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e%$ 님께 단상이 도착했습니다.
안녕하세요. ANTIEGG 예진입니다.

신년의 안녕을 염원하던 1월이 사그라들고, 봄을 맞이하는 2월입니다. 지난달이 몸과 마음을 고르는 기간이었다면, 이번 달이야말로 본 게임이 시작되는 시기죠. 더 큰 성취를 위해 결연한 걸음을 내딛는 때.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탓에 자꾸만 무거워지는 기분입니다. 올해의 목표와 다짐을 한가득 쏟아내다가도, 위축된 얼굴로 자리에 앉습니다. 생각과 행동의 간극에 불안이 슬그머니 고개를 듭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타인에 비해 나의 발화는 투박하기만 합니다. 근사해 보이던 어제의 마음을 옆으로 치워둔 채, 다른 삶을 낭만화하는 게 더 편안한 지금. 일상을 지배한 모난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요.

모든 인간은 입체적입니다. 명과 암으로 나눌 수 없죠. 선을 추구하는 정결한 마음이 기본값이길 바라지만, 일순 불쾌한 생각과 감정이 일기도 합니다. 상상보다 일그러진 감정의 얼굴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고요. 더군다나 디지털 기기로 인해 타인의 삶에 접속하는 횟수가 늘자 혼란은 가중됩니다. 나의 현 상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타인의 성취에 동요하고, 곧은 직선 위 선두와 후미를 나눕니다. ‘나’는 어디쯤 있나요. 나의 작업은 그들의 결과물과 어떻게 다른지요. 비교와 검열이 연쇄된 형태로 창작물에 날아들자 현재는 속수무책 납작해집니다. 안타깝게도 모난 마음은 자연스럽게 연소되지 않습니다. 그 자체로 스스로를 주눅 들게 만들어 자신을 향한 검열을 더 뾰족이 갈아내는 계기가 되죠. 이 마음이 깊어진다면 작은 시도까지 유예하는 상태에 이릅니다. 비교와 검열이라는 저울을 창조해 내고, 기꺼이 그 위로 오른 사람들. 나를 옹호해야 하는 내가 누구보다 엄격한 감시자가 되어 완벽을 종용하는 거예요.

단언합니다. 삶의 성패를 나누는 기준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를 증명하는 사례는 너무도 많죠. 학창 시절 마약 소지 문제로 퇴학당한 뒤 친구 집 소파를 전전하던 이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고, 한때 문학상을 휩쓸던 프랑스 문학계 스타는 자신의 삶을 비관했습니다. 망가진 것만 같은 삶에도 빛나는 성취와 누구도 구하지 못한 앎이 숨어 있고, 추앙받는 삶에도 지루한 고민과 깊은 그늘이 존재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일렬로 서 있는 모습이 아닌, 동그란 선 위에 산발적으로 나타나 사라지는 존재가 아닐까요. 저마다 돌멩이 같은 행운을 움켜쥐고 있을 뿐, 의미를 만드는 것은 내 몫입니다.

“더 많이, 더 높이.” 사회적 성취를 숭상하는 이들은 결코 직선 위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동그라미는 끝과 끝이 마주한 형태지만, 직선의 끝은 가늠할 수 없거든요. 그토록 동경하던 목표를 달성한 순간, 필연적으로 다음 대상을 마주해야 할 것입니다. 무엇을 좇고 있나요. 내가 확신하던 세계는 알고 보니 폐허일 지도 모릅니다. 반대로 폄하하던 대상이 우주가 될 지도 모르죠. 현재는 해석하기 나름이고, 우리의 가치 판단은 항상 이릅니다. 그렇다면 이제 당신 차례입니다. 낙관과 비관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요?

  • 삶과 죽음, 아름다움과 추함의 이 무질서한 흐름엔 무언가 숨겨진 의미가 있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빛을 발하는 어떤 비극적 화음에 그것들을 담아 리듬을 부여했을 하나의 열쇠가 있을 거라는._안드레이 마킨, 『어느 삶의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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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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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예진

비틀리고 왜곡된 것들에 마음을 기울입니다.
글로써 온기를 전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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