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퍼스널브랜딩
할 수 있는 존재일까

퍼스널과 브랜딩 사이
탈락되는 인간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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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딩(Personal Branding). 현재 이 글을 보고 있는 대부분, 혹은 SNS를 활발하게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 본 개념일 것이다. 개인을 넘어 핵개인1)의 시대가 도래하고 구직 시장과 기술 발전이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급변하면서 사람들의 취향과 욕망은 다양해졌으며, 직업을 대하는 태도 역시 여러 갈래로 분화되었다. 무엇보다도 기업 혹은 누군가가 나를 바라봐주길 기다리기보다 자신을 먼저 브랜드로써 시장에 내놓기 시작했다. 보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개체가 된 것이라 볼 수 있는데, 여기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과연 인간은 브랜딩할 수 있는 존재인가? 퍼스널 브랜딩이 오히려 개인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닐까? 이번 글에서는 퍼스널 브랜딩 뒤에 있는 인간의 본질과 퍼스널(Personal, 개인)과 브랜딩(Branding) 사이에서 탈락되는 것들을 조명하고자 한다.


대(大)브랜딩 시대

브랜딩
이미지 출처: Common Place

퍼스널 브랜딩을 알기 위해선 브랜딩(Branding)부터 알아야 한다. 브랜딩이란 비즈니스에 정체성을 부여하여 고객 및 잠재 고객과 신뢰를 구축, 새로운 고객을 충성스러운 구매자로 연결하는 일을 말한다. 여기에서 가장 큰 두 가지 포인트를 꼽자면 ‘차별화’ 그리고 ‘지속성’이다.

전자, ‘차별화’는 왜 이것이 더 나은 선택인지를 강조하여 구별함으로써 경쟁 업체보다 우위를 선점하기 위함이다. 서비스나 제품 단계에서의 발전은 어느 정도 한계가 분명하다. 그러나 스토리와 정체성을 입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얼마나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을 하는지에 따라 그 브랜드는 유명을 달리한다. 그리고 후자, ‘지속성’은 신뢰의 문제와 연결된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온라인 쇼핑 비율은 21년 기준 전체 구매의 62%로, 오프라인 쇼핑을 넘어선지 오래이다. 어느 때보다 브랜드와 고객간의 신뢰가 중요해진 것이다. 때문에 기업이 설정한 세계관 안에서 일관적인 모습으로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는지가 구매의 결정적인 요소가 되었다. 이는 브랜드 팬을 만드는 데에도 크게 작용한다.

이를 개인에게 적용한 것이 바로 ‘퍼스널 브랜딩’이다. 한 마디로 정의하면, ‘퍼스널 브랜딩’은 ‘자신만의 개성, 매력, 재능을 가시적으로 보여주어 자본주의 시장에서 남들과 자신을 차별화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현재는 더 높은 개인적 혹은 직업적 성취를 달성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퍼스널 브랜딩 하고 있다. 이 또한 브랜드처럼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자신을 포장해서 인스타그램, 블로그, 링크드인과 같은 플랫폼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며 홍보해야 한다.

‘퍼스널 브랜딩’을 검색하면 퍼스널 브랜딩 하는 방법, 이를 알려주는 유튜버들이나 퍼스널 브랜딩으로 몸값을 올려 이직한 사람들을 아주 쉽게 볼 수 있다. 그만큼 자신의 직업과 가치관을 보여주는(showing) 행위는 일반화되었고, 이는 시장도 개인도 모두 브랜딩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방증한다.


퍼스널 브랜딩에
열광하는 사회

MBC 예능 프로그램 〈아무튼 출근〉 에 출연한 이동수 씨의 모습으로 그의 회사 생활 모토는 많은 직장인들의 공감을 샀다.
MBC 예능 프로그램 〈아무튼 출근〉 에 출연한 이동수 씨의 모습으로 그의 회사 생활 모토는 많은 직장인들의 공감을 샀다. 이미지 출처: 헤럴드 경제

1) MZ세대의 경제적 생존전략

현재 인스타그램에 ‘#퍼스널브랜딩’으로 등록된 게시물이 12만건을 넘어섰다. 이렇게 퍼스널 브랜딩에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경제적 자유다. 신한은행이 지난해 4월 발간한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2022’에 따르면, 20·30대 가운데 정년보다 빠르게 은퇴하기를 바라는 파이어족의 비율은 6.4%로 40대(1.4%)보다 6배 높게 나타났다. 창업은 쉽지 않고, 평생 직장이란 개념은 사라진 요즘, 현재 직장은 수익이나 자아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특히 월급처럼 고정 노동 소득으로는 집 한 채도 살 수 없다는 위기감은 더욱 퍼스널 브랜딩에 열광하게 만든다. 2020년 국토교통부 보고서에 따르면 전후 4년 새 내집마련에 성공한 가구주의 평균 연령이 43.7세로 전년(42.8세)보다 크게 높아졌다. 대출에 허덕이며 내집마련에 고군분투하는 청년들을 보더라도 이는 여전히 현재 진행중이다. 퍼스널 브랜딩으로 자신의 가치를 먼저 알린 후 다양한 수익 창출 기회를 통해 자신의 몸값을 올리려는 행위는 자아 실현 이전에 생활을 유지하려는 본능적인 생존 전략일 수 있다.

2) 끊임없이 특별함을 증명해야 하는 사회

지금처럼 신자유주의가 고도화된 사회에서 내가 가진 스펙(Specification, Spec)은 남들도 똑같이 가졌다. 바로 스펙이 스펙이 아닌 게 된다는 의미이다. 고로 스펙으로 여기지 않았던 것, 나의 평범한 일상을 미디어에 게시하는 것이 이른바 ‘슈퍼 스펙’이 될 수 있다. 더 이상 특별함은 특별함이 아니고, 평범함은 평범함이 아니다.

현재 기업이 제시하는 인재 요건의 능력은 ‘성실성, ‘문제 해결 능력’, ‘친화력’ 등 기본 스펙처럼 계량화될 수 없는 가치를 요구한다. 이는 일상의 훈련에서 비롯되므로, 이러한 능력을 증명하려면 나의 일상을 보여주어야 한다. 평소에 게시한 SNS에서의 나의 모습들이 나의 스펙이 된다는 의미이다. 이제 대학교, 학점과 같은 정량화된 데이터는 자격 시험에 불과해졌고 퍼스널 브랜딩의 재료인 가치관, 개성, 인성 등이 나를 평가할 주요한 지표가 되었다. 어쩌면 퍼스널 브랜딩은 완성 기준과 도달점 없이 무한 경쟁해야만 하는 청년들의 단면을 뚜렷이 보여주는 사회 현상일 수 있다.


존재하고 살아가는 인간

인간
이미지 출처: Unsplash

1) 페르소나의 역설

퍼스널 브랜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페르소나 만들기이다. 나의 모습 중 노출되고 싶은 모습을 골라 이미지화하고 이를 통해 팬을 형성한다. 이제 주체가 단순 개인을 넘어 하나의 기업처럼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인간이 존재하기보다 보여주기로 기능된다.

하지만 퍼스널 브랜딩으로 알고리즘을 타려면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보여주기 어렵다. 자신의 퍼스널 브랜딩 콘셉트가 뚜렷하거나 특별하지 않으면 상단에 노출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자신의 매력을 브이로그나 일기 스타일로 마케팅하려면 이미 많은 사람이 같은 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알고리즘의 수혜를 받기 어렵다. 퍼스널 브랜딩이 성공하려면 나의 진정성보다 대중의 소비 성향이 더욱 우선시되는 일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더불어 인간은 매우 입체적인 존재이다. 즉, 명확한 콘셉트를 유지하며 유사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여러가지 맥락 없는 욕망에 따라 행위하고 실수하며 배우고 새로워지는 것이 인간이다. 그 여러가지 행위를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를 도출하는 행위 혹은 멀티 페르소나의 개념은 차치하더라도, 억지로라도 일관된 모습으로 자신을 포장해야 하는 퍼스널 브랜딩은 오히려 인간의 복잡 다단한 모습을 납작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 하나로 수렴되지 않는 경험일 경우, 그 경험의 가치와 관계 없이 누락될 수 있기 때문이다.

2) 완벽주의의 일상화

흠결은 인간성의 본질이다. 인간은 실수하면서 나아지고, 넘어졌다 일어나는 존재이다. 하지만 팬은 이를 인식하기 어렵다. 퍼스널 브랜딩하여 시장에 나를 내놓은 이상, 개인이기 전에 상품이다.

퍼스널 브랜딩은 자신이 보이고 싶은 모습을 브랜딩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셀링하며 팬을 만든다. 스스로를 상품화하여 리텐션을 만드는 것이다. 설령 퍼스널 브랜딩한 면이 아주 작은 특징이라 하더라도, 팬은 퍼스널 브랜딩을 그 사람 전체로 인식한다. 자연스레 모든 면에서 완벽하기를 기대하고, 당사자조차 스스로 만든 퍼스널 브랜딩에 잠식당할 수 있다. 보이고 싶은 자아와 진짜 자아의 역전이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퍼스널 브랜딩은 개인 SNS의 성장과 맞물려서 작동한다. 당연하게도, 이미지로 소비되는 인간은 고갈될 수밖에 없다.

더불어 시장에는 나보다 더 나은 상품들이 언제나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차별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다른 이보다 지속적으로 나아질 것을 자신도 모르게 추구할 수밖에 없다. 물론 비교를 통해 퍼스널 브랜딩 컨셉을 견고하게 만드는 일이 발전에 해롭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는 외적 동기에 기인하기 때문에 끝없는 완벽주의로 스스로를 내몰 수 있다.


퍼스널 브랜딩은 거대한 시대의 흐름에서 개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주체적으로 설정하고 호명하는 행위임은 분하다. 그럼에도 자신의 퍼스널 브랜딩을 돌아 볼 필요가 있다. 필연적으로 일관적이지 않은 인간이 퍼스널 브랜딩에 가려 있진 않은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여러가지 감정을 느끼고, 실수하고 넘어지는 내가 나의 퍼스널 브랜딩에 드러나 있는지. 나의 진짜 목소리가 퍼스널 브랜딩에 들어가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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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재

해상도 높게 사랑하고자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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