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드코어’를 아시나요?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부르는 요소를 가미한 디자인과 스타일을 뜻합니다. 최근엔 패션 산업에서 자주 언급되곤 했는데요. 분야에 관계 없이 어린이와 장난감을 떠오르게 하는 디자인이라면 무엇이든 키드코어라 부를 수 있답니다. 어른이 된 우리는 수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어릴 적 물건을 보면 향수에 젖습니다. 이 촉촉한 감정에 대해 ‘본인은 예외’임을 외치는 사람은 아주 드물기에 영리한 브랜드는 이를 적절히 활용하려 하죠. 은근슬쩍 우리 도처에 자리한 미학인 키드코어, 익숙한 브랜드의 제품을 통해 알아볼까요?
러쉬
영국의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는 친환경적인 제조 방식 등으로 특히 유명하죠. 이젠 키드코어를 잘 활용하는 브랜드로 알아두셔도 좋겠습니다. 러쉬의 대표 제품인 배스밤은 다채로운 색감과 모양으로 우리 안의 어린아이같은 호기심을 자극해요. 특히 최근에는 연거푸 콜라보를 선보이며 고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만화 ‘원피스’와 ‘스폰지밥’, 게임 ‘슈퍼마리오’가 바로 그 주인공인데요. 각 콘텐츠 속 물건을 본뜬 배스밤이나 등장인물과 어울리는 향을 구현해 만든 바디워시 등은 어른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 충분했어요. 앞으로 또 어떤 콜라보로 우리를 즐겁게 할지 러쉬의 다음이 기대됩니다.
WEBSITE : 러쉬
YOUTUBE : Lush Korea
알레시
러쉬가 우리 안의 어린이를 대놓고 소환했다면 알레시의 문법은 그와 살짝 다릅니다. 이들의 제품을 보고 있으면 꼭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아요. “조금 점잖아도 ‘키드코어’할 수 있어!” 알레시는 스스로 ‘꿈의 공장’을 표방하는 이탈리아의 리빙 브랜드입니다. 매일 쓰는 물건에서도 예술적 자극을 받을 수 있도록 독특한 디자인을 입히는 것이 특징이죠. 가장 잘 알려진 ‘안나G’, ‘알레산드로M’ 와인 따개를 비롯해 꼬마 악마 ‘디아볼릭스’ 병따개 등에선 키드코어 감성이 은은하게 느껴집니다. 오리 모양의 물비누 디스펜서는 장난감이 아닌 게 신기할 정도고요. 그렇다고 디자인만 신경 쓴 게 아니라 제품력도 훌륭하다는 점, 이것이 알레시가 세계적 브랜드 반열에 오른 비결일 거예요.
WEBSITE : 알레시 코리아
INSTAGRAM : @alessi_official
비트라
비트라의 제품에서도 알레시와 유사한, ‘어른스러운 키드코어’ 향기가 물씬 납니다. 가구 디자인계의 거장인 찰스와 레이 임스 부부의 작품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이들 부부는 가구를 넘어 건축, 영상 분야에도 뛰어난 재능을 보이며 종횡무진 활약했는데요. 그래서인지 톡톡 튀는 상상력이 묻어나는 제품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나무로 된 장식품 ‘임스 엘리펀트’는 장난감이라 부르기엔 우아한 만듦새가 특징입니다. ‘Hang it all’이란 재밌는 이름의 코트 랙은 알록달록 구슬을 매단 모양으로, 용도 이상의 오브제로도 기능하죠. 이런 물건이 집 안에 있다면 볼 때마다 미소가 절로 날 것 같아요.
WEBSITE : 비트라
INSTAGRAM : @vitra
엘라고
우리나라 브랜드가 전개하는 키드코어도 놓치면 섭섭하죠. 휴대폰 등 전자제품을 위한 액세서리를 만드는 엘라고의 제품들을 봅시다. 이제는 어린 날의 추억이 된 물건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이 눈에 띄어요. 과거의 유물이 된 카세트 테이프와 플로피 디스켓, 이를 보고 반가워하지 않을 어른이 있을까요. 에어팟 케이스로 다시 태어난 이들을 보면 신기하게도 만감이 교차합니다. 새 세대의 누군가는 아마 이 디자인을 전혀 새로운 얼굴로 대할 수도 있겠는데요. 그렇기에 아는 이들 사이 형성되는 ‘끈끈한 유대감’도 키드코어의 묘미라 할 수 있겠습니다.
WEBSITE : 엘라고
INSTAGRAM : @elago_kr
이렇게 쭉 살펴보면서 키드코어를 몰랐던 분들도 사실 몰랐던 게 아님을 눈치채셨겠죠. 모든 미학이 그렇듯 키드코어는 늘 우리 주변에 여러 형태로 존재해 왔습니다. 이는 ‘아는 것의 환생’인 만큼 특히 미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요. 비단 장난감을 직접 향유하는 어른이 아니더라도 키드코어를 사랑하지 않을 순 없을 겁니다. 언제나 발랄한 에너지로 회색빛 현실을 촉촉하게 적시며, 우리 안의 어린이를 드러내 주니까요. 주변의 키드코어적 요소를 발견한다면 이제 더욱 반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