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을 이끌어갈
버추얼 아이돌의 세계

현실과 가상이 뒤섞인
버추얼 아이돌 문화 탐색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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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 캐릭터의 옷을 입은 아이돌 혹은 AI의 목소리와 움직임으로 공연을 선보이는 아이돌을 상상해본 적 있나요? 어쩐지 만화나 영화 속 존재 같지만, 요즘 큰 인기를 구가하는 ‘버추얼 아이돌’은 가상의 세계관과 현실에서의 활동을 오가며 팬덤을 형성하고 있어요. 이는 기술의 발달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아이돌 문화를 만들어가는 팬덤과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최근 동향을 드러냅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버추얼 아이돌의 사례들과 함께 이 현상의 의미를 간단히 살펴보려고 합니다.


가상 세계를 활용한
아이돌의 등장

버추얼 아이돌은 ‘가상’의 세계관 속 아이돌을 통틀어 지칭해요. 혹자는 한국 버추얼 아이돌의 시조를 1998년 데뷔한 사이버 가수 ‘아담’이나 류시아’라고도 하는데요. 당시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이 일어나던 과도기라 ‘사이버’라는 개념이 조금 이질적이었다면,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온라인 공간에서의 교류가 활성화된 오늘날 우리가 인식하는 세계는 실제와 가상이 뒤섞여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버추얼’은 더 이상 어색한 개념이 아니죠. 3차원 가상 세계에서 상호작용이 가능한 공간, ‘메타버스’가 주요 키워드로 부상했던 몇 년 전의 팬데믹 상황은 이를 더 가속했고요.

동영상 출처: WAKTAVERSE

각자의 스토리와 비주얼 등 많은 요소들이 가상이지만 버추얼 아이돌의 영향력은 실제 사람과 자본을 움직이고 있어요. 가령, 가상 캐릭터를 내세워 활동하는 버추얼 유튜버 ‘우왁굳’이 기획한 그룹 ‘이세계아이돌’의 데뷔곡 ‘리와인드’는 대형 음원 차트(벅스, 가온 등)에서 1위를 차지했고, MBC 사내 벤처 1기로 선정돼 독립한 버추얼 캐릭터 전문회사 블래스트 소속으로 데뷔한 ‘PLAVE(플레이브)’의 데뷔앨범은 초동 판매량 20만장을 넘겼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넷마블과 카카오가 제작에 참여한 걸그룹 ‘MAVE:(메이브)’가 지난해 11월 발매한 신곡 ‘What’s My Name’은 뮤직비디오 조회 수 1,000만회를 돌파했습니다. 데뷔곡으로 스포티파이에서 누적 스트리밍 4,500만회를 기록한 전도유망한 버추얼 아이돌다운 기록이었죠. 그렇다면 왜 ‘가상’의 아이돌이 이만큼 성장하고 있는 걸까요? K팝 아이돌 그룹의 공급은 이미 넘쳐나고 있는데 말이에요.


인간이 아니어도
사랑받는 이유

인간 아이돌과 가상 캐릭터를 입은 버추얼 아이돌의 차이는 새로운 기술이 개입했느냐의 여부에 있습니다. 물론 기존 아이돌 산업에서 사용되는 녹음, 방송, 공연 기술도 시대에 따라 첨단화되고 있는 기술이지만요. 인간 본체가 있는 경우, 본체의 움직임에 가상 캐릭터를 입혀 호환하는 모션 캡처 기술이, 본체가 없는 경우 버추얼 휴먼을 제작하는 AI 기술이 필요합니다. 얼마나 어색하지 않게 춤과 노래를 선보일 수 있는지, 인간과 비슷한 표정을 구현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죠. 정밀한 기술의 활용은 팬들이 버추얼 아이돌에 일차적인 관심을 갖게 하고 몰입하도록 하는 마중물입니다.

동영상 출처: MBCkpop
동영상 출처: Mhz

하지만 무엇보다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소통’과 ‘참여’입니다. 여느 아이돌 팬덤과 같이 버추얼 아이돌 팬덤도 아이돌이 등장하는 다양한 콘텐츠의 소비와 멤버들과의 상호작용을 팬 활동의 핵심으로 여기죠. 버추얼 아이돌은 음원만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 방송이나 라디오에 출연하거나 유튜브 쇼츠로 댄스 챌린지를 찍어 올리고, 영통 팬싸를 진행하는 등 가상의 경계를 넘어 팬들과 적극적으로 교감합니다. 이에 팬들은 스트리밍과 굿즈 구입, 생일카페 열기 등의 활동으로 호응하며 ‘덕력’을 발휘하고 있죠.

동영상 출처: 쁠레이빙 :Plaving

가상 캐릭터 혹은 AI와의 상호작용을 특히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안전’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어요. 인간 아이돌의 실수나 사고에 따라 ‘탈덕’하게 되는 사례가 축적되면서 팬들의 피로도가 높아졌고, 변수 없이 ‘그저 좋아하기만 하면 되는’ 대상이 필요해졌다는 거예요. 인간과 소통할 때와 같은 친밀감을 느끼기를 바라지만, 그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싶지는 않은 걸까요? 지금까지 버추얼 아이돌에게 있어 사고란, 라이브 방송 중에 발생하는 애니메이션의 오류 정도인데요. 실제 인간이 연루된 스캔들에 비해 이런 오류는 별문제 아니라는 듯 귀여워하는 팬들이 오히려 많다고 합니다.


차세대 콘텐츠
IP로서의 버추얼 아이돌

개인 버튜버가 제작한 버추얼 아이돌도 있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기업들이 버추얼 아이돌 제작에 뛰어든 이유도 궁금해지는데요. IP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현재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흐름을 참고하면 실마리가 보일 거예요.

하나의 원천 콘텐츠가 지닌 고유한 라이선스, 지식재산권(IP) 기반의 파생 콘텐츠로 이익을 얻는 IP 비즈니스가 주요 사업 모델이 된 후,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는 자체 IP 확보와 개발이 핵심으로 떠올랐거든요. 아이돌은 이제 노래와 춤을 공연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게임 캐릭터가 되거나 뷰티, 식품 등 음악과 무관한 영역에서도 협업을 선보이는 등 일종의 브랜드처럼 기능하게 되었죠. 버추얼 아이돌은 양질의 노래와 안무, 그룹만의 스토리, 멤버 간의 관계성, 팬들과의 상호작용 등 기존의 아이돌이 주는 즐거움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온라인 환경에서 여러 디지털 플랫폼을 넘나들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가치를 지닌 IP라 볼 수 있어요.

동영상 출처: MBCkpop

버추얼 아이돌에 대한 전망은 밝아 보여요. 글로벌 리서치 기업 이머전 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버추얼 휴먼 시장은 약 14조에서 2030년 약 688조 원 규모로 성장할 예정인데요. 이러한 성장에 힘입어 버추얼 아이돌은 인간 아이돌과 공존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혼합되어 나타날 거라 생각됩니다. SM엔터테인먼트가 걸그룹 ‘에스파’를 통해 처음으로 메타버스 스토리텔링, 즉 가상 세계에 실제 멤버들의 아바타가 존재한다는 세계관 설정을 통해 인간 멤버와 가상 멤버의 공존을 시도했다면, 작년 11월 데뷔한 ‘슈퍼카인드’의 경우에는 인간과 AI 멤버가 함께하는 무대를 기획하고 실행에 옮겼죠. 이처럼 아이돌 산업에서 ‘버추얼’ 기술의 도입과 적용은 수익 창출의 새로운 통로를 찾으려는 기업들의 시도를 통해 더욱 적극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참신한 애정의 대상을 찾는 팬덤과 콘텐츠 IP를 개발해야 하는 기업들에 버추얼 아이돌은 새로운 가능성과 기대로 여겨집니다. 이 같은 버추얼 아이돌 현상은 다양한 질문을 던지게 해요. 우리가 인간 아이돌에게서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던 친밀감을 버추얼 아이돌에게서도 느낄 수 있을지, 만약 그럴 수 있게 된다면 우리는 인간 아이돌만의 고유함을 어디에서 찾게 될지, 혹은 그들을 대체할 수 있는 존재로 여기게 될지. 이어서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율리

율리

진실한 것들을 찾아 오래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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