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일상의 소음과 갈등에 휩싸일 때 사색은 마치 안정제처럼 내면의 평화를 찾아줍니다. 또한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자 할 때에는 나침반처럼 나아가야 할 지점을 알려주기도 하고요. 한 해를 정리하며 새해를 맞이하는 이 계절은 일 년 중 그 어느 때보다 깊은 생각의 순간이 필요하다고 느껴지는데요. 때마침 나에게 온전히 몰입하는 사색의 시간을 제공하는 전시 ≪Diving Point≫가 한창이라 반가운 마음으로 방문하였습니다.
사진 김태현
사색으로 떠나는 첫 여정
전시는 파주에 위치한 ‘황인용 뮤직 스페이스 카메라타’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이곳은 아나운서 겸 라디오 DJ로 활동했던 황인용 님이 운영하는 음악 감상실인데요. 직접 소장하고 계신 LP 음반과 커다란 빈티지 스피커를 통해 깊고 풍부한 클래식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건물의 문을 열자마자 시선이 향하는 높은 천장과 귀로 들려오는 웅장한 음악의 선율은 마치 새로운 세계로 안내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음료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으니 좌석마다 놓인 캔들 워머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오늘 전시의 주인공인 섬세이의 ‘실버라이닝 워머’였는데요. 기존 캔들 워머 하면 연상되는 기존의 올드한 호롱불 모양이나 스탠드 모양이 아닌 모던한 형태로 디자인되어 어느 공간에 두어도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워머 크기에 딱 맞는 실리콘 트레이가 있어 워머를 가구 위에 두었을 때 흠집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미끄러지지 않게 잘 지지해 줄 것 같았습니다. 또한 제품 뒷면에 선 정리를 도와줄 수 있는 작은 클립 디테일에선 사용자를 위한 섬세이의 배려도 느껴졌고요.
실버라이닝 워머의
불규칙한 빛의 향연
워머가 선사하는 은은한 향기와 공간을 감싸는 빛을 감상하던 중, 문득 특이한 점 한 가지를 발견했습니다. 워머 빛의 세기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게 아니라, 불규칙하게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제품의 소개 글을 살펴보니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빛을 구현한 거라더군요. 구름 뒤에 해가 숨어있을 때 구름 가장자리에서 퍼져 나오는 빛을 뜻하는 ‘실버라이닝’이란 이름이 붙은 이유기도 했고요. 움직이는 구름에 따라 생겨나는 빛의 모습이 균질하지 않듯, 워머가 만들어 내는 빛도 하늘과 닮아 있었습니다.
우리는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움 속에서 마음의 편안함을 느낍니다. 자연이 담고 있는 의외성과 불규칙성으로부터 말이죠. 파도의 높이, 계절의 변화, 바람의 세기는 늘 예측할 수 없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새로움과 경험의 다양성을 제공합니다. 실버라이닝 워머의 일렁이는 불빛에도 이러한 자연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불규칙한 빛의 변화가 몰입을 방해하지는 않을까 하는 처음의 우려와는 달리 금세 마음이 차분해지며 안정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공간 속에서 느끼는
자연스러움
전시 공간인 카메라타는 관객들의 몰입의 시간을 한층 더 깊이 있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3층 높이까지 탁 트인 층고와 하늘가 맞닿은 유리 천장은 자연채광을 살려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날씨를 투과하여 실내에서도 마치 자연 속에 있는 듯한 인상을 주었죠. 또한 인위적으로 잡음을 없앤 디지털 음원이 아닌 빈티지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아날로그적 사운드도 청각적인 편안함을 더해주었습니다. 이 때문에 창문 너머로 바라보이는 겨울 풍경과 어우러진 음악은 마치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됩니다. 음악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감동에 휩싸였고, 워머에서 흩어지는 은은한 불빛은 나만의 고요한 여유를 찾는 데 제격이었습니다.
음악과 에세이로 완성되는
‘Diving point’
이윽고, 5시가 되자 특별한 플레이리스트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황인용 님이 직접 사색과 성찰 경험을 담아 구성한 10곡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습니다. 공간에 있는 모두가 다시 한번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감상을 이어나갔습니다. 일상의 소란에서 벗어난 음악의 우아한 음조와 차분한 불빛이 한층 더 고요한 세계로 안내해 주었습니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는 사색의 깊이를 더하는 3편의 에세이가 카드도 함께 제공되었습니다. 감성적인 표현과 깊은 생각이 어우러진 문장들은 부드럽게 마음의 문을 열어 주었는데요. 마치 외부와 단절된 물속으로 헤엄쳐 내려가듯, 삶의 각별한 순간들로 다이빙하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한 시간 남짓 특별한 음악 여행이 끝나자 주변 세계가 조금 더 아름답게 느껴지더군요.
섬세이의 ≪Diving Point≫는 제품, 공간, 캠페인을 통해 일상에서 자연을 온전히 마주하는 경험을 만드는 그들의 철학이 관객들에게 온전히 전달되는 전시였습니다. 공간이 주는 특별함, 진솔한 에세이는 내면과 소통하며 스스로 더 깊은 대화하는 기회를 선사했고요. 또한 전시에서 느꼈던 몰입감과 사색의 순간은 실버라이닝 워머의 불규칙한 불빛을 통해 사용자의 생활 공간에서도 손쉽게 구현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섬세이가 선보이는 특별한 사색 여정은 이번 달 24일까지 열려있습니다. 마음속 소리에 집중하고 나를 온전히 마주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경험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