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의
슬기로운 주거생활

반려묘와 집사를 위한
공간의 5가지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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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모양은 라이프스타일의 모양이기도 합니다. 반드시 집을 새로 짓고, 리뉴얼하고, 공사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더라도 모든 집에는 그 집에 사는 사람의 삶이 일정 부분 반영되어 있습니다. 집에서 무엇을 하느냐, 또 누구와 함께 사느냐에 따라 집의 모양도 바뀌기 마련이죠. 여럿이 같이 사는 공간이라면,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충분히 반영한 모습이어야 합니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내 반려묘 가구는 매년 증가해 2022년 기준으로 149만 가구에 달하는데요. 반려묘 인구는 증가하는 반면, 입양 시 양육 준비가 충분했다고 느끼는 비율은 31.5%에 불과합니다.a) 특히 건강한 주거 환경을 마련해주는 데 어려움을 느끼죠. 실내에서 생활하는 고양이에게는 집의 공간 계획이 무척 중요합니다. 야생의 습성을 충족시키는 다양한 자극을 주는 동시에, 편안하고 안전한 공간이 되어야 하는데요. 제한된 면적 안에서 고양이와 사람을 위한 공간이 균형 있게 자리 잡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고양이와의 건강한 공존을 위한 공간의 요소 5가지를 소개합니다.


놀이터 역할의 수직 공간

이미지 출처: stage Y’s
이미지 출처: stage Y’s
이미지 출처: LEVT studio

고양이와의 행복한 공존은 고양이가 가진 야생의 습성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하죠. 실내에서 생활하는 고양이도 사냥에 대한 본능과 주변 환경에 대한 높은 호기심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높은 곳에 올라가면 주위를 쉽게 관찰할 수 있고, 사냥이 용이하기 때문에 고양이는 다른 반려동물과 달리, 수직 공간을 선호하는데요. 일반적으로 캣타워를 설치하는 이유도 가구를 통해 수직 공간을 만들어 주기 위함입니다. 고양이가 밟고 오르내릴 수 있는 캣타워나 캣스텝을 설치하면 사냥놀이와 신체 활동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습니다.

지루하고, 단순한 환경은 고양이를 우울하게 만듭니다. 수직 공간을 이용하면 좁은 공간에서도 다채로운 놀이 환경을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집에 계단이 있거나, 천장이 높다면, 벽을 따라 캣워크나 캣스텝을 만들어 고양이에게 높은 만족감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 계단이나 캣스텝의 길고 다변적인 동선은 야외에서 생활하는 만큼의 활동량과 행복감을 선사합니다. 다만 좁은 공간에서는 벽에서 돌출된 캣스텝이 사람의 동선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이때는 가구를 연결해 고양이의 동선을 만들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높낮이가 다른 수납 가구의 상판이나 벽 선반을 고양이가 지나다니는 길로 활용한다면, 집의 면적이 넓지 않더라도 효율적인 수직 공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집 전체가 하나의 캣타워가 되는 모습이죠.


고양이를 위한 조닝

이미지 출처: dinos
이미지 출처: 비유에스건축

고양이를 위한 조닝도 따로 있습니다. 사람에게 침실과 주방, 화장실이 분리되어 있어야 쾌적한 생활이 가능하듯이, 고양이에게도 생활에 필요한 여러 공간을 구획해 주는 조닝이 필요합니다. 고양이의 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공간도 들여다보면 그 종류가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자는 공간과 식사 공간, 화장실과 놀이 공간을 각각 명확히 분리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이를테면 식사 공간과 화장실이 인접한 공간에 마련되어 있다면 위생적이지 않은 데다가 고양이 역시 큰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고양이를 위한 식사 공간은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하고, 화장실은 청결하고 구석진 공간에, 침실은 조용하고 어두운 공간에 마련하는 것이 좋습니다. 충분히 뛰어놀 수 있는 놀이와 운동 공간은 가장 넓은 공간에 두거나, 수직 공간을 활용해 곳곳에 배치하는데요. 주거 공간이 넓다면 의도적으로 텅 빈 공간을 만들어, 고양이 놀이터로 삼기도 합니다.

함께 잘 살기 위해서는 구성원 간의 개인 공간을 보장해 주어야 하듯이, 사람의 공간과 고양이의 공간을 구분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우선 고양이에게 위험한 공간이나 고양이로 인해 사람이 불편할 수 있는 공간을 파악해야 합니다. 자칫 고양이가 바깥으로 이탈할 수 있는 현관이나 고양이 털이 의류에 붙을 수 있는 드레스룸은 펜스나 중문 등을 이용해 접근할 수 없는 공간으로 막아 주기를 권장합니다. 서재나 업무 공간 등 방해받지 않고 싶은 개인 공간이 있다면, 접근을 막는 동시에 고양이의 시선이 닿는 곳에 창을 내어 반려묘의 불안을 줄일 수 있습니다. 고양이 창이 주는 귀여움은 덤입니다.


숨기 본능을 채우는 숨숨집

이미지 출처: LYCS Architecture
이미지 출처: qeeboo
이미지 출처: LYCS Architecture

고양이에 관심이 있다면, ‘숨숨집’이라는 말을 종종 들어보았을 겁니다. 고양이가 숨어 있기 좋아하는 공간을 말하는데요. 좁은 상자나 선반 장에 고양이가 들어가는 것은 안전하게 몸을 숨기고, 사냥감을 탐색하는 야생의 습성이 남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숨기 본능을 채워주고, 안전하다고 느끼게 하기 위해서 고양이가 있는 집안 곳곳에는 숨숨집을 마련합니다. 아늑한 숨숨집은 고양이를 위한 완벽하게 독립적인 공간이 되어줍니다.

양모나 종이 박스, 원목으로 만들어진 숨숨집을 구비하는 것도 좋지만, 집안에서 사용하는 가구나 구조물을 활용해서 숨을 공간을 마련해줄 수도 있습니다. 빈 책장이나 가구 사이의 틈은 고양이가 몸을 들이밀고 숨기 좋은 공간입니다. 때로 고양이와 사람이 함께 쓸 수 있도록 제작된 가구도 있는데요. 내부에 고양이가 드나드는 길을 만들어 준 책장, 책상 등의 가구는 사람과 고양이의 서로 다른 용도를 동시에 만족시킵니다. 같은 가구를 쓰고, 함께 생활하는 동안 고양이와의 친밀감은 더욱 높아질 겁니다.


외부 환경을 들이는 차경

이미지 출처: 비유에스건축
이미지 출처: 비유에스건축

고양이도 TV를 볼까요? 간혹 집사가 집을 오래 비우는 경우, 고양이가 심심하게 혼자 보내는 시간을 달래기 위해 TV를 틀어준다고도 하죠. 고양이에게 가장 좋은 미디어는 외부 풍경인데요. 창문이나 중정, 바깥과 차단된 안전한 마당을 통해서 외부 환경을 접할 수 있습니다.

중정은 고양이가 안전하게 외부 환경을 만끽하는 가장 좋은 수단입니다. 창으로 중정을 드나들면서 시시때때로 달라지는 정원의 풍경을 감상하고, 바깥 공기를 마실 수 있는데요. 담이 높게 세워진 마당 역시 마찬가지로 고양이가 밖으로 이탈하지 않으면서 외부 환경을 누릴 수 있는 공간입니다. 실내에서도 채광이 드는 창가는 고양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창턱을 만들어 주거나, 캣타워를 창 가까이에 두면 오랜 시간을 머무르는 자기만의 공간으로 삼을지도 모릅니다. 여러 위치와 높이에 창을 만들어 두는 실험도 고양이의 공간 선호를 파악하는 좋은 방법인데요. 채광과 외부 풍경, 다양한 환경은 사람에게도 고양이에게도 큰 만족감을 주는 주거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고양이를 위한 마감재

이미지 출처: SAI Architectural Design Off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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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과 바닥의 마감재를 선택할 때도 고양이의 습성과 생활 패턴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흡음 소재를 선택한다면, 청각이 예민한 고양이에게 바깥 소음을 차단해 안정감을 주고, 고양이가 뛰어다니거나, 오르락내리락하는 소음이 바깥으로 나가지 않도록 막아 이웃에 피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흔히 사용하는 벽지 마감은 자칫 고양이의 스크래치 행동으로 인해 훼손될 수도 있는데요. 필름이나 페인트 마감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혹은 집안 곳곳에 스크래쳐를 두어 벽지를 찢는 행동을 미리 방지할 수 있죠. 바닥은 미끄러운 소재를 피하고, 쿠션감이 있는 소재를 사용해 달리거나 점프할 때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덧붙여, 다양한 질감의 소재는 고양이가 풍부한 변화를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균형 있는 집’의 모습을 떠올리면, 제한된 면적 안에서도 각각의 구성원을 위한 공간이 빠짐없이 들어와 있는 모습이 연상됩니다. 공간 계획에 있어 어느 누구도 더 소외되지 않은 채 균등하게 존중되어야 하죠. 우리가 같은 집에서 함께 잘 살기 위해서는 서로의 습성을 이해하고, 구성원 각각에 대해 배려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하는데요. 고양이와 함께 살게 되었다면, 사람과 다른 고양이의 특징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공간을 마련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물론 사람마다 성향과 라이프스타일이 다르듯이 고양이도 저마다 성향과 선호하는 공간의 모습이 다를 텐데요. 첫째로 환경을 풍부하게 다양화하는 것, 둘째로 생활하는 동안 선호를 더 깊이 파악하고 변화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는 고양이의 특수성을 떠나서 함께 잘 살기 위한 생활의 태도와 연관이 깊습니다. 고양이를 위한 공간의 요소를 살펴보는 동안, 다양한 구성원의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하도록 계획된 주거 공간이 점차 늘어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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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유정

경계 없는 탐구를 지향하며
사이드 프로젝트와 새로운 시작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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