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e%$ 님께 단상이 도착했습니다.
안녕하세요. ANTIEGG 예진입니다.

발 닿는 대로 걷기 좋은 계절입니다. 넉넉한 재킷 주머니에 손을 옥여 넣고 바삭바삭 낙엽을 밟습니다. 투박하기만 한 아스팔트 위를 빼곡히 채운 노란 잎은 도심의 남루함을 위로하는 선물 같습니다. 도시의 밀도가 견디기 어려울 즈음, 자연의 존재를 더듬고 차츰 희석되는 기분을 감각합니다. 운이 좋아서 우리가 같은 하늘을 공유한다면, 아마 당신도 이 계절을 목격하고 있겠지요. 무탈한지 묻지 않겠습니다. 마음속 소란을 몇 마디 말로 표현하기란 어려울뿐더러, 그렇게 납작하지도 않을 테니까요. 그저 때때로 평온하길 바랍니다. 바쁘고 붐비는 도시에서 평온 찾기란 지나친 낭만이 아니냐고 되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비일상적인 영역에서만 찾을 수 있는 쉼이 아니냐고요. 도시에 ‘갇혀’ 망연히 바깥을 바라보고 있다고 느껴진다면, 함께 고민해 볼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여러 이유로 도시에 모여 삽니다. 문명의 발전을 집약한 중심지이자, 성장의 근간이 된 장소죠. 서울과 같이 인프라를 지닌 도시는 문화 자원도 풍부한 편이고요. 도시가 선사하는 편의는 생활의 전부라 할 수 있을 만큼 무수합니다. 기회를 위해, 생업을 위해, 성장을 위해 도시로 향하거나 도시를 떠날 수 없는 사람들. 얼기설기 얽힌 우리는 인파 속에 휩쓸리듯 도시에서의 삶을 살아냅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만, 마땅히 가야 할 곳이 떠오르지 않는 것도 과부화된 도시 생활에 대한 반증이 아닐는지요. 도시를 향한 현대인의 감정은 다층적이면서 해소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과연 도시에서의 삶이 피로를 가중하는 것일까요? 단순히 도시를 벗어난다면 평온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주 활동지의 환경을 무시할 수 없겠지만, 어쩌면 전부가 아닙니다. 시선의 위치에 따라 번잡한 도시에서도 평화를 만날 수 있고, 반대로 놀라울 만치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도 여전히 고통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에요.

소란을 피해 숲속으로 숨어들었던 기억을 공유합니다. A와 B는 각각 다른 마음으로 만추의 산을 올랐습니다. A는 도시에서 가져온 생각으로 무겁고, B는 예기치 못한 산행에 발 디딘 곳을 꼼꼼히 살핍니다. 숨 가쁘게 오르는 동안 마주한 풍경은 A와 B가 서로 달랐습니다. A는 어제와 내일을 우려하며 자주 휴대폰을 들여다보았고, B는 낙하하는 잎과 가을의 음영을 바라봅니다. 오롯이 현재에 있을 수 없는 시간은 곁에 있는 찬란도 그저 지나치게 만들죠. 떠나면 해결될 거라 믿었던 부침이 떠난 곳에서도 지속되는 것입니다. 시선의 위치를 다시 봅니다. 당신의 시선은 어디로 향해 있나요. 도시에서의 삶이 혼미한 것인지, 현재의 경이를 발견하지 못하는 것인지 구분해 보세요.

현재의 아름다움을 추적하는 습관은 자연히 주변을 사랑하게 만듭니다. 그 애정은 삶에 적당한 유격을 만들어 주지요. 내 안에서 내가 너무 커다랗게 느껴질 때, 창문 너머에 관심을 기울여 보는 것입니다. 목적 없는 산책에 나서고 낯선 길을 헤매기도 하면서요. 순간순간 그러모은 장면이 매일을 지탱해 줄 거예요. 서로 다른 마음으로 지금을 통과하고 있겠지만, 다홍빛 나무의 명암 앞에서만큼은 함께 감탄할 수 있길 바랍니다.

  • 가지지 못한 것이 많고 훼손되기만 했다고 여겨지는 생에서도, 노래를 부르기로 선택하면 그 가슴에는 노래가 산다. 노래는 긍정적인 사람에게 깃드는 것이라기보다는, 필요하여 자꾸 불러들이는 사람에게 스며드는 것이다._한정원, 『시와 산책』

ANTIEGG에서
예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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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문화예술 경험에서 오는 전율,
규격화된 세상에 타격을 가하며 느껴지는 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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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예진

비틀리고 왜곡된 것들에 마음을 기울입니다.
글로써 온기를 전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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