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마음에서 찾은
본질적인 나다움

성공이나 실패가 아닌
좋아하는 마음으로 충분하다는 확신
Edited by

최근에 좋아하는 마음으로만도 충분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나요? 좋아하는 마음은 어린 시절에만 허용되는 장난감같은 마음이랄까요. 우리는 좋아하는 것 보다는 잘하는 것이 훨씬 중요한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가도 잘하지 못하면 어느새 주눅이 들어 자책하다가 슬그머니 그만두는 일이 이제는 익숙합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 한 해를 평가하는 척도는 눈에 보이는 성과가 되기 쉽습니다. 그저 ‘마음에 불과한 것들’은 미성숙한 열매처럼 어쩐지 부족해보이고요. 하지만 꼭 잘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좋아하는 마음엔 실패가 없지』는 무작정 시작한 일에 좋아하는 마음이 서서히 싹을 틔우고, 본질적인 나다움이 꽃피는 과정을 그려냅니다.

좋아하는 마음의 위력에 의구심을 품으며 억지로 발을 떼던 사람이 누구도 훔칠 수 없는 단단한 자기 삶을 가지기까지. 저자는 함께 하는 다른 사람들보다 느리게, 그렇지만 꾸준히 스스로를 이겨내며 성장합니다. 아기자기한 삽화 너머 영겁의 세월을 견뎌낸 암벽 같은 자신감 밀도를 지니게 된 저자의 이야기, 『좋아하는 마음엔 실패가 없지』를 소개합니다.


초급:
내 모습은 내가 결정한다

이미지 출처: Unsplash

우리는 안전하고 평범해 보이는 경계를 뛰어넘어 무모해 보이는 일에 선뜻 도전하는 행동을 별나게 생각하는 집단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 분위기에서 선택과 집중, 그리고 효율성이라는 키워드는 튀지 않고 평범하고도 안정된 삶을 쫓는 현대 사회인의 핵심 덕목일지도 모릅니다. 성장에 집중된 사회 분위기는 무용해 보이는 일에 힘을 쏟는 것을 경계하게 만듭니다.

저자는 자기 객관화가 확실한, 달리 말하면 어떤 면으로는 효율적으로 자기 한계를 빨리 결정해 버리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아무리 반복해도 실패가 되풀이되는 과제 앞에서는 아무렴 어떨까요. 주변에서 할 수 있다고 목청껏 외쳐주더라도 차마 용기가 나지 않기 마련입니다.

클라이밍
이미지 출처: Unsplash

뭐 하나 마음처럼 되지 않는 날. 높은 곳의 홀드가 잡히지 않는 반복되는 실패에 몸과 마음에는 피로가 쌓여가고, 이미 여러 차례 반복되는 실패 때문에 의욕도 체력도 바닥을 치는 날. 기운을 북돋아 주는 코치와 동료들에게도 날 선 태도로 포기를 선언하다가 문득 생각합니다.

자기 자신을 이겨내라는 응원에, 포기하는 나도 도전하는 나도 내가 결정하는 것이라며 대꾸하던 저자가 문득 마음을 바꾼 지점에서 묘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집니다. ‘실패의 가능성을 예상하면서도 기꺼이 그것을 선택해 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짐과 함께 죽을 듯이 고함을 지르며 다시 도전한 저자. 과연 어떻게 됐을까요? 좌절을 선사하던 문제를 딛고 마지막 홀드를 잡아 짜릿한 성공을 맛보았습니다.

클라이밍
이미지 출처: Unsplash

클라이밍을 하면서 고통이 따르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그 고통도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자신을 나아가게 한다고 말합니다. 내가 선택한 고통이고, 그 뒤에는 반드시 나의 성취가 따라온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성공이든 실패든 상관없이 말이죠. 성취를 인지하면서 저자는 자신을 조금 덜 미워하고, 조금 더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는 삶의 맹렬한 의지를 키워나갑니다.

손쉽게 좌절이라는 선택에 손이 가는 순간, 혹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날, 저자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나의 본체는 전적으로 내가 만든다는 사실을요.


중급:
믿을 수 있는 사람과의 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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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운동 앞에 좌절하지 않는 자아를 갖추게 된 후에도 고비는 번번이 닥쳐옵니다. 실내 암장이 아닌 야외 암벽에 용기 내 도전했던 날, 거대한 암벽 앞에 실내 암장에서는 필요 없던 안전 장비로 하나둘 무장하는 사람들을 보며 저자는 다시 한번 겁을 먹습니다.

혼자서 충분히 탈 수 있는 실내 암장과는 달리 야외에서는 장비를 이용해 올라가야 합니다. 그동안 등반자의 추락을 막기 위해 로프를 조작하는 역할을 맡을 동료가 필요하죠. 믿을 수 있는 동료에게 나의 안전을 맡겨야 마음 놓고 등반할 수 있습니다.

갑자기 올라간 난이도앞에서 망설이는 저자에게 클라이밍 센터에서 한 동료가 나섭니다. 밑에서 꽉 잡아주겠다고요. 상공 10미터까지 올라간 지점에서 도저히 다다를 수 없는 홀드 앞에 울부짖던 저자에게 동료가 큰 소리로 외쳐줍니다. “괜찮아. 안 떨어진다. 내가 줄 잡고 있다!”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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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혼자만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과제였던 초급 시절에서 나아가, 중급 단계에서는 극복해야 하는 문제 난이도부터 달라집니다. 그러면서 동료의 기술, 심적인 응원, 믿음 등 함께하는 사람의 존재가 무척 중요해집니다. 나의 기술적 한계에 다다랐을 때, 공포 때문에 실제보다 더 크게 그 한계를 받아들여 무너지는 순간은 빈번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해내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꺼내 이끌어 주는 것은 누군가의 응원입니다.

아무리 확신을 갖고 시작했더라도 그 여정에서 의심과 자기 비판이라는 파도의 너울을 지나다 보면 지치기 마련입니다. 그런 때 누군가의 사소한 응원은 다시 확신의 기둥을 세우는 원동력이 되어줍니다. 저자는 일단 한번 가볼 수 있도록 나의 행보를 응원하며 피니시 홀드에 다다를 때까지 지켜봐 주는 동료들이 있는 일을 체험합니다. 그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발현되는 시너지를 통해 저마다의 문제를 극복하는 여정에 서로 증인이 되어주는 경험. 그 과정에서 저자는 지금의 일을, 그 일을 하는 나 자신을 좋아하는 마음을 더욱 견고히 다져갈 수 있었고요.

그 응원은 꼭 타인의 응원이어야만 할까요? 저자는 믿음의 기반이 자기 자신이 될 수도 있다고 내비칩니다. 도저히 다다를 수 없어 보이는 암벽 꼭대기 앞에서 포기하며 역시 나는 안된다고 자조하고 싶을 때, 자기 자신을 몰아세우고 지적하는 대신 이렇게 해 봅시다. 마치 밑에서 나를 단단히 받쳐주고 있는. 지금 이 과정이 무조건 성공하리라 믿어주며 버티고 있는 동료가 있다고 생각해보는 것이죠. 해내지 못하고 결국 포기했을 때 그 동료에게 뼈에 사무치도록 미안해질 것 같다고 느낄 만큼, 열성을 다해 스스로를 응원해줍시다. 스스로에게 인생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전우가 되어 준다면,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고급:
나만의 방법을 찾는 힘

이미지 출처: Unsplash

아무리 도전해도 풀리지 않아 고민하던 문제를 옆 사람은 손쉽게 풀어버렸을 때는 맥이 탁 풀립니다. 떨어진 의욕을 끌어모아 발을 옮기는 중, 갈팡질팡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으면 밑에서 동료들이 도움을 줍니다. 다른 홀드로 옮겨 봐라, 스타트를 바꿔봐라 등 각양각색의 조언을 들으며 다다른 피니시 홀드에서는 어쩐지 성취감이 덜합니다.

모두 다른 인생을 살고 있는데, 인생에 단 하나의 정답이 있을까요? 우리는 삶의 기준을 타인 혹은 사회가 정한 보편적인 기준에 맞추곤 합니다. 그렇게 별다른 고민 없이 수용한 기준들은 잘못된 무게 중심으로 인해 자꾸 삶을 휘청거리게 만들죠.

제각각 다른 사람이 모인 만큼 사람마다 장단점도 능력도 차이가 극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기본적인 기술을 익혀야 하는 초보 단계를 넘어섰다면, 타인이 일러준 방법을 무작정 따라 하기보다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곁눈질하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와 자신만의 방법을 끈기 있게 찾아가고 나서야 비로소 좋아하는 마음에 굳건한 뿌리가 내려지는 법이니까요.


『좋아하는 마음엔 실패가 없지』 상세 페이지


클라이밍은 나를 계속 좌절시키는 문제를 끈질기게 마주해야 성공하는 수학 문제 같습니다. 필자가 어릴 적, 수학을 왜 공부해야 하냐며 부모님께 여쭈었을 때 이런 답을 들었습니다. 해답을 향해 가는 치열하고 끈질긴 고민의 과정에서 길러지는 태도 자체가 수학을 배우는 이유라고요.

저자는 영화나 드라마 같은 기적적인 변화를 단번에 이뤄내지는 않습니다. 실제 이야기가 글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다듬어졌을 것이 분명한데, 읽는 내내 ‘참 느리다.’ 싶을 만큼 천천히, 아주 느리게 변화가 축적되거든요. 우리 일상에서도 변화는 일순간에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독자들이 절대 잊지 않도록, 하지만 분명하게 변화는 일어난다는 사실을 저자는 끈기를 갖고 풀어냅니다.

책 속에서 저자가 체험한 클라이밍 초급, 중급에서 고급 단계로 성장해 가는 동안 클라이밍 기술로도, 삶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지는 저자를 만나게 됩니다. 끈질기게 매달리고, 회의와 신뢰를 반복하며 다져가는 단단한 굳은살 같은 마음. 그 야무진 모습을 지켜보며 나도 모르게 저자를, 그리고 암벽에 매달려 있는 것 같은 우리들의 인생을 응원하고 싶어집니다.

왠지 이룬 것 없이 초라해 보이는 연말이라며 체념하고 계시나요? 아니면 단단한 나만의 새해를 만들고 싶어 설레시나요? 어떤 마음이든, 이 책은 자기 자신을 습관적으로 체념하던 사람이 끈질기게 자기 자신을 믿고 좋아해가는 과정이 담겨있습니다. 자신의 위치와 방향, 태도를 다시금 되짚어 보고 싶어지는 한 해의 끝자락, 암벽에 매달리듯 끈질기게 자신의 좋아하는 마음에 매달려 보면 어떨까요. 본질적인 나다움은 어디에 있는지, 나를 나아가게 하는 좋아하는 마음은 무엇으로부터 증폭되는지, 그런 스스로를 믿어주는 힘은 어떻게 기를 수 있는지 되짚어보는 깊고 단단한 연말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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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빈

고전이라는 창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
방황하고 반항하며 만드는 담론이 세상을 바꾼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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