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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또 걸으며
도시를 기록한 책 3권

도시 속 길에 내디딘 한 발짝이
시간을 기록하는 한 획으로
Edited by

충분한 시간과 더불어야만 비로소 정립되는 언어가 있습니다. 무수한 언어가 있겠지만, 그중에는 어떠한 도시에 각자만의 정의를 내리며 완성해 가는 문장도 있을 듯합니다. 수많은 이의 분주한 현재가 모여 커다란 이야기를 이룬 곳, 도시. 도시가 지닌 이야기의 크기는 가늠조차 할 수 없기에, 누군가가 직접 도시를 거닐며 남긴 기록은 귀중합니다. 직접 도시를 걷고 또 걸으며 도시 속 세밀한 장면과 이야기를 기록한 책 세 권을 소개합니다.


『첫, 헬싱키』

『첫, 헬싱키』
이미지 출처: 안그라픽스

어떤 기록은 삶의 전환점에서 시작됩니다. 그간의 일상에 쉼표를 찍고 타국의 도시로 여행을 떠난 어느 부부의 기록을 담은 책 『첫, 헬싱키』가 그렇습니다. 이 책의 저자와 저자의 배우자가 향한 곳은 핀란드입니다. 겨울이면 자그마한 물방울도 차가운 얼음 결정으로 탄생하는 숲과 호수의 나라이지요. 그리고 핀란드의 가장 큰 도시이자 수도인 헬싱키에서 여행보다는 여유로운 일상이, 그리고 기록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오직 파란 선으로만 이뤄진 기록, 『첫, 헬싱키』. 이 책의 곳곳에는 핀란드 속 찰나의 일상이 스며 있습니다. 가로등의 모양, 건물마다 자리한 서로 닮은 듯 다른 대문들, 중고품 가게에 진열된 이 빠진 컵. 도시의 길목을 찬찬히 체험하고 느끼는 과정에서 발견하게 되는 그 일상들은 저자의 세심한 라인 드로잉으로 매 페이지에 새겨졌습니다. 그렇게 모인 한 획 한 획이 재현한 정다운 추억은 한 권의 푸른 책으로 완성되었지요.


『첫, 헬싱키』 상세 페이지
『첫, 헬싱키』 구매 페이지


『스트리트 도쿄
: 도쿄 산책 노트』

『스트리트 도쿄: 도쿄 산책 노트』
이미지 출처: 디자인이음

도시가 마치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처럼 여겨질 때, 그 도시를 세분화해서 들여다볼 수 있는 방법은 산책이 아닐까 합니다. 이 골목 저 골목 걸음을 옮기다 보면, 도시를 처음 대면했을 때에는 알 수 없던 이야기를 마주하기도 하지요. 그리고 이내 우리는 저마다의 기준과 분류법으로 그 도시를 재조립할 수 있게 됩니다. 도시와 나만의 내밀한 기억이 많아질수록, 저마다의 분류표는 세세해집니다.

『스트리트 도쿄: 도쿄 산책 노트』는 어떠한 도시를 이해하는 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그 도시와 각자 자신만의 기억을 쌓아가는 데에는 깊은 관심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음악, 미식, 건축 등의 키워드와 함께 저자가 바라본 도쿄라는 도시가 정갈하게 기록된 이 책은, 어떠한 도시를 자신만의 키워드로 회고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있어 따뜻한 실마리를 제공할 것입니다.


『스트리트 도쿄: 도쿄 산책 노트』 상세 페이지
『스트리트 도쿄: 도쿄 산책 노트』 구매 페이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12』
서울편 1~4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12』 서울편 1
이미지 출처: 창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12』 서울편 2
이미지 출처: 창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12』 서울편 3
이미지 출처: 창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12』 서울편 4
이미지 출처: 창비

서울이라는 도시가 하나의 도서관이라고 한다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편 시리즈는 깊은 관록을 지닌 어느 학자가 그 도서관의 장서를 직접 선별하고 배치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총 네 권으로 이뤄진 이 시리즈는 앞의 두 편에서는 서울 속 궁궐을, 뒤의 두 편에서는 서울 곳곳의 동네를 조명하는데요. 특히,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편 1과 2에 기록된 궁궐은 마치 한 편의 궁중기록화처럼 세밀하고도 체계적입니다. 궁궐이라는 공간이 지닌 특수함에 그 옛날 일상 속 장면은 궁궐 담장 밖 장면과는 사뭇 달랐을 테지만, 이 시리즈 속 네 권은 모두 저자가 차곡차곡 쌓아 온 발걸음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도시를 굽이굽이 산책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편 3과 4를 읽는 과정에서 우리는 그 느낌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도시’ 하면 거침없이 뻗어나가는 직선을 떠올리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두 권의 책 속 ‘서울’이라는 도시가 지닌 풍경은 또 다를 듯합니다. 인왕산, 낙산, 북악산 등의 여러 산이 모여 그려내는 산줄기부터, 흐르는 물처럼 수놓아진 골목들, 그리고 역사 속 인물들의 이야기까지. 그렇게 두 권의 책을 통해 서울의 여러 동네 속 장면들을 살피다 보면, 오랜 세월에 걸쳐 완성된 지층을 마주하는 듯합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 서울편 1 상세 페이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12』 서울편 1~4 구매 페이지


도시에는 크고 작은 이야기들이 살아숨쉬고 있습니다. 천 명의 사람이 있으면 천 개의 이야기가 있듯이, 같은 도시에 있을지라도 우리는 저마다의 맥락에서부터 서로 다른 도시의 모습을 포착하겠지요. 독자 여러분의 삶이 펼쳐지고 있는 그곳은 어떤 장면을 지니고 있나요? 세 권의 책이 누군가의 한 걸음에서 시작되어 수많은 이에게 영감으로 가닿았던 것처럼 우리의 기록 또한 작은 한 발짝에서 시작되리라 생각합니다.


유스

유스

파란 하늘처럼 청명한 힘을 글과 사진에 담고자 하는 사람.
콘텐츠가 선사하는 영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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