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것들을 변화시키는 힘은 무엇일까요? 바로 과거와 다른 미래를 꿈꾸는 상상력입니다. 선택지가 다양할 때 우리는 더 쉽게 다른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게 되는데요. 여기, 여성의 몸을 새롭게 상상하고 다양한 선택지를 제안하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여성을 위한 스킨브라와 언더웨어, 의류를 선보일 뿐만 아니라 더 안전한 여성 커뮤니티를 꿈꾸는 브랜드 ‘리무브’를 소개할게요.
사진 리무브
여성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리무브는 ‘Diverse choice for women’이라는 모토 아래, 365일 브래지어를 입고 살아가는 여성의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다양한 제품을 출시해 온 브랜드예요. 여전히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바로 ‘노브라’를 바로 실천하기에는 어렵기에, 리무브의 대표 제품 ‘스킨브라’는 과도기를 지나는 여성들에게 편리한 노브라 경험을 제공합니다.
더 마르거나 글래머러스한, 특정 실루엣을 만들기 위한 보정 속옷과 달리 리무브의 언더웨어는 있는 그대로 괜찮다는 감각을 선사해요. 여성의 편안한 몸을 위한 리무브의 도전은 스킨브라와 언더웨어에서 나아가 다른 의류로도 확장되는 중인데요. 패드가 내장된 티셔츠와 이번 FW 시즌 신제품들 모두 ‘부끄러움을 감수하지 않아도 편한 몸을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합니다.
압박으로부터 해방되는 공간
팝업 스토어 ≪No Pressure Zone≫
지난 10월 13일부터 3일간 리무브는 ≪NO PRESSURE ZONE≫이라는 제목으로 첫 번째 팝업 스토어를 열었는데요. 공간 구성과 더불어 다양한 코너에서 리무브의 색깔이 느껴졌습니다. 카페 네스트의 웰컴 티와 함께 공간에 입장하자, 매일 선착순 100명에게 입지 않는 브래지어를 ‘스킨브라’와 교환해 주는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기다렸다는 듯 브래지어를 준비된 통 안에 던져넣는 방문객들의 행렬이 이어졌죠.
자기 몸을 숨기지 않고 자라는 여자아이가 있을까. (…) 당황스러움, 엷은 수치심, 모욕감. 익숙해지지 않을 감정에 익숙해지며 여자아이들은 자란다.
_조소담
자신을 여성으로 인식하는 자는 다음 날의 일정을 떠올리며 몸의 곳곳을 들여다보는 수고로움을 감내해야 한다.
_손수현
나는 무엇이든 몸이 말랑말랑해지는 것을 고른다. 마음도 그것을 따라가기를 바라며. 살아가는 것은 내 몸과의 긴 대화의 과정일지도 모른다고 믿으며.
_ 양다솔
내부 전시 공간에는 23명의 동시대 여성 창작자들이 몸에 대해 사유한 작품(글, 사진)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얼굴들이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지자’는 메시지에 진심으로 공감하며 작품 앞을 한참 머물다 갔죠. 이어서 직접 참여할 수 있었던 ‘What’s Your Pressure’ 존에서는 ‘나를 압박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고, 같은 고민을 하는 여성을 응원하는 문구를 붙였습니다. 벽이 점점 빼곡히 채워지는 모습은 마치 뭉게구름처럼 여성들 간의 연대가 피어오르는 광경을 연상시켰어요.
더 나은
여성 커뮤니티를 꿈꾸다
그 외 리무브만의 기획이 돋보이는 프로그램도 여럿 열렸습니다. 양일 아침에는 본연의 몸을 느끼고 이완시키는 요가 세션이, 저녁에는 여성 리더와 인플루언서를 초대한 토크 세션이 마련되었어요. 특히 첫날 저녁, ‘리무브’의 민유나 대표, ‘뉴그라운드’의 황효진 대표, ‘엘르보이스’의 이마루 에디터가 참여한 토크 세션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세 명의 리더는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느낀 어려움과 고민을 토로하면서도, 대화의 끝에 다양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리는 안전한 공간을 지속하고 확장할 필요성을 이야기했습니다. “유형화된 커뮤니티는 아니지만 제품을 통해 여성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는 리무브의 청사진 또한 엿볼 수 있었죠.
최근 브랜드 마케팅의 일환으로 우후죽순 열리는 팝업 스토어는 ‘인스타그래머블’한 이미지 생산에 최적화되어 있지만, 리무브는 첫 팝업을 통해 2023년 한국을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잠시나마 숨통이 트이는 공간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상품을 파는 브랜드에 머물지 않고 여성들의 이야기가 들리는 안전한 공간, 안전한 커뮤니티를 꿈꾸는 리무브의 미래가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입니다.
여성은 신체의 특정 요소들을 가리거나 숨겨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을 자주 느끼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리무브라는 브랜드가 전하는 메시지처럼, 우리에게는 다른 가능성도 주어져 있습니다. 당연히 누려야 하는 편안한 몸 상태를 느낀 지 오래되었다면 리무브의 제품과 함께 ‘자유로운 몸’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