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올해 260명 이상을 사형 집행했습니다. 반정부 시위와 동시에 사형집행률이 88% 증가한 이란은 끝내 여성 사형 집행 국가 1위에 올랐습니다. 해당 시위는 지난해 여대생 마사 아미니(Mash amini)의 의문사 사건으로 시작됐습니다. 아미니는 스카프에 머리카락이 많이 보인다는 이유로 수감되어 3일 후에 의문사했습니다. 그렇게 아미니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는 빠르게 퍼져나가 히잡 시위가 되었습니다.
히잡(hijab)은 본래 이슬람 여성의 전통 종교 복장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생긴 복장 규례는 이란 여성의 자유를 빼앗게 됩니다. ‘정의, 자유, 히잡 의무화 반대’ 를 외치는 히잡 시위는 그동안 복장을 강요 당한 이란 여성들의 첫 번째 행동으로, 이란이 변화를 맞이하는 과도기가 되었습니다.
시위를 통해 곪아왔던 이란의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는 영화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란 감독 자파르 파나히는 금지 영화를 제작하여 수감되었고, 유명 배우 알리두스티도 히잡을 벗어 수감되었습니다. 많은 여성 배우와 유명인들이 히잡을 쓰지 않아 기소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영화인들 또한 시위의 목소리에 동참하고 있는데요. 필자는 이란 여성들에게 연대하는 마음을 담아, 3편의 밀도 높은 영화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감히 누가 누굴 용서하랴?
<성스러운 거미>
<성스러운 거미>는 제 71회 칸 영화제에서 영화 <경계선>으로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을 수상한 알리 아바시 감독의 신작입니다. 영화는 이란 정부의 거센 비난 속에서도 올해 개봉을 거뒀는데요. 영화는 실제로 2000년대에 마슈하드(Mashhad)에서 일어난 여성 연쇄살인사건을 기반했습니다.
마슈하드는 이란 최대 종교 지역으로 ‘순교자의 땅’이라고도 불리는데요. 영화 속 사이드는 다정한 가장이자 이웃인 동시에 16명의 여성을 살해한 연쇄살인마입니다. 그는 그동안 종교적 사명으로 매춘하는 여성들을 살해했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여론과 국민들은 그가 ‘신을 대신했다’며 그를 지지하는데요. 심지어 그의 첫째 아들 알리는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하기까지 합니다. 영화 <성스러운 거미>는 이란의 변질된 종교의식과 여성인권 등 사회 전반을 고발합니다. <성스러운 거미>는 시의적절하게 개봉됐습니다. 이란 내에선 상영 금지를 당했지만요. 이란 여성들이 자꾸만 ‘거미줄에 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영화는 애초에 그 원인이 여성들이 아닌 ‘거미’에게 있음을 말합니다.
가려진 예술가를 찾아서
<3개의 얼굴들>
<3개의 얼굴들>은 스마트폰으로 촬영된 세로 영상으로 시작됩니다. 영상엔 예술학교에 합격했으나 가족의 반대를 겪은 마르지예가 자살하는 과정이 담겨있습니다. 영상에서 마르지예는 유명 배우 베흐나즈 자파리에게 도움을 청하는데요. 그렇게 자파리 배우는 <3개의 얼굴들>의 실제 감독 자파르 파나히 감독과 함께 실종된 마르지예를 찾아가게 됩니다.
이란 당국의 제작금지 처분에도 몰래 <택시>라는 로드무비를 찍었던 자파르 파나히 감독답게, <3개의 얼굴들> 또한 로드무비로 진행됩니다. 이들은 차를 타고 마르지예가 사는 마을을 찾아갑니다. 명예와 전통, 관습이 만연한 마을과 함께 이란 여성 예술가들의 현실을 보여주는데요. <3개의 얼굴들>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을 본받아 푸근하면서도 기민한 시선을 갖고 영화를 찍어 온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정서가 그대로 묻은 영화입니다.
Punk is NOT DED
<페르세폴리스>
“여기 모인 남학생들. 머리, 옷 스타일이 각양각색이죠. 옷이 꽉 끼어서 속옷이 드러나기도 해요. 하지만 여자인 저는 그런 남자를 보고도 아무 느낌이 없는데, 왜 남자들은 꽁꽁 싸맨 여자를 보고 흥분하죠?”
_<페르세폴리스>
<페르세폴리스>의 이란 소녀 마르잔은 1970년대 이란 혁명과 이라크 전쟁을 겪으며 성장합니다. 영화는 마르잔의 일기를 훔쳐보듯, 그녀의 기억을 되돌아보는데요. 그의 부모는 마르잔이 이란에서 행복할 수 없다며 그를 오스트리아로 보냅니다. 영화는 마르잔의 유럽에서의 생활과 이란으로 돌아온 후의 삶을 보여줍니다. 그 속엔 이란인에 대한 차별, 강요되는 복장 규례, 성권력, 금지되는 대중문화, 고문을 놀이로 받아들이는 아이들, 그리고 폭력의 답습까지 담고 있습니다. 원작자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한 <페르세폴리스>는 자라나는 소녀의 시점에서 이란의 뿌리 깊은 폐쇄사회를 보여줍니다.
마르잔의 할머니는 언제나 브래지어 속에 자스민 꽃을 넣어뒀습니다. 브래지어 속에서 꽃잎을 떨어트리던 할머니는 마르잔의 삶이 자스민과 같길 바랬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마르잔의 <페르페폴리스>는 꽃 향 대신 결핍과 상처 그리고 흑백과 담배 연기로 이루어졌습니다. 이처럼 영화 <페르세폴리스>는 관객이 이란 소녀 마르잔과 함께 성장해가듯, 그 삶의 과정을 직접 경험하게 합니다.
지구의 재난은 끝내 ‘범지구적’ 문제가 됐습니다. 각 국가가 아닌, 국경을 넘어 다함께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이란혁명 이전까지만 해도 이란은 지금과 달리 자유로운 사회였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영화 <페르세폴리스>에도 잘 담겨있는데요. 우리는 영화 속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합니다. 우리도 언제든 그것을 겪을 수 있다고 말이죠. 그렇기에 저는 이 시의적인 영화들을 통해 여러분에게 더 많은 관심과 규탄, 이해. 그리고 더 견고한 연대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