이야기죠. 어떤 계기로 강릉 구름신 이야기를 만들게 되었나요?

떠먹는 막걸리를 처음 구상할 때, 제품 이미지를 ‘강릉 구름을 떠먹는 듯한 맛을 내는 막걸리’로 세팅하고 양조장 부지를 찾았어요. 우연히 강릉 중앙시장 뒷길로 들어왔는데, 마침 그 골목이 점집이 몰려 있는 곳이더라고요. 그 골목을 보다 우연히 ‘강릉 구름신을 모시는 신당을 차려볼까?’하는 아이디어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브랜드 정체성이 만들어지게 되었고요. 이 정체성을 바탕으로 신당의 전체적인 실루엣은 빌리되, 여기에 모던한 톤 앤 매너를 가미해 구름신 병풍과 제단을 설치하고 굿즈, 시주함, 부적 등 신당과 관련된 콘텐츠를 만들어나가기 시작했죠.

거대한 ‘구름신 세계관’ 안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네요. 촘촘하게 짜인 독특한 스토리텔링이 양조장을 한층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 같아요. 이렇게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 때, 대표님께 영감을 주는 요소가 있나요?

일상 속의 요소들에서 영감을 받는 것 같아요. 강릉에서 머물면서 느끼는 것들 가운데, 저희 브랜드나 제품에 녹일 수 있는 것들을 결합해 보는 방식이에요. 일상 속에서 느낀 것들을 끊임없이 브랜드와 연결해 상상해 보고, 그러다가 갑자기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하고요.

요즘 주목하고 계신 독창적인 작가나 브랜드가 있나요?

송예환(@yehwan.yen.song)님입니다. 왜 주목하는지 길게 이야기하면 오히려 재미 없을 것 같아서, 링크를 통해 직접 보시는 것을 추천하고 싶어요.

정형화된 길이 아닌 다른 길, 독창적인 길을 찾아 나갈 때 두려움을 느끼지는 않나요? 만약 그렇다면, 그 감정을 어떻게 마주하는 편인가요?

독창적이라고 다 잘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저희 모두 두려웠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자신이 있다 해도 다른 사람들이 찾아주지 않으면 지속성을 띨 수 없으니까요. 그래도 그 두려움 자체가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두려운 만큼 더 잘하고, 더 노력하고자 합니다. 두려운 감정에 대처하기보다는 그 두려움을 원동력 삼아 나아가려고 해요.

탁월함과 고유의 개성, 둘 중 독창성은 무엇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일까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말을 했죠. 저도 이 말에 공감해요. 독창성은 고유의 개성, 더 정확히는 ‘지극히 개인적인 나의 이야기’에서 발전된다고 생각해요. 현대 사회는 어떤 경로로든 외부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지만, 그 속에서 반짝이는 독창성은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은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에서 시작되는 것 같아요.

강릉구름신캐릭터A
강릉구름신캐릭터B

어떤 양조장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처음 보는 술에서 새롭다는 감각이 느껴지거나 ‘이 술, 계속 기억에 남을 것 같아’라는 느낌이 들 때 ‘주룩주룩양조장에서 만든 건가?’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곳이 되고 싶어요. 뿐만 아니라, 다른 지방에서 로컬 브랜드 육성을 꿈꿀 때 레퍼런스로 등장하는 곳이 되고 싶습니다. ‘강릉’하면 바로 떠오르는 그런 브랜드가 되는 것이 목표죠. 지방의 브랜드가 수도권의 문화를 카피할 수밖에 없다면 지역 소멸이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강릉의 경우, 지역신을 모시는 ‘단오제’가 매우 큰 축제인데요. 저희는 주룩주룩양조장의 신화 세계관을 이 강릉 단오제와 결합해 독특한 로컬 정체성을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 강릉만의 정체성을 확고히 보여줄 수 있도록 브랜드를 확장해, 강릉이 서울이나 부산처럼 다양한 지역 콘텐츠가 있는 도시로 성장하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주룩주룩양조장의 매력 포인트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귀여움”


독창적인 브랜딩과 제품으로 다양한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곳, 주룩주룩양조장. 스토리텔링 비하인드와 브랜딩에 대한 한빛찬 대표의 견해를 듣고 나니, 이 양조장에서 빚어내는 술과 콘텐츠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귀여움’이 매력 포인트라는 주룩주룩양조장이 구름신과 함께 멋진 로컬 문화를 이끌어 나갈 수 있길, 그리고 이와 같은 로컬 콘텐츠가 더 많이 생겨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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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미

천천히 쓰고 배우는 사람.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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