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온전히 책에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기 어려워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몇 장 넘기다가도 어김 없이 외부 요인에 주의를 빼앗깁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독서에 재미를 붙이기 어려워지고, 결국 책과 멀어지게 되지요. 이때 추천하는 선택지가 바로 추리 소설입니다. 한 번 들면 내려놓기 힘들 뿐만 아니라, 책 한 권 완독이 어려운 사람도 상하 편을 연달아 읽게 만드는 힘을 지녔죠. 이번 글에서는 최근 유럽에서 주목받고 있는 추리 소설 작가 조엘 디케르와 화제의 신작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을 소개합니다.
천재라 불리는 작가
조엘 디케르
국내에 잘 알려진 추리 소설 작가를 꼽아보라면, 많은 분이 히가시노 게이고를 떠올릴 텐데요. 최근 전 세계 추리 소설 카테고리 안에서 눈에 띄는 지각 변동이 있습니다. ‘조엘 디케르식 스릴러’라는 하나의 흐름을 만든 작가, 조엘 디케르의 등장입니다. 조엘 디케르는 비교적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프랑스 문단에 혜성같이 등장한 젊은 천재 작가’라 불리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습니다. 2010년 첫 장편소설 『우리 아버지들의 마지막 나날』을 발표해 ‘제네바 작가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2012년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로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 ‘고교생이 선정하는 콩쿠르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특히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은 작가 커리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작품인데요. 해당 소설은 전 세계에서 600만 부 이상이 팔렸고, 2018년 장 자크 아노 연출의 프랑스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조엘 디케르 신드롬’이라 불릴 정도로 공개하는 작품마다 큰 사랑을 받았죠. 그의 작품이 유독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문학평론가 베르나르 피보는 그의 작품을 두고 ‘빈틈없이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 같은 구성’을 꼽았습니다. 신간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에서도 그의 장점이 여과 없이 드러나지요.
사랑스러운 알래스카를
누가 죽였을까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은 조엘 디케르의 대표작인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이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했던 당시의 퍼포먼스를 재현하듯 합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출간과 동시에 화제가 되었고, 두 달 가까이 베스트셀러에 올랐죠. 소설 속 이야기도, 대중의 반응도 ‘해리 쿼버트의 귀환’이라 부르기 더할 나위 없었습니다.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은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과 주인공 및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지만, 전작을 읽지 않더라도 이야기를 이해하기에 어려움은 없습니다. 되려 마커스가 지닌 깊이감 있는 서사는 몰입도를 높이는 요소 중 하나로 자리합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작중 마커스의 직업은 작가이며, 그가 쓴 작품이 실제 작가가 쓴 소설과 같다는 점입니다. 조엘 디케르와 마찬가지로 주인공 마커스 역시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을 통해 유명 인사가 됩니다. 그러나 엄청난 성공과 동시에 슬럼프에 빠지면서 글 쓰는 행위에 고뇌를 겪게 되지요.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 역시 조엘 디케르의 작품이기도, 마커스 골드먼의 소설이기도 합니다.
이야기는 어느 호수 모래밭에서 ‘알래스카 샌더스’의 주검이 발견되면서 시작됩니다. 곰에게 습격 당한 듯했지만, 후두부를 강타한 흔적과 목이 졸려 죽었다는 사인이 밝혀집니다. 작고 평화로운 마을로 알려진 뉴햄프셔주 마운트플레전트는 살인 사건으로 인해 파장이 일죠. 마을의 주유소에서 일하며 상냥하고 친절한 태도로 많은 이에게 사랑받던 알래스카. 남겨진 그의 소지품에서 ‘나는 네가 한 짓을 알아’라는 협박 메시지가 발견되는데요. 현장의 단서들을 종합했을 때, 알래스카와 동거해 온 월터 캐리와 차 안에 놓인 스웨트셔츠의 주인인 에릭 도노반이 용의선상에 오릅니다. 과연 누가, 어떤 이유로 알래스카를 살해했을까요? 11년이 흐른 뒤, 마커스 골드먼이 해당 사건을 다시 조명하며 수년간 감춰져 있던 진실의 윤곽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추리 형식을 빌린 삶 이야기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은 예측할 수 없습니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사건은 미궁 속에 빠져드는 것만 같죠. 입체적인 캐릭터 구성, 완성도 높은 스토리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듭니다. 하나의 퍼즐이 해결하면 그다음 퍼즐이 나오듯, 정확히 맞아 들어가는 인과관계에 조금의 거슬림이 없었다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인물들의 내밀한 욕망과 그늘, 작가인 마커스가 제시하는 ‘왜 써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까지. 범죄 스릴러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곳곳에 본질을 꼬집는 질문이 산재해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 너머의 삶과 조엘 디케르를 상상하게 되지요. 그런 의미에서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은 단순 추리물을 넘어, 삶을 아우르는 이야기로 확장합니다.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이 유독 잘 읽히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작가가 먼저 대중에게 읽히길 고려했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책을 읽지 않는, 혹은 드물게 읽는 사람들이 휴대폰 대신 내 책을 손에 들게 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독자가 사라지는 시대, 읽히는 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있던 것입니다. 챕터 구분, 글을 전개해 나가는 과정, 이해를 돕는 방식 모두 독자들이 따라오기 쉽도록 구성돼 있습니다. 작가가 의도했던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도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도록 말이죠.
필자는 앉은 자리에서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 상하 편을 연달아 읽었습니다. 고개를 들고 시간을 확인하는 순간 몇 시간이 훌쩍 지났음을 알고서 화들짝 놀랄 정도였지요.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은 평소 읽기를 버거워하는 이들도,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이들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법한 작품입니다. 다가올 늦더위에 대비책으로, 실내에서 머무는 시간을 보다 알차게 보내고 싶다면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을 펼쳐 보는 건 어떨까요.
해당 아티클은 출판사 밝은세상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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