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를 끝으로 대형 영화제(전주, 부천, 부산)가 막을 내렸습니다. 여운을 남기며 내년을 기약했지요. 그래서인지 겨울의 초입에 접어드는 요즘이 더 쌀쌀하게 느껴지는 기분입니다. 영화제의 생동감과 따스함, 색다른 영화를 만난다는 기대감은 당분간 느끼지 못할 테니까요. 만약 저와 같은 기분이시라면, 여전히 기회는 있습니다. 퀴어부터 배리어프리 영화, 그리고 영화 살롱까지. 생각의 지경을 넓혀줄 신선한 연말 영화제들을 소개합니다.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여러분은 LGBTQ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요. 이들을 멀리서만 지켜봤다면, 막연한 이미지나 오해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가까이서 바라보면 이들 또한 우리가 ‘보통’이라고 부르는 삶의 범주 안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올해로 13회를 맞이하는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는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로 열리는 LGBTQ 영화제입니다. 국내외 작품성 있는 퀴어영화를 상영하며,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 간의 예술적 교류와 문화적 연대를 도모하고 있죠. 이들은 퀴어 영화 제작이 어려운 국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2013년부터 ‘프라이드 필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영화인들을 지원하고 있기도 합니다. 11월 2일부터 일주일 간 열리는 이번 영화제에서는 특히 <후회하지 않아>, <야간비행> 등의 작품으로 음지에 가려져있던 퀴어 이슈를 표면으로 드러내온 이송희일 감독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기간: 2023. 11. 02(목) ~ 2023. 11. 08(수)
장소: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WEBSITE :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INSTAGRAM : @sipff_official
서울독립영화제
‘독립영화’로 분류되는 영화들에 낯섦과 어려움을 느끼고 있나요? 그렇다면 서울독립영화제가 답을 줄지도 모르겠습니다. 1975년 한국청소년영화제로 시작돼 올해로 벌써 49회를 맞이하는 서울독립영화제는 한 해 만들어진 다양한 독립영화를 아우르고 재조명합니다. 실험영화부터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독립영화를 형식과 장르의 구분 없이 선보이는데요. 2022년부터는 ‘로컬시네마’ 부문을 신설해 지역 출신 감독, 지역 자원, 지역 기반 영화인이 만든 영화를 주목하기 시작했어요. 또한 서울에 오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인디피크닉’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12월까지 서울을 제외한 지역 상영관에서 서울독립영화제를 체험할 수 있으니 이들의 계정을 주목해 주세요.
기간: 2023. 11. 30(목) ~ 2023. 12. 08(금)
장소: CGV 압구정
WEBSITE : 서울독립영화제
INSTAGRAM : @siff.kr
서울배리어프리영화제
최근, TV 드라마에 자막이 삽입된 걸 봤어요. 청각 장애인을 위한 배리어프리(Barrier Free)인데요. 배리어프리는 장애인 및 시니어 등 사회적 약자들의 생활에 지장이 되는 물리적·심리적 장벽을 없애기 위한 운동·정책입니다. 올해로 13회를 맞이한 서울배리어프리영화제는 일반인을 비롯, 시·청각장애인도 영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화면 해설과 한글자막이 삽입된 영화를 선보이는 영화제인데요. 이번 영화제에서는 단편작을 포함해 7개 부문의 23개 영화가 상영된다고 합니다. 접근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유튜브 채널을 통한 온라인 상영도 진행한다고 하니, KOBAFF(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채널을 구독해 주세요. 영화제가 열리는 한국영상자료원은 다양한 국내외 영화를 소장하고 있는데요. 영화제에 방문해 영상자료원에서 그 여운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
기간: 2023. 11. 07(화) ~ 2023. 11. 11(토)
장소: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
WEBSITE : 서울배리어프리영화제
INSTAGRAM : @barrierfreefilms
서울커뮤니티시네마리그
영화를 보고 나면 다양한 감정이나 생각이 올라옵니다. 그리고 그것은 또 다른 행동이나 경험으로 이어지곤 하지요. 평소 영화를 혼자 봐왔거나, 영화를 색다른 방식으로 감각하고 싶었던 분들에게 희소식이 있습니다. 바로 서울커뮤니티시네마리그 입니다. 영화제라고 하기엔 다소 느슨하지만, 이들에게는 엄연한 프로그램과 장소가 주어져있습니다. 올해 처음 개최되는 이 행사는 영화와 관객, 지역과 문화, 사람과 사람을 매개하지요. 서울에 위치한 7개의 문화공간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살롱 형태의 프로그램부터 대학 간 영화 교류전까지 마련돼 있는데요. 소규모 영화인들을 조명하고, 나아가 영화 자체를 다양한 방식으로 향유하려는 방향성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영화를 사랑할 또 하나의 계기와 이유를 만들고 싶다면, 서울커뮤니티시네마리그에 한 번 참여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기간: 2023. 10. 18(수) ~ 2023. 11. 26(일)
장소: 서울 일대
WEBSITE : 모극장
INSTAGRAM : @mogeukjang
새로운 만남은 새로운 사유를, 새로운 사유는 이전과 다른 나를 위한 초석이 됩니다. 그런 경험과 사유가 퇴적된 우리는 과거와는 또 다른 모습이 되어 있겠지요. 여름내 생장했던 모든 것들이 움츠러드는 차가운 계절, 각기 다른 특색을 가진 영화제에 참석해 위축된 마음의 변경을 넓혀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