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워크(re-work)’는 기존의 완성된 제품을 창작자의 의도대로 다시 작업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본래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 이외에 가치를 더하는 작업인 셈입니다. 옷을 리워크 한다는 건, 기성복의 균일한 균형을 어그러트리고, 불균형에서 균형을 다시 잡아 새로운 옷을 만드는 것인데요. 이 과정에서 옷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표준화에서 벗어나 개성을 지닌 존재로 거듭납니다.
리워크(re-work)란
균형을 어그러트리고 질서를 창조하는 작업
기성복은 ‘사서 바로 입을 수 있는 옷’으로, 다수를 위해 만들어진 옷으로 표준화된 기준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표준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건, 균일하고 일관된 공정을 통해 정확한 치수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시장에서 대체로 접할 수 있는 옷들은 패턴과 실루엣, 소재가 다를지언정 모양은 대체로 비슷하지요. 인간의 몸을 균일하게 감쌀 수 있도록 형태로 만들어져 있으니까요. 표준화된 ‘균형’에 초점을 맞추고 만들어진 제품인 셈입니다.
옷을 하나의 객체로 바라보면 재료가 될 수 있고, 잠재성을 지닌 무형의 에너지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여기 불균형에서 균형을 잡아 내고 있는 국내 리워크 의류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리워크 제품들을 살펴보면서 우리가 걸치고 있는 옷의 균형은 어떤 필요에 온 것인지 조금이나마 사유하실 수 있을 겁니다.
올리언스 스토어
(orleans store)
텐션감 있는 균형
‘올리언스 스토어’는 부산 해리단길에 위치한 아케리칸 비주얼 빈티지 셀렉숍으로, 희소성 있는 밀리터리 제품과 명품, 디자이너 브랜드 빈티지 제품을 접할 수 있습니다. 올리언스 스토어가 특별한 이유는 빈티지 제품을 셀렉하고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들이 고른 빈티지를 해체하고 다시 재조립한 옷을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만든 ‘re-work quilted jacket’을 구석구석 살펴보면. 빈티지 피셔맨 니트의 소매와 몸통 일부분을 분리해 군용 퀼팅 라이너에 이어 붙이고, 퀼팅 소재의 플립 포켓을 앞에 단 뒤, 모드족의 상징인 M-51 파카의 후드를 달았습니다. 얼추 살펴봐도 3개 정도의 옷이 사용된 옷이지만 기존의 옷들의 디테일이 살아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올리언스 스토어의 리워크 제품들에선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제품에 사용된 본래 제품의 형태를 떠올리면, 각기 맞물린 이음새에서 자신의 모습을 유지하고자 하는 힘이 뿜어져 나오는 듯하죠. 올리언스스토어의 탁월한 지점은 각자의 시간을 견딘 옷들의 에너지를 엮어 새로운 밸런스를 찾았다는 점이 아닐까요?
WEBSITE : 올리언스 스토어
INSTAGRAM : @orleansstore_official
서저리
(SURGERY)
치밀한 어셈블리 도면
해체주의 핵심은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드는 것’입니다. 옷으로 대입하자면, 기존의 패턴과 봉제 방식에서 벗어나는 것이고요. 해체주의 디자이너 브랜드 ‘서저리’는 물리적인 의미의 ‘해체주의’에 입각한 옷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옷을 해체하고 재조합’해 세상에 없던 옷을 만들고 있지요.
서저리의 제품은 다수의 소비자를 겨냥한 캐리오버,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프로세스, 리워크 작업이 중점이 되는 리미티드 3개 라인으로 구성되고, 순서대로 서저리가 추구하고 있는 지향점의 농도가 짙어지는데요, 리미티드 라인의 옷들은 그 자체로 헝겊을 대어 패턴을 만드는 ‘패치워크 아트’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서저리의 균형감은 재조합으로부터 만들어집니다. 옷을 하나의 객체가 아닌 전체를 이루는 요소로 보는 것이죠. 부품이 맞물려 만들어진 기계처럼, 철저한 계산에 의해 그려진 어셈블리 도면이 있고, 정해진 조립 순서에 의해 만들어진 듯합니다. 그러면서 기성복에서 볼 수 없는 생경한 디자인이 완성되는 겁니다.
WEBSITE : 서저리
INSTAGRAM : @sur8ery
굿뉴스인더모닝
(GOODNWSINTHEMORNING)
고치고 입는 행위
‘굿뉴스인더모닝’은 상품으로써 가치를 상실한 의류와 잡화를 재료 삼아 리워크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로 스타일과 장르의 경계를 두지 않고, 스커트, 백, 축구 저지 등 다양한 옷들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데요. 그들의 컬렉션과 행보는 ‘고쳐 입기’라는 고유한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고쳐 입기’는 말 그대로 기성복을 고쳐서 다시 입는 행위를 뜻합니다. 옷은 입다 보면 해지거나, 유행이 지나 촌스러워지기 마련입니다. 굿뉴스인 더모닝은 ‘쓰임’을 다한 옷에서 가치를 발견해 새로운 옷으로 창조하는 행위를 ‘고쳐 입기’라 명하고,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삼고 있습니다. 이들의 고쳐 입기는 브랜드 컬렉션뿐만 아니라, 실제 고객이 가져온 옷을 리워크 하는 작업을 통해 구현되고 있습니다.
고쳐 입기는 풋볼 저지, 빈티지, 기성 브랜드의 아이코닉 제품 등 분야를 가리지 않습니다. ‘리메이크’와 ‘리워크’의 경계를 넘나 들며 실용적이면서도, 독창적인 디자인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데요. 최근 단독 팝업을 열면서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고 있는 이들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WEBSITE : 굿뉴스인더모닝
INSTAGRAM : @goodnewsinthemorning
옷의 균형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부여된 속성입니다. 관습화 된 미적 감각, 일상생활에서의 실용성 등 사회 커뮤니티에서 용인되는 틀 안에서 만들어진 규범 하에 형성된 규범이 투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게 나쁜 건 아닙니다. 필자도 ‘옷은 실용적이어야 한다’는 기준으로 옷을 고르고 있거든요. 하지만 옷 자체의 ‘미’에 의의를 둔다면, 인간의 균형은 옷의 형태를 제약하는 강제적인 힘일 수도 있지요. 리워크 패션의 매력은 그 힘을 잠시나마 분리하고, 다시 연결해 창조적인 에너지를 만든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