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중독은
해로운가

도파민과 함께
잘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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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3. 몇 초 단위로 검지를 아래에서 위로 밀어 올린다. 이 행위를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무한히 새로운 자극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음식의 개수가 정해지지 않은 코스요리처럼 내 입맛을 얼추 아는 듯한 무언가가 장막 뒤에 한가득 쌓여있다. 너무도 쉽고 빠르게 새로움을 느낄 수 있는 환경 속에서 도파민은 공기처럼 만연해졌으며, 한때 누군가의 특별한 수식어로 여겨졌던 ‘도파민 중독’은 이제 현대인을 아우르는 특징이 되었다.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갈구하고, 욕망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때때로 끔찍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도파민을 적절히 향유하며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도파민은 언제나 존재했다

이미지 출처: PSYCHOLOGS

‘도파민’이라는 용어가 유행처럼 번지게 된 건 불과 몇 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도파민은 언제나 인체 내에서 활발히 작동해 왔다. 인간의 뇌에서 도파민은 신경전달물질로서 작용하며 실행과 운동, 동기 부여, 각성, 강화, 보상 등을 조절해 준다.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필수 불가결한 존재인 것이다. 그럼에도 도파민에 대한 시선이 점점 따가워지는 건 도파민이 ‘행위 중독’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행위 중독은 인간의 고질병이나 다름없다. 우리의 역사에서 금주와 금연, 다이어트 등 삶에서 쉽게 해결되지 않고 반복되는 문제들은 이러한 행위 중독과 연결되어 있었다. 특정한 행위를 함으로써 얻는 쾌감과 행복, 그리고 이에 대한 기억은 중독적으로 상기된다. 도파민은 보상 체계에서 큰 역할을 하게 되는데, 우리가 기대한 만큼의 보상을 얻으면 도파민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스마트폰의 등장 이전에도 행위 중독에서 비롯된 사회 문제들은 적지 않았다. 마약과 게임, 성행위 등 중독 등 정상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중독들이 범죄로 이어져 크고 작은 잡음을 일으켰다.

행위 중독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더욱 가속화된다. 손바닥만 한 화면에는 끝을 알 수 없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손짓 몇 번으로 소통과 소비, 향락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그야말로 ‘가성비’ 놀이도구 앞에서 인간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제는 누구나 도파민에 중독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행위 중독은 점차 뇌를 잠식시켜 의존성을 높인다. 갈망과 충동, 내성은 더욱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뇌는 도파민의 생산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이를 조절하려 한다. 쾌락에 대한 기준치가 점점 높아져 가는 것이다.


인내하지 못하는 사회

이미지 출처: dole777, Unsplash

재미있는 사실은, 스마트폰과 SNS로 인해 분비되는 도파민이 도박 중독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앞서 어떤 기대 상황에서 원하던 보상이 주어졌을 때 도파민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는데, 도박만큼은 조금 다르다. 도박으로 인한 도파민 분비는 최종적으로 주어지는 보상 자체 못지않게 보상 전달의 ‘예측 불가성’과 관련이 있다. 도박 중독을 앓은 환자들은 도박에서 한편으로는 지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면 질수록 도박을 계속하고 싶은 충동은 더 강해지고, 계속 지다가 이겼을 때의 쾌감이 더욱 강해지기 때문이다.a)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우리 일상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SNS도 도박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다음 콘텐츠로 넘어가기 위해 ‘알고리즘’에 결정권을 맡긴 채 손가락을 스크롤링한다. 지루한 콘텐츠는 가볍게 패스하고, 이목을 끄는 콘텐츠에만 머무름의 수혜를 건넨다. 매 순간 룰렛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행위 중독으로 인한 뇌의 생산 체계 변화로 만성 도파민 결핍상태가 되면, 인간은 더 큰 자극을 찾아 헤맨다. 이러한 자극은 이성적이고 계획적인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을 망가뜨린다. 전두엽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충동은 강해지고 인내는 약화한다.

인내심은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아주 주요한 능력이다. 인내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는 본능만이 남는다. 분노를 참지 못하고 즉각 분출하며, 욕구와 욕망을 자유롭게 드러내고, 타인에 대한 배려는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다. 영화 속 디스토피아의 이야기 같지만, 지금의 세태는 이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듯하다. 일상을 공포로 물들인 칼부림 참사들과 민원인이라는 이름으로 교육자들에게 행해진 갑질, 연예인과 일반인을 막론하고 매체에 출연했다는 이유만으로 쏟아지는 무차별적인 악플 세례까지. 모두 인내와 존중의 부재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a) 애나 렘키, 도파민네이션, 흐름출판, 2022, 81p


현명한 도파민 활용법

도파민에 대한 다면적인 스토리텔링으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도파민네이션』의 저자 애나 렘키 박사는 고통이 쾌락의 대척점에 있다고 말한다. 이 둘은 마치 시소에 앉아 있는 것과 같아서, 기본적으로는 한쪽이 증가하면 한쪽은 감소한다. 어떠한 자극에 오랫동안 반복해서 노출되면, 고통을 견딜 수 있는 인내심은 감소하고 쾌락에 대한 기준점은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가진 것에 결코 만족할 수 없다. 한계를 모르는 타인과의 비교는 삶을 점점 더 불행케 하고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러나 비교는 대개 성장을 수반한다. 단 한 사람만 존재하는 세상이라면, 그 사람이 얼마나 더 ‘나은’ 삶을 추구하고자 하겠는가. 하지만 모든 것이 디지털화된 세상에서는 원한다면 셀 수 없는 비교군을 만들 수 있다. 수만 가지의 레퍼런스 사이에서 우리는 따라 하고 싶은 삶과 넘어서고 싶은 삶, 상상하고 싶지도 않은 삶을 저마다의 기준으로 분류한다. 순서가 정해진 코스요리라고 착각했지만, 개인은 도파민이라는 도구를 통해 자신이 취해야 할 것과 취하지 않을 것을 무의식적으로 구분해 낸다.

이미지 출처: NordWood Themes, Unsplash

한편 더 강한 자극을 찾는다는 것은 시야와 취향의 확장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제는 클릭 몇 번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기대가 높아진 만큼 퀄리티를 보장할 수 없는 것들은 쉽게 도태된다. 이러한 조건을 잘 활용하면 전에 비해 같은 시간 동안 더 풍부하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가볍게 소비되는 콘텐츠들 또한 조금 비틀어 생각하면 강박적인 몰입을 막아주는 요소가 되어 준다. 몰입은 도파민을 분비하기도 하지만 특유의 도취감을 만들어 낸다. 이를 짧은 호흡으로 끊어주면서 과몰입을 막고, 뇌 안의 편협함을 깨뜨리는 과정으로 여긴다면 단순히 부정적으로만 여기지진 않을 것이다.


도파민이 범람하는 시대, 인공적인 쾌락과 자극에 염증을 느끼고 ‘도파민 디톡스’를 외치는 이들이 급증했다. 인간이 자연과 가까울 때 가장 아름다운 존재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 복잡다단한 사회에서 한평생을 살아가기로 한 이상 도파민을 외면하기란 쉽지 않다. 도파민은 우리 삶을 더 가난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더 풍요롭게 만들 수도 있는 존재다. 부인하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현명한 동반자로서 곁에 머무르게 할 방법을 고민하는 일이 더 유익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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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유림

아무래도 좋을 것들을 찾아 모으는 사람.
고이고 싶지 않아 잔물결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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