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비가 내리고 따뜻한 바람이 부는 계절에 인사드립니다. 저는 해마다 6월이 되면 설렘으로 마음이 일렁입니다. 저 멀리서 다가오는 반가운 손님의 작은 발자국 소리를 세어보는 기분입니다. 무성한 여름, 생명의 기운이 가득한 그 계절이 늘 그립기 때문입니다. 문을 열고 익숙한 거리를 걸을 때면 생생하게 자연의 변화가 느껴집니다. 벚꽃을 가득 피웠던 나무는 초록으로 변하고, 물빛을 머금은 하늘이 가득 펼쳐져 있습니다. 자연과 가까운 지역에 사는 덕에 밤에는 개구리의 울음소리를, 아침이면 새들의 인사를 듣는 것이 큰 기쁨입니다.
이렇게 자연을 바라보고 즐거움을 누릴 때면 좋아하는 노랫말이 떠오릅니다. 아티스트 악뮤는 <달>이라는 곡에서 ‘자막 없이 밤하늘 보고, 번역 없는 바람 소릴 듣지’라고 노래합니다. 무릎을 스치는 풀과 나무, 곳곳에 피어난 꽃들은 어떤 설명도 들려주지 않습니다. 가끔은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어떤 생애를 살아온 건지 무언의 존재들에게 묻고 싶어집니다.
궁금한 작은 부분까지 들려주는 이야기라면 어떨까요? 주인공들의 말과 동작부터 감정의 변화를 설명해 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배경이 바뀌고 새로운 무대 장치가 등장하는 것도 알려주어 읽는 이를 생생한 그 현장으로 이끄는 이야기. 바로 희곡입니다. 연극의 기본이 되는 희곡은 상세한 대사와 지시문, 해설로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생동감을 줄 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말의 맛을 느끼게 합니다. 오늘은 우리를 객석의 한가운데로 인도하는 희곡 세 권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