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만나는
아카데미 후보 애니메이션

상상을 넓히는
OTT 애니메이션 3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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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애니메이션 자주 보시나요? 작년에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만든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큰 화제였습니다. 이 영화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 상은 2002년 시작된 이후 줄곧 픽사와 디즈니의 전유물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OTT를 통해 공개된 애니메이션이 매해 후보에 선정되고 있습니다. 이미 대중에게 익숙한 프로덕션의 애니메이션이 아닌 새로운 디자인과 내용을 담은 작품을 볼 수 있어 반갑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장편 애니메이션은 아카데미 후보 작품 중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재미와 의미를 모두 챙길 수 있는 세 편의 애니메이션을 만나보시죠.


<니모나>, 2023

<니모나>, 2023
이미지 출처: 넷플릭스

영화의 배경인 미래도시 글로레스는 국왕과 기사가 존재하는 중세적 특징을 가진 세계입니다. 이곳에서 최초로 평범한 시민 출신 기사, 발리스터의 기사 임명식이 거행됩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국왕이 살해되고 발리스터는 시해자라는 누명을 씁니다. 하루아침에 영웅에서 도망자로 살게 된 어느 날 그의 눈앞에 니모나라는 소녀가 나타나 다짜고짜 세상을 향해 함께 복수하자는 말은 합니다. 이 영화는 차별과 편견, 믿음에 대해 다룹니다. 사실 니모나는 무엇으로든 변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남들과 다른 그 능력 하나 때문에 오랜 시간 괴물 취급을 받고 있었죠. 발리스터 역시 혈통 때문에 동료들의 노골적인 차별을 견뎌야 했습니다.

알고 보면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그들도 쉽게 친구가 되진 못합니다. 발리스터는 자신을 의심하는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애썼지만 그 역시 니모나를 믿지 못했습니다. 나라를 위해 제거해야 한다고 굳게 믿었던 괴물이었으니까요. 의심과 불신은 흔하고, 그로 인한 편견 역시 너무나 쉽게 퍼집니다. 이 영화는 우리가 믿어 의심치 않는 것이 과연 진실인지 끊임없이 묻습니다. 또한 영화의 핵심은 아니지만 발리스터와 동료 기사 암브로시우스는 연인 관계로 그려집니다. 기존 애니메이션에서는 보기 힘든 동성 커플이라는 설정이 자연스럽게 등장합니다.


<니모나> 상세 페이지


<미첼 가족과 기계 전쟁>, 2021

<미첼 가족과 기계 전쟁>, 2021
이미지 출처: 넷플릭스

미첼 가족은 남들이 보기엔 좀 이상한 괴짜입니다. 딸 케이티와 아빠 릭은 사이도 좋지 않습니다. 영화감독이 되겠다며 혼자만의 예술 세계에 빠져 있는 케이티와 그런 딸의 꿈을 이해하지 못하는 릭은 매번 어긋나기만 합니다. 대학 입학으로 케이티가 집을 떠나게 되자 부녀 관계 회복을 위해 온 가족이 대륙 횡단 여행을 시작합니다. 한편 세계적인 기업 PAL에서 만든 개인 비서 로봇 ‘팔 맥스’가 오류를 일으키고 인간을 공격합니다. 순식간에 기계가 지배하는 세상이 된 것입니다. 모든 인간이 로봇의 손에 의해 갇히게 되고, 오직 미첼 가족만이 로봇의 눈을 피하게 됩니다. 그때부터 미첼 가족의 여행은 인류 생존을 위한 질주로 변합니다.

영화는 인간과 기계의 전쟁을 내세우지만 결국 관계의 소중함을 말합니다. 로봇의 반란은 신제품에 밀린 개인 비서 ‘팔’의 인간에 대한 적개심에서 출발했습니다. 한때는 자신을 가족처럼 생각한다던 회사 대표가 한순간에 자신을 버렸기 때문입니다. 기계도 인간과 같은 감정을 가진 존재로 표현한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삐뚤어진 마음으로 인간을 향해 모진 말을 내뱉는 팔을 보면 마치 거울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소중한 사람에게 진심과 다른 말을 퍼붓는 일은 참 흔하니까요. 폭주하는 팔을 막기 위해 힘을 합치면서 미첼 가족은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에 대한 깊은 사랑을 깨닫습니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는 스태프의 이름과 어린 시절 사진을 함께 보여줍니다. 유쾌하고 감동적인 가족 영화로 손색이 없습니다.


<미첼 가족과 기계 전쟁> 상세 페이지


<내 몸이 사라졌다>, 2019

<내 몸이 사라졌다>, 2019
이미지 출처: 넷플릭스

이 프랑스 애니메이션은 독특합니다. 주인공이 누군가의 잘린 손입니다. 그렇다고 잔인한 내용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 영화는 한 사람의 지독히도 안쓰러운 삶을 보여줍니다. 어느 해부학실의 냉장고 안에서 깨어난 잘린 손은 자신의 몸을 찾아서 길을 떠납니다. 손은 자신의 주인이자 집으로 가는 길을 기억합니다. 손은 말이 없습니다. 영화는 단지 손의 움직임만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손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구체적인 언어로 설명하는 대신 음악과 함께 보여주는 방식으로 보는 이의 몰입을 이끕니다.

영화는 손의 주인이었던 한 남자의 과거를 교차해서 보여줍니다. 한때는 풍족하고 화목한 가정에서 피아노를 배우곤 했던 어린아이는 커서 피자 배달원이 되었습니다.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가 어떤 시간을 살다 손을 잃게 되었는지 집중하며 영화를 보다 보면 결국 그가 지금 잘살고 있는지가 가장 궁금해집니다. 남자의 손은 어린 시절 만졌던 해변의 보드라운 모래와 꾹꾹 눌렀던 피아노 건반을 기억합니다. 이제는 한쪽 손을 잃은 남자에게 손이 기억하는 어린 시절의 추억은 어떤 의미일까요. 끝까지 말수가 적은 이 영화는 강한 여운을 남깁니다. 이미 많은 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인 만큼 색다른 애니메이션을 보고 싶은 분들에게 특히 추천합니다.


<내 몸이 사라졌다> 상세 페이지


애니메이션의 매력은 상상한 대로 무엇이든 그려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극장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을 보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개봉하는 영화가 적고 실사 영화에 비해 상영 시간도 접근성이 떨어집니다.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사람에게 OTT는 이점이 많습니다. 색다른 이야기를 언제든지 감상할 수 있으니까요. 바람이 있다면 이야기의 주제뿐만 아니라 캐릭터 디자인이나 그림의 분위기 등 시각적인 측면에서도 새로운 애니메이션이 계속 나왔으면 합니다. 애니메이션이 보여주는 수많은 세계 속에서 현실을 좋은 쪽으로 변화시킬 더 많은 상상과 건강한 생각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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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현

그림과 글, 잡다한 취향의 힘으로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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