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푸바오가
동물원에 살기를 원하는가

판다를 둘러싼
정치경제학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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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에버랜드

2020년 7월 대한민국 최초로 자연 분만으로 태어난 푸바오는 ‘행복을 주는 선물’이라는 이름의 의미처럼 많은 사람에게 행복을 선사하고 있다. 장난기 많은 소녀 판다 푸바오의 ‘귀여운’ 외모와 사랑스러운 행동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육사 할아버지와 다정하게 지내는 모습은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모두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는 푸바오는 우리 곁을 곧 떠난다. 2014년 한중 정상회담 시 ‘판다 공동 연구’ 합의를 통해 한국에 오게 된 러바오와 아이바오는 현재 대여계약 형태로 용인 에버랜드에 살고 있으나 이들의 딸인 푸바오는 생후 만 4년이 되는 2024년 번식을 위해 중국으로 반환될 예정이다.

이에 사람들은 푸바오가 부모인 러바오와 아이바오 그리고 사육사들과 에버랜드 판다월드에서 행복하게 삶을 이어 나가길 염원하고 있다. 판다 가족들과 세심히 챙겨주는 사육사와의 이별 후 새롭게 맞이하는 환경이 푸바오를 힘들게 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머물던 판다월드에 남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런데 본래의 서식 환경에서의 삶을 박탈당한 채 인간의 유희를 위해 동물을 전시하는 동물원에서 인간과 행복하게 살아가는 동물, 어딘가 어색하지 않은가. 본 아티클은 무엇이 우리에게 이 어색한 환상을 심어 주는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한다. 이와 함께 우리가 동물의 ‘귀여움’을 어떻게 소비하는지를 이야기해보며, 푸바오를 통해 동물을 둘러싼 인간들의 정치경제학을 살펴보고자 한다.


인간과 ‘진귀한 동물’의
기묘한 동거

경남 김해 부경동물원에서 홀로 좁은 공간에 갇혀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났던 ‘갈비사자’ 바람이,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부모를 차례로 잃고 홀로 지내다가 동물원을 탈출한 얼룩말 세로와 세로를 위로해주러 왔다가 지난 10월 돌연 숨진 코코(대공원측은 새로운 여자친구를 데려올 예정이라고), 17년간 좁은 수조에 갇혀 살다가 제주 바다에 방생한 후 소식이 없는 비봉이까지. 동물원이라는 시스템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찾기 위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요즘, 판다월드에 살고 있는 판다의 인기에 대해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왜 푸바오가 살고 있는 에버랜드에 열광할까.

갈비뼈가 보일 정도로 앙상해 갈비뼈 사자, 일명 ‘갈비 사자’라고 불린 바람이
갈비뼈가 보일 정도로 앙상해 갈비뼈 사자, 일명 ‘갈비 사자’라고 불린 바람이. 이미지 출처: 김해시청 ‘다랑민원게시판’

논의에 앞서 동물원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자. 인류의 유구한 역사가 증명하듯 인간은 자신과 다르다 여겨지는 생명체를 그들이 사는 환경에 그냥 두지 않는다. 호기심은 이기심으로 이어져 정복하여 곁에 두고 자랑하거나 순응하게 하여 주체성을 박탈하는데, 가치가 없을 경우에는 무참히 파괴한다.

히에라콘폴리스의 고대 이집트 묘지에서 발견된 개코원숭이의 유적
히에라콘폴리스의 고대 이집트 묘지에서 발견된 개코원숭이의 유적. 이미지 출처: Renee Friedman, Hierakonpolis Expedition
1898년 쇤브룬 궁전 동물원의 원숭이 우리
1898년 쇤브룬 궁전 동물원의 원숭이 우리. 이미치 출처: 위키피디아

진귀한 동물을 향한 인류의 수집욕의 역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거보다 오래되었다. 고대 이집트 문명에서 동물원과 유사한 형태가 존재했다는 기록도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신라시대 당시 진귀한 동물을 풀어 길렀다는 사료가 있을 정도로 동물을 가두어 즐기는 역사는 상당히 길다. 과거 동물원은 주로 왕족이나 귀족 등의 특권 계층의 전유물이었으나 근대 동물원의 기원으로 언급되는 1752년에 문 연 오스트리아 빈의 쇤브룬 궁전 동물원이 1779년 대중에게 처음 공개되었다. 이후 1847년대 대중을 위해 재개장한 런던동물원은 향후 세계 각종 동물원의 모델이 된다. 포획한 동물을 인간의 유희, 교육 그리고 연구라는 목적으로 전시하는 동물원은 제국주의와 관계가 깊다. 제국의 위력을 공고히 하는 수단으로 진귀한 동식물을 전시했고, 나아가 다른 인종을 전시하기도 했다. 제국주의가 몰락한 후의 동물원은 자본주의 시스템에 의해 상업화 되었고 동물은 인간을 위한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된다.

1984년 서울대공원에서 진행한 돌고래쇼. 돌고래쇼는 2022년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이 국회에 통과되면서 수족관 동물을 오락, 흥행을 목적으로 올라타거나 만지기, 먹이 주기 등이 법적으로 금지되며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다.
1984년 서울대공원에서 진행한 돌고래쇼. 돌고래쇼는 2022년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이 국회에 통과되면서 수족관 동물을 오락, 흥행을 목적으로 올라타거나 만지기, 먹이 주기 등이 법적으로 금지되며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다. 이미지 출처: 서울기록원, 서울특별시

최근에 이르러 동물권에 대한 관심과 동물원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이어지며, 생물다양성을 보존하는 대안적 형태의 동물원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서식지의 소멸, 밀렵에 따른 개체 수의 감소 등의 이유를 미루어 보면 동물을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해답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생물종을 보호하고 보존 과학의 터전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동물원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2020년 발표한 「공영동물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19세기 수준의 낙후된 동물원이 여전히 많다고 하는데, 이에 반해 에버랜드는 국내 동물원 중 최상의 사육 환경을 자랑한다. 특히 판다의 경우 번식이 어려워 개체수가 줄고 있는데, 자연 번식을 연이어 두 번이나 성공한 사례를 비롯하여 2019년 미국 동물원 수족관 협회에서 평가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동물원 분야 인증 제도에서 아시아 동물원 중 처음으로 국제기준(AZA) 인증을 획득했다고 하니 동물복지와 멸종위기종의 보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극곰 통키의 생전 모습
북극곰 통키의 생전 모습. 이미지 출처: 동물을위한행동

하지만 인증제도가 전부라고 볼 수는 없다. 올해 호랑이 건곤이와 태호로 제기된 에버랜드의 번식정책과 사육방식에 대한 동물단체의 비판이 제기되었다. 야생동물 수의사 최태규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대표는 “지금과 같은 동물원 내 번식은 멸종위기종 보전과는 상관이 없는데, 보전이라는 명목으로 무분별하게 번식시키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어 “호랑이는 암수 모두 단독생활을 하는데 사파리월드처럼 한 공간에 몰아넣는 것은 동물 습성에 반하는 사육형태”라고 비판했다. 열악한 사육환경의 실태를 보여주었던 북극곰 통키의 사례도 있다. 1995년에 동물원에서 태어나 2018년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한번도 북극을 보지 못한 북극곰 통키는 이전이 결정된 영국 요크셔 야생공원로 가기 한달 전 에버랜드에서 죽었다. 환경 개선, 사육사의 전문성, 시설의 현대화 등 외형이 좋아졌다고 해서 원래 살던 곳에서의 삶을 박탈당한 동물들이 인간의 유희, 교육, 연구라는 목적으로 전시되는 동물원의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보다 복잡한 정치경제적 이권이 개입되며 더욱 교묘해졌다.


판다를 둘러싼
정치경제학에 대하여

1) ‘귀여운’ 판다 외교관

2016년 3월 대한한공 특별기로 도착한 러바오와 아이바오
2016년 3월 대한한공 특별기로 도착한 러바오와 아이바오. 이미지 출처: 증권일보

중국은 쓰촨성 등지에서 서식하는 자이언트 판다를 자국과 관계 개선이 필요하거나 우호적 관계인 국가에 판다를 ‘선물’로 보내는 ‘판다 외교’를 이어오고 있다. 1981년 중국이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가입하며 판다를 장기 임대하는 형태로 해외에 대여해주고 있다. 선물이라고 표현하지만 장기 임대로 판다를 ‘빌려주고’ 대여국은 판다보호기금이란 명목으로 한 쌍당 거액의 임대료를 내야 하며, 판다를 사육하기 위한 상당한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판다를 매개로 한 중국의 경제 외교 전략 ‘판다 노믹스’는 생명을 외화벌이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비판받고 있으나 대여한 국가의 입장에서도 판다를 통한 경제적 효과가 상당하기에 상호 협력한다.

2016년 판다월드에서 러바오
2016년 판다월드에서 러바오. 이미지 출처: 뉴스1

중국은 1941년부터 본격 외교 수단으로 판다를 활용했는데, 중일전쟁 당시 중국을 지원한 미국에 감사의 뜻으로 판다 한 쌍을 선물하며 시작되었다. 이후 1972년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이 중국에 방문했을 때 저우언라이 총리가 판다 한 쌍을 선물했다. 이때 워싱턴 동물원에 도착한 판다들은 한 달 간 120만 명의 관광객을 모았다고 한다. 이처럼 판다는 양국의 관계가 우호적일 때는 ‘소프트 파워를 지닌 외교관’으로, 악화되었을 때는 ‘징벌적 판다 외교의 수단’으로 이용된다.

2) 에버랜드 효자상품, ‘판다 패밀리’

푸바오 팝업스토어에서 판매되는 굿즈
푸바오 팝업스토어에서 판매되는 굿즈. 이미지 출처: 에버랜드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인기는 숫자로 증명된다. 판다 가족의 인기는 판다 부부 러바오와 아이바오의 듬직함, ‘국내 1호 아기 판다’인 첫째 딸 푸바오, 지난 7월 태어나 전국민의 축하를 받고 있는 쌍둥이 루이바오와 후이바오까지 온 가족을 아우른다. 푸바오가 곧 중국으로 반환된다는 소식에 아쉬움을 느낀 사람들의 걸음이 에버랜드로 이어지며, 판다월드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2023년 판다월드 입장객이 전년 대비 20% 증가하고 7월 쌍둥이 판다가 태어난 뒤 8월 굿즈 매출이 전달보다 150% 증가했다고 한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에버랜드는 11월 푸바오 가족을 뜻하는 ‘바오 패밀리’ 상표를 출원해 기념품을 본격 판매하고 있다. 현재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서 푸바오 팝업스토어를 진행하고 있는데, ‘진짜 푸바오’가 없어도 사전 예약이 매진되고 수백 명이 오픈런을 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사실 최근에 이르러 푸바오에 대한 관심이 급상승했는데, 생각해보면 에버랜드에는 2016년 러바오, 아이바오가 지내고 있었으며 푸바오도 태어난지 만 4년이 되어간다. ‘국내 1호 아기 판다’로 세간의 관심을 받기는 했으나 이러한 선풍적인 인기의 배경의 원인으로 동물원 고객들과의 지속적인 소통, 다시 말해 SNS 마케팅을 꼽을 수 있다.

3) 물리적 공간인 동물원을 넘어 가상 세계에서도 전시되는 동물들

푸바오 관련 유튜브 쇼츠 영상
푸바오 관련 유튜브 쇼츠 영상. 이미지 출처: 유튜브

푸바오 출생 직후인 2020년은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기라 동물원 방문이 어려웠다. 이에 에버랜드는 푸바오의 성장기를 콘텐츠로 제작해 유튜브에 공개하면서 동물원에 오지 못하는 (잠재적)고객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이어갔다. 푸바오가 아장아장 다니는 모습, 엄마인 아이바오와 함께 사회화 교육하는 장면, 할아버지와 손녀처럼 다정한 푸바오와 사육사의 케미, 대나무와 죽순을 맛있게 먹는 모습 등등. 우리는 판다월드에 가지 않아도 푸바오를 손쉽게 만나볼 수 있게 된 것이다.

SNS에서 접하는 푸바오는 아이돌의 일상이 콘텐츠로 제작되어 노출되듯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엄선되어 선보여진다. 여기에 익살스러운 표정과 사육사 할아버지들과의 케미까지 더해지며 보고 있으면 시간가는 줄 보르고 힐링이 된다고 하여 ‘푸멍’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유튜브 채널 @panda_fubao
이미치 출처: 유튜브 채널 @panda_fubao

우리가 만나는 영상과 사진들은 동물원 현장보다 더 푸바오의 일상을 생생하게 즐길 수 있다. 분유를 먹던 아기 푸바오가 말썽부리는 사춘기를 겪고 야외 방사장과 실내 철창를 출퇴근하듯 오가는 모습을 보면 우리의 모습 같아 ‘언제 저렇게 컸을까’하는 대견한 생각이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육사들을 믿고 의지하는 푸바오의 행동을 통해 인간과 동물의 교감이 느껴져 따뜻한 마음이 든다.

그런데 우리가 SNS에서 만난 푸바오는 본 아티클에 앞서 보았던 동물원 이미지들과 사뭇 다르지 않은가. 가장 다른 점은 불편하지 않다는 것이다. 자신의 몸집에 비해 비좁은 철창에서 하루를 마무리라는 모습도, 수백 명의 인파를 마주해야 하는 야외 방사장에 놓여진 푸바오의 모습도, 트루먼쇼의 주인공처럼 태어나 첫 걸음마부터 독립하는 장면까지 생중계 되듯이 콘텐츠로 제작되는 현실도 모두 불편하지 않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과 우리가 그 편안한 이미지들에 익숙해졌다는 점. 무언가에 길들여진다면 우리는 그 익숙함에 속아 분별할 수 있는 감각이 무뎌진다. 동물원의 내일을 위해서 우리는 에버랜드 판다월드에 사는 푸바오를 낯설게 바라보아야 한다.

푸바오의 ‘먹방’을 촬영하는 인파
푸바오의 ‘먹방’을 촬영하는 인파, 이미지 출처: 아주경제
루브르박물관에 전시된 모나리자를 관람하는 인파
루브르박물관에 전시된 모나리자를 관람하는 인파, 이미지 출처: 서울신문

어쩌면 이 아티클은 하루의 노고를 푸바오의 사랑스러움에 위안을 얻고, 에버랜드에서 푸바오를 보며 연신 셔터를 눌렀던 사람이라면 불편한 글일지도 모르겠다. 유명한 애니메이션 <주토피아>에서 이러한 구절이 나온다. 치타 클로하우저가 토끼 주디에게 “어머, 귀여워!”라고 말했을 때 주디는 “토끼들 사이에서 귀엽다는 말은 괜찮지만 다른 종족 사이에 이렇게 말씀하시는 건 실례에요.”라고. 우리가 동물을 귀여워 하는 것이 동물에게는 어떠한 의미일지 생각해보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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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희연

느리지만 가치 있는 발걸음들에
발맞추어 걷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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