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금질 된 캐주얼웨어
칼리코

디렉터의 오리지널리티를 담은
캐주얼웨어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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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분야를 막론하고 1인 브랜드를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취향이 부유하는 시대 속에서 초점화된 아이템을 만드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지요. 패션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류에서 조금 벗어나 새로운 디자인을 제시하기도 하고, 기존의 브랜드와는 다른 방식으로 소비자와 소통하는 1인 패션 브랜드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칼리코는 조남선 디렉터가 전개하고 있는 1인 캐주얼웨어 브랜드입니다. 이제는 대중적으로 향유하게 된 ‘아메리카 캐주얼’에 근간을 두고 있지만, 디렉터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고스란히 담아 고유한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를 만들어 가고 있지요. 필자도 탄탄한 만듦새와 군더더기 없는 브랜드 이미지에 반해 제품을 구매했는데요, 의류뿐만 아니라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 칼리코의 조남선 디렉터를 만났습니다.

인터뷰어 지정현
인터뷰이 칼리코 조남선 디렉터
사진 칼리코 제공


경험이 만든 새로운 프레임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로 시작해볼까요.

안녕하세요, 의류 브랜드 칼리코(Calico)를 운영하고 있는 조남선입니다. 간간이 바나 클럽에서 디제잉도 하고 있습니다.

칼리코가 어떤 브랜드인지 소개해 주세요.

제가 20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소비하고, 경험한 ‘모든 것’들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어요. 추구하는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풀어내는 하나의 수단이라고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남성복으로 시작했고, 의류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기회가 된다면 칼리코라는 브랜드가 다룰 수 있는 범위를 확장하고 싶어요.

장르적으로 굳이 구분하자면 ‘아메리칸 캐주얼’에 가까운 것 같아요.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겠죠?

동경하는 대부분의 브랜드가 ‘아메리칸 캐주얼’의 범주에 속해 있기 때문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아메리칸 캐주얼 자체에 대한 경계가 굉장히 모호해지고 있다고 느껴요. 저도 아메리칸 캐주얼이라는 특정 프레임 안에서만 브랜드를 전개하지는 않을 거라, 한 단계 넓은 범위의 ‘캐주얼웨어’를 주로 사용하며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아메리칸 캐주얼의 범위가 모호해지고 있지만, 어느 정도 정형화된 룰이 존재하는 장르잖아요. 원단이나 고증도 중요한 분야이기도 하고요.

칼리코도 오리지널리티를 유지하는 것이 디자인적인 지향점이에요. 하지만 구현하고 싶은 특정 디테일이 있거나, 사용하고 싶은 원단이 있다 하더라도 원하는 퀄리티로 생산할 수 있는지, 가격은 적당한지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허용 범위는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칼리코의 디자인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기준과 프레임이 있기 때문에 아메리칸 캐주얼과는 별개라고 할 수 있겠네요.

룩북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택티컬(Tactical)’했어요. 과하지 않고 필요한 디테일만 살린 군더더기 없는 정교함 같은 것이요.

대부분의 제품들이 명확한 오리지널이 있는 디자인에서 시작되지만, 당시엔 활용도가 높았던 디테일이라도 ‘현대사회에선 본래의 기능을 할 수 없는 것들은 과감히 제외할 수 있다’라는 마인드로 디자인을 해요. 그렇다고 불필요한 절개를 한다거나 전혀 새로운 디자인을 시도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제품을 이루고 있는 요소들의 안정적인 비율, 사용자의 생활 습관을 고려한 디테일 등에 좀 더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메리칸 캐주얼 안에서 ‘독창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음악에 비유하자면 표절로 빚어지는 논쟁과 유사한 것 같아요. 음악에서의 장르적 유사성처럼 ‘디자인적 유사성’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네요. 아메리칸 캐주얼 내에서의 디자인은 한계가 분명해요. 디자인마다 확실한 뿌리가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새로움’이라는 표현은 디자인에만 해당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많은 브랜드들이 ‘퍼티그 팬츠(Fatiuge Pants)’와 ‘5 포켓 데님(5-Pocket Denim)’을 출시했지만, 골고루 소비되고 있는 이유는 브랜드가 가진 고유한 이야기와 아이덴티티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한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라벨이나 택, 패키징 등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들로 소비자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줄 수도 있고요.

독창성은 ‘탁월함’과 ‘개성’ 중 무엇으로부터 비롯되는 걸까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개성으로부터 비롯되지 않을까요? 특히 의류 분야에서 탁월함은 품질처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면, 개성은 좀 더 주관적인 영역인 것 같거든요. 예를 들어 어느 시대의 디자인을 훌륭하게 복각했다면, 그건 품질적으로 탁월한 거지만 독창적이라고 할 순 없잖아요. 하지만 브랜드가 가진 정체성이나 지향점이 새롭고 기발하다면 ‘개성 있고 독창적인데!’라고 표현해도 어색함이 없죠.

요즘 디렉터님께서 주목하는 독창적인 브랜드나 영감을 받으시는 콘텐츠도 궁금해요.

신생 브랜드는 아니지만 영국 브랜드 Hawkwood Mercantile, 스페인의 Camisas Manolo가 떠오르네요. 빈티지 컬렉터 Jons Jawns(@jonsjawns)의 자유로운 스타일링이랑 포토그래퍼 Chris Kontos(@kennedymagainze), Carlos Jaramillo(@carlosjaramillo)의 사진들도요.


다채롭게 녹아있는 브랜딩

전자음악을 정말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실제로 디제잉도 하시고요. 칼리코 인스타그램 피드에 올라온 ‘Calico Guestmix’라는 트랙을 듣다 보면 칼리코가 가지고 있는 아우라가 느껴지던데요(웃음).

좋은 브랜딩은 음악, 패션, 라이프스타일 간의 문화적인 유기성을 브랜드에 자연스럽게 녹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단순히 제품만 잘 만들면 되는 시대는 아니니까요. 칼리코는 아직 의류만 취급하고 있지만,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소개하고 있는 ‘Calico Guestmix’ 시리즈는 칼리코의 분위기를 청각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이면서 문화적인 유기성에 대한 이해도를 아주 조심스럽게 드러내는 사이드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패션 브랜드는 자신들의 존재를 어필하기 위해 견고한 정체성을 만들려고 노력해요. 브랜딩, 디자인, 제작 등 다방면으로요. 칼리코는 어떨까요.

브랜드가 전달하는 텍스트는 어느 정도의 통일성과 형식을 갖추되 친절하고 편안한 이미지도 전달할 다른 방법도 꼭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칼리코는 디렉터가 개인 계정으로 친근하게 제품을 설명해 주거나, 소비자와 소통하지도 않아요. 피드나 홈페이지에 쓰인 글도 굉장히 딱딱한 편이어서 겉으로 보기엔 차갑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요. 다른 방법으로 친근함과 편안함을 전달하기 위해 브랜드를 시작한 첫 시즌부터 지금까지 거의 모든 온라인 구매 건은 발송할 때 감사의 인사와 제품 설명을 수기로 짧게나마 적어서 보내고 있어요. 처음엔 좀 낯간지러웠는데, 편지 덕분에 손님과 식사를 한 적도 있어요.

쿨한 브랜드 이미지랑은 다르게 ‘정현 님’이라는 서문과 함께 따듯한 손글씨가 도착해서 의외였어요(웃음). 상품 관련 문의도 친절히 답변해 주시고요.

맞아요, 상품 문의로 연이 닿아서 이렇게 인터뷰도 하고 있네요(웃음). 처음엔 좀 낯간지러웠는데, 이렇게나마 편안한 이미지를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비주얼적인 측면도 무시 못 하잖아요. 특히 로고나 그래픽 같은 요소들은 브랜드의 얼굴이니까요.

1인 브랜드는 디렉터가 직접 그래픽 작업까지 관여하는 것이 대다수여서 외부 디자이너와 함께 작업을 진행하는 경우는 드문 편인데요, 비주얼 요소는 디자인 스튜디오 SHDW의 이동원, 양승훈 님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칼리코와 어울리는 간결하고 규칙성 있는 그래픽 작업들이 수시로 필요한데 SHDW에서 치밀하고 섬세하게 작업해 주신 덕분에 좀 더 일관성 있는 브랜드로 표현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불순물 없이, 기대하는 마음으로

브랜드를 운영하시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대학교 시절에 편집숍에서 일한 것을 시작으로 쭉 패션과 관련된 일을 해왔어요. 2016년부터 칼리코 런칭 전까지는 생산과 관련된 일을 했고요.

의류 업계 경험들이 칼리코를 런칭하고 운영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겠네요.

거의 모든 경험이 도움이 됐죠. 작은 규모의 브랜드부터 럭셔리 브랜드, 편집숍 그리고 대형 브랜드를 다루는 기업 등 의류업과 연관된 다양한 필드에서 일했으니까요. 그런 경험들이 없었다면, 칼리코를 운영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도 안 가요(웃음). 그래도 그중 하나를 고른다면 생산 쪽이에요. 요즘엔 SNS만 잘 활용한다면 좋은 레퍼런스와 디자인, 브랜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지만, 생산은 현장에 가보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정보들이 대부분이거든요.

옷을 만들고 출시하는 과정이 지난하고 길잖아요. 제품의 모든 과정에 관여하시나요?

네, 1인 브랜드이다 보니 원부자재의 선택과 디자인, 생산관리, 배송, 마케팅, CS를 포함한 모든 과정에 전적으로 관여해요.

그렇게 많은 과정을 혼자 관리하시다 보면 애로사항도 있을 것 같은데요.

언제든 내 맘대로 결정할 수 있다는 점, 오로지 내 생각만을 담아낼 수 있다는 점은 너무 좋았는데 그런 것들 때문에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조심스러워져요. 절대 극복할 수 없는 물리적, 시간적 한계가 있다는 점도 느끼고요.

1인 브랜드가 많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도전하기 힘든 분야에요. 홀로 남들과 다른 것을 찾아 나가실 때 두려움 느끼진 않으셨나요? 그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도 궁금해요.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모든 사업체가 시작 단계에서 겪는 감정이잖아요. 최근 ‘두려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요, 결국 두렵고 불안하고 초조해하는 감정의 전제는 기대감이더라고요. 아직 두려움을 잘 다스리고 있지는 못하지만, 일어나지 않은 일에 지레 겁먹지 않고 기대하는 마음을 더 크게 가지려고 해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칼리코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운영을 위해 필요한 매출이나 계획도 중요하지만, 습관적으로 그려온 근 미래의 칼리코를 구현하기 위해 개선이 필요한 부분들을 개편하고 있어요. 작지만 중요한 부분이라 신중하게 진행하고 있죠. 에센셜즈, 드라이 굿즈, 스포츠 웨어, 시즈널 등 네 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 제품을 소개하는 것부터, ‘칼리코 저널’이라는 콘텐츠를 통해 제품 이면에 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나 작업기를 공유하는 등 여러 방면으로 칼리코가 지향하는 방향성을 보여드리려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아직은 허무맹랑하고 먼 계획도 있지만, 실현하기 위해 칼리코라는 브랜드의 기초를 단단하게 만들려고 합니다.

위치: 서울시 중구 충무로7길 17 301호 (방문 시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를 통해 예약)


WEBSITE : 칼리코
INSTAGRAM : @calicoseoul


전형적인 아메리칸 캐주얼이 아닌 자신이 걸어온 길을 자양분 삼아 독창적인 오리지널리티를 구축해 나가고 있는 칼리코. 조남선 디렉터의 말처럼 ‘온전히 자신의 생각만을 담을 수 있는’ 1인 브랜드이기에 가능한 행보이지 않을까요? 의류 브랜드라는 정체성 그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는 칼리코의 미래가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입니다. 경직된 시장에 새로움을 불어넣을 수 있는 1인 브랜드가 더욱 많아지길 기대하기에, 칼리코의 앞날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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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현

새삼스러운 발견과 무해한 유쾌함을 좋아하는 사람.
보고, 듣고, 느낀 예술을 글로 녹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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