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빈칸을 채워주시오
십진분류법 큐레이션

균형 있는 탐독을 위한
’도서관 분류별’ 입문 도서 추천
Edited by

도서관이나 서점을 방문하면 익숙한 구역만 맴돌게 됩니다. 늘 읽던 관심 분야의 책만 집어 들다가도 가끔은 낯선 주제를 탐독해 보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 없나요? 9월 독서의 달을 맞아 지혜의 균형을 맞추고 싶은 지적 모험심 가득한 이들을 위해 분야별 입문용 도서를 선정했습니다.

도서관 십진분류법은 모든 지식 분야를 10개의 주류로 구분하고 있는데요. 해당 분류 체계를 기반으로 각 주제의 매력을 맛볼 수 있는 입문용 책들을 가져왔습니다. 국립중앙도서관을 비롯한 각 지역 도서관 추천 도서 목록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매년 발표하는 도서 선정 사업인 <세종도서 지원> 사업에서 선정된 도서 목록을 참고했습니다. 그 밖에도 여러 분야의 전문가로 활약 중인 ANTIEGG 에디터들의 추천 도서도 곁들였답니다. 누구나 그 세계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가볍게 쓰였지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전문성까지 갖춘 양질의 책들을 길잡이 삼아 새로운 지혜의 세계에 용기 내어 입성해 보세요.


000 총류
: 모든 것을 품은 세계로의 입장

『쾌락독서』

『쾌락독서』
이미지 출처: 문학동네

십진분류법 첫 번째 000은 총류 분야입니다. 도서학, 문헌정보학, 백과사전, 언론, 총서, 향토 자료 등 지식의 모든 분야를 품은 큰 대분류죠. 모든 분야와 관련되는 듯, 모든 분야와 동떨어진 듯한 분야입니다. 독서와 책, 지식에 대한 질문과 제안을 담은 책들이 이 주제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습니다.

『쾌락독서』는 다독가로 잘 알려진 문유석 판사의 에세이입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에게 영향을 준 책들을 선정해 소개합니다. 그저 그런 책 소개 아니냐고요? 온갖 목적을 내세워 읽기를 강요하거나 정보 전달에 치중하느라 재미를 상실한 책과 달리, 작가는 책 소개보다는 제목 그대로 독서에 쾌락을 느꼈던 자신의 경험에 집중합니다. 그저 심심해서, 재미로 책을 읽었다는 작가의 유쾌한 이야기를 따라가 보면 그의 진솔한 감정과 인생 굴곡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독서라는 세계에도 살며시 마음을 열 수 있게 되죠. 작가의 에피소드에 나 자신의 경험을 겹쳐보면서 ‘나도 이 책은 읽어볼 수 있겠다’고 용기를 내보게 되고요. 그렇게 『쾌락독서』는 000 총류 분야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책인 셈입니다. ‘책’이 품은 대우주를 한 사람의 소우주를 통해 가늠하고, 지식 세계를 향한 탐험 그 자체에 호기심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 말이죠.


『쾌락독서』 구매 페이지


100 철학
: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필로소피 랩』

『필로소피 랩』
이미지 출처: 윌북

100 주제는 철학, 윤리학, 논리학입니다. 철학은 단어만 들어도 왠지 무겁게 느껴집니다.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학문이라 시대에 뒤처질 것 같고, 용어도 일상과 동떨어져 있어 당장의 내 삶과 맞닿아 있을 것 같지 않아 늘 뒷순위로 밀려나죠. 『필로소피 랩』의 작가는 그런 독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철학이 누구에게나 필요하고,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이야기를 구구절절이 늘어놓지 않습니다.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이 낫다는 것을 증명하듯, 이 책 한 권으로 철학에 대한 긍정적 경험을 만들어주고자 합니다.

철학은 삶에 대한 치열한 고뇌가 축적되어 만들어진 학문입니다. 누구나 품어봤을 질문에 평생 골몰해 그 사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죠. 그런 까닭에 철학은 무시무시한 개념이나 철학자의 권위에 가려져 있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필로소피 랩』은 철학적 고민을 권위로부터 자유롭게 해방해서 현실과 맞닿은 가벼운 문제의식으로 담아냈습니다. 오늘을 소화해 내기 바쁜 우리도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말이죠.

이 책에서는 칸트, 데카르트, 니체처럼 당연히 예상되는 철학자들도 등장하지만, 뜻밖에도 ‘조커’가 철학자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독특하지 않나요? 나름대로 확실한 자기 주관을 지니고 그 생각을 체계적으로 확립해 곧이곧대로 살아간다면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그 또한 하나의 ‘철학’이 될 수 있다는 저자의 신념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물론 ‘조커’라는 인물만 소개하고 끝나지 않습니다. 그와 유사한 다른 철학자의 이야기도 등장하고, 조커가 주장하는 사상의 모순을 지적하며 가벼운 논쟁거리를 제시하기도 합니다. 굉장히 압축적으로 개념을 다루면서도 의미 있는 고민거리를 남겨주기에, 자연스럽게 더 많은 책, 더 많은 탄탄한 생각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책입니다.

질문하고 궁금해하지 않으면 더 이상 사람이 아니라는 말도 있답니다. 이 책을 ‘사고력‘을 기르는 학문에 입문하는 계기로 만들어보세요.


『필로소피 랩』 구매 페이지


200 종교학
: 만물에 경이로워할 수 있는 사람

『김헌의 그리스 로마 신화』

『김헌의 그리스 로마 신화』
이미지 출처: 을유문화사

200은 종교를 다룹니다. 종교학 서적은 꼭 종교를 가진 사람만 읽을 것이라는 편견을 잠시 내려놓읍시다. 종교와 관련된 책들은 일상을 무감각하게 흘려보내는 태도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감정과 깨달음을 섬세하게 증언합니다. 그래서 종교학 서가에 꽂힌 책들을 훑어보면 ‘경이로워하는 마음’이 가득하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영역에서 오랫동안 숨겨져 왔던 비밀을 찾아낸 듯한 감격, 그리고 결단코 이해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한 두려움과 경이로움이 ‘믿음’이라는 다소 비일상적인 단어 아래 복합적으로 얽혀있죠.

『김헌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인간 본성을 비춰주는 신과 영웅들의 경이로운 이야기 속으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어릴 적부터 우리에게 익숙한 신화 이야기를 강연 형식으로 생생히 전달해 주는 책입니다. 흥미로운 신화 이야기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와 연관된 고대 가치관이나 여러 문화권의 설화를 엮어 소개해 주기에, 우리가 잘 알고 있던 신화를 훨씬 풍성하게 복습할 수 있는 매력적인 책이죠. 종교와 신화는 본질적으로 우리와 동떨어진 것이 아닌, 우리 본성을 비춰주는 거울 같은 영역이라는 사실도 일깨워주는 것은 덤입니다. 종교라는 허들이 부담스럽다면 서구 문명과 인류의 바이블을 공부해 본다는 마음으로 이 책에 접근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문명의 기반으로 탄탄히 살아남은 신화와 사상, 설화와 종교 이야기에는 분명 사람들의 마음을 잡아끄는 본질적인 신비로움과 마음 깊은 곳 숨은 감정을 건드리는 매력이 존재하니까요.


『김헌의 그리스 로마 신화』 구매 페이지


300 사회과학
: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인간 집단

『선량한 차별주의자』

『선량한 차별주의자』
이미지 출처: 창비

300은 사회과학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주제들이 가득한 분류입니다. 통계학, 경제학, 사회문제, 정치학, 행정학, 법학, 교육학, 민속학, 군사학 등 종류도 많죠. 사회라는 것은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인간 집단 그 자체를 의미합니다. 집단을 분석할 수 있는 틀을 ‘사회과학’이라는 큰 주제 아래 모두 복합적으로 다루는 것입니다.

내 한 몸 부지하기도 벅찬 일상이라 타인과 더불어 살고 있다는 인식조차 불분명해지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사회는 홀로 살아남아 완성되는 개념이 아닙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도 있듯이, 우리는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며 삽니다.

그렇다면 그 사회 체계는 얼마나 윤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판단하는 사고를 기르고 싶은 분들을 위한 책이 있습니다. 일상과 맞닿은 사회 현상에 대한 문제의식을 키워주는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사회과학 입문서로 소개합니다. 익숙한 질서 너머의 세상을, 경험해 보지 못한 사각지대를 가늠하며 사회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책입니다.

저자는 우리 모두 ‘선량한 차별주의자’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일상에서 우리가 놓치는 무수한 불평등, 편향된 시선을 짚어내죠. 어느 집단에서는 다수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곳에서는 소수자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효율성과 편리함이라는 메커니즘이 장악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손쉽게 제거되곤 하는 차별 감수성을 길러봅시다. 그것은 다른 누군가를 위한 것보다, 언제든지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나 자신을 위한 생존법이기도 하니까요.


『선량한 차별주의자』 구매 페이지


400 자연과학
: 세상을 이루는 것들은 무엇일까

『궤도의 과학 허세』

『궤도의 과학 허세』
이미지 출처: 동아시아

400은 자연과학을 다룹니다. 수학, 물리학, 화학, 천문학, 지학, 식물학, 동물학 등 자연계를 관찰, 실험하는 학문이죠. 과학 전공자가 아니면 발을 들이기 어려운 구역인 것 같으나, 그 어느 주제보다도 대중의 선입견을 깨뜨리기 위한 전문가들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열성적으로 그 학문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기도 하고요. 뜨거운 낭만과 열정이 가득한 과학자들의 순수함을 조금이나마 따라가 보고 싶다면 열렬한 과학 전도자인 커뮤니케이터, 궤도의 책을 추천합니다.

과학은 이 세상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고 어떻게 돌아가는지 호기심을 품고 분석해 정리하는 분야입니다. 그래서 사회의 면면을 들여다보려 하는 순간 과학과 관련된 화제를 피해 가기란 불가능합니다. 현대 사회가 이성과 과학을 기반으로 급격히 발전해 왔기 때문이죠. 궤도의 영상 채널을 본 적 있다면 잘 알겠지만, 그는 세상을 받치고 있는 이런 과학 개념을 경쾌하고 발랄하게 풀어줍니다. 다이어트, 연애 같은 친숙한 주제부터 양자역학, 중력처럼 비일상적인 과학 개념을 접목한 주제까지 고르게 다루고 있는데요. 저자가 의도한 그대로 “이 정도는 알아야지” 하며 교양 과학 허세를 보여주기도 용이한 주제들입니다. 나아가 “과학 별거 아니네”라고 생각할 수 있을 만큼 과학이라는 분야에 대한 부담을 한결 내려놓을 수 있게 해주죠. 저자의 과학 사랑은 가랑비에 옷 젖듯 우리를 과학의 세계로 조금씩 이끌어줍니다.


『궤도의 과학 허세』 구매 페이지


500 기술과학
: 우리 삶을 더욱 편리하고 아름답게

『건축, 300년』

『건축, 300년』
이미지 출처: 효형출판

500 기술과학은 순수과학에서 발견한 성과와 이론을 기술적으로 활용해 우리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분야들을 포괄합니다. 의학, 농학, 건축공학, 기계공학, 전기공학, 제조학, 가정학 및 가정생활 등 여러 기술, 실용 분야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인문, 과학, 철학, 미학 등 십진분류법의 대분류를 광범위하게 아우를 수 있는 하이브리드 주제로 건축만한 분야가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건축, 300년』은 그 건축이라는 학문의 장점을 탁월하게 담아내 2023년 세종도서 우수 교양 도서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쉽게 접하는 건축물을 새삼스레 포착하며 출발합니다. ‘왜 그럴까?’ 생각하는 것은 곧 새로운 세계로의 출발입니다. 저자는 몇 가지 건축물을 제시하면서 ‘그러고 보니 왜 저렇게 지었지?’를 자연스레 궁금해하도록 만들죠.

저자는 첫 번째로 ‘이 형태가 이래서 특별하다’라고 건물 특징을 설명하며 시작합니다. 다른 건물과 비교해 왜 특별한지 일반인도 쉽게 포착할 수 있는 ‘형태’에 집중해 알려주는 것입니다. 여기서 그치면 그저 그런 건축물 소개 도서가 되겠지만, 저자는 ‘어떻게 지었는가?’를 설명하기 위해 그 건축물 설계와 시공에 들어가는 기술적 과정을 언급합니다. 어느 날 뚝딱 위대한 건축물이 나오는 것이 아님을 짚어 건축 ‘공학’이라는 전문적인 면을 놓치지 않고 전달하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왜 그렇게 만들었는가?’ 짚어주며 건축물의 본질과 그 시대의 철학, 그리고 건축가의 고민을 풀어줍니다. 이렇게 독자는 한 건축물에 얽힌 기술적, 문화적 면을 모두 헤아릴 수 있게 되죠.

건축물 곳곳에는 건축가의 의도가 배어있습니다. 건축가 입장에서는 자신의 섬세한 의도를 이용자가 알아차려주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의도가 전달되지 못하는 난감한 상황도 종종 발생하죠. 저자는 가교 역할을 자청하며 여러 이야기를 풀어줍니다. 친절한 저자의 가이드를 따라가다보면 실제 건축물을 이용하는 사용자의 면모, 건축물을 작품으로 경험하는 감상자의 면모를 두루 갖춘 완성형 독자로 진화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동시대 건축의 연원을 삼백 년까지 거슬러 올라가 풀어내고 있어 인류 역사와 문화 발전을 가볍게 훑기에도 좋습니다.


『건축, 300년』 구매 페이지


600 예술
: 삶을 풍성하게, 인간을 인간답게

『난처한 클래식 수업』 시리즈

『난처한 클래식 수업』 시리즈
이미지 출처: 사회평론

600은 예술입니다. 건축물, 조각, 공예, 서예, 회화, 사진, 음악, 연극, 운동 등을 다룹니다. 그중에서도 클래식, 미술 이야기를 쉽게 풀어주는 입문자 전용 시리즈로 ‘난처한’ 시리즈를 소개합니다. ‘난처한’이라는 시리즈 이름이 ‘난생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의 줄임말인 것을 보면 예술의 매력이 궁금해 예술 서가를 기웃거리는 독자를 위해 출간된 도서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죠.

이 시리즈는 모차르트, 바흐, 쇼팽, 리스트, 베토벤, 헨델 등 분명 들어봤는데 막상 설명하자면 말문이 막히는 작곡가들을 꼼꼼하게 소개합니다. 그 작곡가가 왜 유명한지, 그 음악이 현대 사회와 우리 일상에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가벼운 구어체로 소개해 주는데요. 페이지 곳곳에 삽입된 QR 코드로 관련 음악까지 함께 들을 수 있어 음악의 매력인 ‘몰입감’을 놓치지 않고 챙긴 알찬 책입니다. 대체로 서양 작곡가들을 다루고 있어 그들의 작품 활동과 연관된 지역을 여행하듯이 소개해 주기도 하니 마치 음악 기행을 떠난 듯 몰입할 수 있습니다.

예술이 지닌 힘은 인간의 본능과 심연을 건드리는 것입니다. 인간을 가장 진솔하고도 인간답게 만드는 분야죠. 이 책은 ‘음악을 들으면 왠지 마음이 술렁이는 당신을 위한 책’이라고 소개되고 있습니다. 음악을 듣다가 마음이 움직이는 경험, 해본 적 있지 않나요? 직관적이고도 감성적인, 하지만 알면 알수록 치밀하고 정교한 예술의 세계를 클래식을 통해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난처한 클래식 수업1』 구매 페이지


700 언어
: 세계를 압축한 작은 기호의 힘

『단어의 사생활』

이미지 출처: 사이

700의 주제는 언어입니다. 언어 분야는 왠지 외국어 실용 도서 아니면 ‘언어학’에 초점을 맞춘 전문 도서만 있을 것 같습니다. 기호를 분석하는 듯한 미스터리 학문의 냄새도 납니다. 이런 선입견과 달리, 언어 서가에는 어려운 기호학, 언어학 개념을 다룬 책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언어에 담긴 함의를 꿰뚫어 볼 수 있는 관점을 흥미롭게 그려낸 책을 입문 도서로 소개합니다.

“무심코 내뱉는 하찮은 단어들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준다.” 『단어의 사생활』은 우리가 쉽게 사용하는 단어 분석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사실은 심리학 책이나 다름없습니다. 단어는 마치 지도처럼 사람의 생각, 감정, 동기, 사회적 관계 등을 복합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특히 저자는 우리가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지만 하찮게 여기는 사소한 단어를 집중적으로 살펴봅니다. 오바마, 레이디 가가, 찰스 디킨스 등 각 분야 유명인의 말과 글을 비롯해 기자회견, 블로그, 일상 대화, 비평 등 단어로 남겨진 온갖 자료들을 면밀히 분석하면서요. 이 책을 읽다보면 언어는 곧 인간을 담는 그릇이자 창이어서 인간 본질을 파악하기 용이한 수단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사용하는 단어를 통해 그 단어가 통용되는 사회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고, 특정 단어를 사용하는 서로를 더욱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기도 하고요. 나와 너, 우리와 그들을 사려 깊게 이해하기 위한 도구가 되어줄 책입니다.


『단어의 사생활』 구매 페이지


800 문학
: 우주를 비추는 거울

『공부의 위로』

『공부의 위로』
이미지 출처: 민음사

800은 문학입니다. 문학이란 무엇인지 고찰하는 책부터 글쓰기에 대한 고민과 요령을 담은 책, 세계 각국의 굵직한 문학 작품과 작가들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습니다. 대다수의 서점, 도서관에서 가장 높은 장서량을 자랑하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그중에서 20년 차 글 쓰는 직장인으로 살아온 저자가 소개하는 교양에 대한 이야기, 『공부의 위로』를 소개합니다.

저자는 대학 시절과 사회에서 참여한 교양 수업, 인문학 수업을 돌아봅니다. 전문 지식이 없더라도 비교적 수월하게 접할 수 있는 교양과 문학이라는 영역의 쓸모를 부정하는 목소리는 항상 존재해 왔죠. 하지만 저자는 자신을 변화시킨 수업을 회고하며 ‘교양 공부를 통해 한 인간이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밝힙니다.

교양을 단순 추상의 개념이 아닌 손에 잡히는 실체로 보여줄 수 있도록 저자를 도와준 수업들에 대한 이야기는 몹시 매력적입니다. 나도 이런 수업을 들었다면 지금과 또 다른 삶을 살았겠구나, 막연히 또 다른 나의 인생을 상상하게 될 만큼이요. 20대 시절 광활한 세상을 만날 수 있도록 밀어주고 받쳐준 수업들, 그리고 그 여정을 함께한 학우들과 교수님 에피소드를 읽다 보면 손에 잡히는 진리를 경험하게 해줄 은사님을 찾아 나도 책상으로, 학교로 달려가고 싶다고 무작정 바라게 됩니다. 그 갈망에 대한 방편으로 책에서 소개된 각 수업에서 다룬 작품들을 찾아 읽어보면서 새로운 여정을 떠나보세요. 수 많은 학생을 성장시킨 인생 수업에 잠깐이나마 동참한 기분이 됩니다.


『공부의 위로』 구매 페이지


900 역사
: 궤적을 돌아보는 것은
미래를 준비하는 것

『아는 만큼 보인다』

『아는 만큼 보인다』
이미지 출처: 창비

900은 역사를 다룹니다. 아울러 역사가 펼쳐지는 공간인 지리, 역사의 주인공인 인물들의 전기를 만나볼 수 있죠. 그중에서도 문화사의 대명사와도 같은 책, 30년간 꾸준히 출간되며 사랑 받아온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하이라이트로 출간된 『아는 만큼 보인다』를 소개합니다. 방대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시리즈를 어느 편부터 읽어야 할지, 언제 읽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 분들을 위한 안성맞춤 도서입니다.

우리 문화와 역사를 하나의 인문학적 주제 의식으로 30년 세월 동안 꾸준히 통찰한 업적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가치를 검증받은 책이니, 역사, 특히 우리 역사에 대한 지혜의 깊이를 더하고 싶다면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단지 선형적 구조로 서술하는 책보다 역사를 훨씬 다채롭게 공부할 수 있는 길잡이 책입니다. 마치 시간 여행을 거쳐 현장에 와 있는 듯한 생생한 묘사와 다정하고도 정갈한 저자의 목소리가 인상적인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우리 문화에 대한 당당한 자신감으로 꽉 들어차 있는 책을 읽으며, 당연하게 여겼던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해 보세요.


『아는 만큼 보인다』 구매 페이지


‘Philosophia’는 ‘지혜를 사랑한다’의 합성어라고 합니다. 오늘 소개한 책들은 그 분야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집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 눈치 채셨나요? ‘입문자를 위한 도서’임을 자신하는 책이 정보 전달에 집중하다가 재미를 잃거나 지나치게 오락과 실용성에 집중한 탓에 전문성을 보여주는 데 썩 성공적이지 못하는 경우가 간혹 있더군요. 그래서 낯선 분야를 쉽게 설명하는 책보다도 각각의 학문을 진심으로 즐기고 사랑하는 마음이 듬뿍 묻어나는 책을 우선으로 선정했습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그 주제를 열렬히 사랑하고 탐미하는 사람은 그 세계에 발을 디딜지 고민하는 사람을 설득하는 일도 더 수월하게 해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죠.

소개된 책을 읽었는데 그 주제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더라도 괜찮습니다. 어떤 세계를 마음 깊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진심이 전달됐다면 충분합니다.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의 진심이 지닌 불씨를 토대로 언제든, 어떤 세계든 받아들여 지혜의 균형을 맞출 준비가 시작된 것이니까요. 위 책들을 시작으로 지혜를 사랑하는 마음이 불어넣는 생기를 경험하면서 우리 삶 면면이 더욱 균형 있게 풍성해지기를 바랍니다.


Picture of 이한빈

이한빈

고전이라는 창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
방황하고 반항하며 만드는 담론이 세상을 바꾼다고 믿습니다.

에디터의 아티클 더 보기


문화예술 전문 플랫폼과 협업하고 싶다면

지금 ANTIEGG 제휴소개서를 확인해 보세요!

– 위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로 ANTIEGG에 저작권이 있습니다.
– 위 콘텐츠의 사전 동의 없는 2차 가공 및 영리적인 이용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