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지 않는
성장의 중심축

형운, 원칙과 확신으로
단단한 공동체를 만드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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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ANTIEGG는 독자분들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여러분이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이 몹시 궁금했기 때문인데요. 공통적으로 나왔던 ANTIEGG의 특징은 새로운 관점, 안정감 그리고 단단함이었습니다. 자세히 말하자면, 에디터만의 색으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독보적인 콘텐츠, 매일 그리고 매주 발행되는 안정적인 시스템, 그리고 단단하게 연대되어 있는 조직 문화였죠. 이러한 특징 덕분인지 대다수는 당연하게도 ANTIEGG를 ‘회사’라고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ANTIEGG는 저마다의 본업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만든 ‘사이드 프로젝트’인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무수히 탄생하는 콘텐츠 플랫폼의 홍수 속 수많은 브랜드가 소리 없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회사’의 모양을 갖춘 브랜드조차 안정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은 어렵기만 한 것이죠.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ANTIEGG는 매월 4만 명 이상의 유저가 웹사이트에 방문하고 약 1.5만 명의 구독자가 콘텐츠를 받아보고 있습니다. 또, 누적 600명 이상의 프리랜서 에디터와 협업하며 120개 이상의 기업과 파트너십을 진행하는 단단한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거듭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본 독자들이 위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이죠. 어떻게 ANTIEGG는 4년간 안정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었을까요? 우리의 성장의 중심에는 언제나 형운이 있었습니다. 그는 수없이 흔들리는 성장통에도 원칙과 확신을 지켜 공동체를 만들어 오고 있습니다. 그는 어떤 사람일까요? 형운의 생각의 궤적을 좇아가 보았습니다.

인터뷰어 박혜림 @berry__rim
인터뷰이 형운 @hyungwoon.kr
사진 황하영 @gloryhwang


직감이 아닌 확신으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하고 계시는 지도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ANTIEGG를 만들고 있는 형운입니다. ANTIEGG라는 공동체를 태동시키고 가꾸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포지션은 Product Owner고 본업과 사이드 프로젝트 모두 프로덕트를 책임지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ANTIEGG는 PM들과 디자이너 그리고 에디터들이 충분히 성숙한 조직인데요. 감사하게도 제가 직접 수행하는 일보다는 의견을 드리고 방향을 같이 고민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조직이 나아가야 할 비전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최상위 전략을 수립해 전달하면 유능한 동료분들께서 실현시켜주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들을 정의하고 그에 대한 가장 효율적인 방식을 제시하여 ANTIEGG라는 큰 배가 순항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할 수 있겠네요.

대학 시절 신문방송학과를 전공할 걸로 알고 있어요. 전혀 다른 계열의 PO라는 직무를 고르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솔직히 골랐다기보단 자연스레 된 것 같아요. 취업 당시에는 PM/PO가 무엇인지 잘 몰랐습니다. 저는 PO를 이름 그대로 ‘제품을 책임지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거든요. 책임진다는 것은 사장이 되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해요. 우리 제품이 더 잘 되기 위해 필요하다면 인형탈을 쓰고 길에 나가서 전단지도 돌릴 수 있는 사람인 거죠. 처음 일을 할 때 그렇게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회사에서 이 제품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되고 어느 순간 제가 PO가 되었습니다.

요즘은 PM/PO로 커리어를 시작하는 게 쉽지 않다고 들었어요. 이 직무를 희망하시는 분이라면 ANTIEGG와 같은 사이드 프로젝트나 창업 등을 통해 먼저 경험해 보시는 것이 가장 좋은 시작일 것 같네요.

본업인 PO와 ANTIEGG 총괄까지.. 난이도 높은 업무를 두 개나 잘 해내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맞습니다. 매우 버겁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저에게 가만히 있으라 하면 그건 더 괴로운 일입니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그렇겠죠! 언젠가 누군가 저에게 ANTIEGG를 왜 하느냐고 물었을 때, 이런 대답을 한 적이 있어요. “ANTIEGG는 나의 실험실 같다.” ANTIEGG를 통해 큰 부를 누리거나 많은 주목을 받거나 그런 것을 목표로 하지는 않아요. 물론 기대하고 있고 주어졌을 때 누구보다 기뻐하겠지만, 저는 ANTIEGG를 제가 세운 가설이 유효한지 빠르게 실험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회사에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와 전략 탓에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모두 경험하기 어렵잖아요. 저는 ANTIEGG를 통해 빠르게 실패하는 경험을 해보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다른 PM/PO들 보다 짧은 시간에 더 많은 경험을 해내고 있습니다. 회사 혹은 ANTIEGG에서 경험한 것들을 상호교환하며 성장의 매개로 즐겁게 임하고 있습니다.

형운 님의 커리어를 보면 신입 때부터 막힘없이 일을 잘 했을 것 같아요. 신입 시절의 형운은 어땠나요?

또래 혹은 동기들에 비하면 대체로 막힘없이 잘하는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무수한 챌린지를 받지요. 제 레벨에서 기대보다 잘하는 편이지 절대적으로 완성된 사람은 결코 아니니깐요.

지금의 저는 첫 회사에서 있었던 최초 1년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다행히도 당시에 정말 능력 있는 리더와 함께 할 수 있었고 저에게 주어진 기회와 시간을 압축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일의 본질에 대해 늘 되뇌게 해주었고 프로젝트가 전략에 기여할 수 있는 쪽으로 잘 리드해 주셨죠.

모든 PM/PO가 그렇듯 끊임없이 ‘왜’에 대한 답변을 해야 했고요. 구성원들을 설득하여 프로젝트를 진행시켜야 했습니다. 매 순간이 난관이었지만 돌아보면 멈추지 않았던 것이 큰 장점이었고요. 모든 인연과 우연의 순간들이 저를 도와줬기 때문에 운이 좋게도 성장할 기회를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신입 PM/PO가 확신을 가진 ‘왜’라는 답변과 설득을 자신 있게 할 수 있게 되기까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당시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나요?

아무래도 스스로 ‘직감’을 믿지는 않는 것 같아요. 성공하는 리더를 보면 결정적인 순간에 직감에 따라 행동했다고 하는데요. 저의 경우엔 직감을 따라갈 경우 많이 불안해요. 즉, 확신은 인과관계일 확률이 높은 실험과 명확한 지표 성장이 예측될 때 오는 것 같습니다. 확신은 다른 말로 자신감이라고 읽히는 것 같은데요. 오를 걸 아는 것만큼 자신 있는 일이 없죠. 작은 실험들을 반복하여 러닝하고 요인들의 인과를 밝혀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물론 때로는 데이터로 설명할 수 없는 결정을 ‘직관’에 따라 하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초기 프로젝트는 채용 플랫폼에서 일할 때인데요. ‘노출이 늘어날수록 지원자가 대폭 늘어날 포텐셜을 가진 기업에게 광고를 제안‘하는 프로젝트였어요. 원리는 간단합니다. 노출이 상위 80% 정도 수준으로 낮은 상태(아예 없으면 전환 지표가 희석돼서 안 됨)일 때, 노출 대비 조회 전환율이 높은 채용 공고들을 추리고요. 동시에 조회 대비 지원율도 충분한 기업들에게 “노출을 늘릴 경우, 다른 기업들보다 더 많은 지원자를 모집할 수 있다”라고 넛지를 주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결국 회사의 BM인 채용 광고 수익을 얻게 되는 거고요. 한번 이런 경험을 한 기업은 동일 광고 상품의 구매 리텐션도 높은 효과가 있었어요.

위 케이스도 결국 얼마나 매력적인 채용 프리뷰를 제공하는지에 따라 높은 조회 전환율을 만들어내고 동시에 얼마나 지원하고 싶은 JD인지에 따라 우수한 지원율을 만들어내는 것인데요. 이걸 직감으로 판단하기보다 객관적인 지표로 정량화하고 그로스 해킹하는 것이 초기 PM/PO에게 ‘확신’을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99번의 실패보다 1번의 성공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해요. 자기만의 성공 방정식을 빠르게 찾는 것이 관건인 것 같습니다. 한번 성공 경험을 하면 계속 복제해서 프로젝트에 적용하면 되거든요.

ANTIEGG PM 현서, 혜림, 류진 그리고 형운

ANTIEGG 운영진 인터뷰 중 ‘형운 님의 업무 방식’을 배우고 있다는 답변이 많았어요. 리더가 된 현재 어떤 기준과 방식으로 주니어 PM/PO를 가르치고 계시나요?

제가 동료들을 가르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고 제가 미리 경험한 것들을 불필요한 시행착오 없도록 가이드(잔소리) 해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현재 ANTIEGG 주니어들에 비해서는 제가 월등히 많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미리 실패한 것들이 많을 뿐이고요. 저는 그저 이들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하고 싶게 만드는 것’에 더욱 집중하고 있어요.

제가 그들을 가이드 하는 기준은 ‘얼마나 본질에 가까우며 기본에 충실한가’인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들을 자기만의 방식을 설파하고 그것이 홈런을 칠 수 있는 방법이라 말하기도 하는데요. 저는 자기만의 방식은 남들이 하는 것처럼 하다가 본인이 확립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하고 반드시 번트를 칠 수 있거나 높은 확률로 안타를 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홈런은 저도 안 쳐봐서 모르고요.(웃음)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 우수한 인재는 수용성이 높은 주니어인 것 같아요. 얼마나 많은 것을 흡수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죠. 수많은 가설들이 본인을 여과하면서 자기 입맛에 맞게 체득할 수 있어야 해요. 고집이 강하고, 기본이 아닌 뾰족한 무언가에 꽂혀서 그 외에 것들에 대한 가능성을 배제하는 친구들이 제일 안타까워요. 지금의 ANTIEGG PM들은 제가 생각하는 모범적인 Work ethic을 갖추도록 옆에서 열심히 가이드(잔소리)하고 있습니다.

현재 형운 님의 직무에서 가장 최상위로 목표하고 있는 북극성은 무엇인가요?

참 어려운 질문이네요. 많은 기획자들이 그렇겠지만, 죽기 전에 내가 만든 제품/서비스로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쳐보고 싶지 않을까요? 모든 기획은 문제 정의로부터 시작되잖아요. 그리고 그 문제는 대게 기획자들 삶 주변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제가 가장 불편하고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회의 지점들을 저로 인해 조금 개선해 보고 싶을 뿐이에요.

제가 세상을 살아가며 불편한 것들을 정말 많아요. 특히 마음이 가장 쓰이는 것은 동물권에 대한 문제예요. 저는 지금 이 순간에도 동물들을 위해 한 인간으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에 괴로워요. 지금 제 옆에도 강아지가 하나 있지만, 이 세상 모든 강아지 그리고 가축들이 실시간으로 고통받고 있을 테니까요. 인간도 마찬가지고 어떠한 불균형들로 인해 누구는 행복하고 누구는 불행하다고 느끼거든요. 행복은 주관적이라고 하지만 객관적으로 큰 격차까지 극복해 내지는 못해요. 이런 마음 쓰이는 것들을 조금이라도 바꿔보는 것이 제가 일하는 동안의 북극성이 될 것 같네요.


불안에서 시작된 안전한 원칙

얼마 전 형운 님의 에세이에서 불안이 많은 사람이라고 하신 걸 봤어요. 리더의 역할은 불안이 크면 힘든 책임일 텐데요. 각각의 일들을 선택한 계기가 궁금해요.

일단 불안이 큰 사람이기 때문에 직접 해야만 했던 것 같아요. 누군가를 잘 믿지 못하기 때문에(웃음) 직접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이죠. 저는 일종의 저주이면서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에게 가장 큰 원동력이 되어주는 것이 ‘불안’이라는 감정이거든요. 불안을 잘 컨트롤할 수 있다면 꽤 괜찮은 동기부여가 됩니다.

그렇기에 리더를 선택했다기보단, 리더를 할 수밖에 없는 즉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리더는 팔로워가 있어야 될 수 있는 거잖아요. 저는 그냥 제가 ‘시작을 한 사람’에 가깝다고 평가하고요. 감사하게도 저를 따라준 분들이 있어서 리더가 된 것 같네요. 리더라는 자리가 엄청난 스트레스가 되는 경우가 다반사이지만, 열심을 다해주는 동료들을 보고 있자면 감사함이 큰 책임인 것 같습니다.

결국 형운 님은 자기에 대한 확신이 큰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유년 시절의 성장 배경과 영향이 있을까요?

네 저는 확신이 강한 편입니다. 그래서 문제이기도 해요. 한번 판단한 결과에 대해서 의심하는 습관이 없는 것 같아요. 이 성격의 장단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어린 시절 영향과 성인이 된 이후에 어떤 경험을 했는지가 중요했던 것 같아요. 저에게 가장 중요했던 모멘텀은 아마도 20대 초반 서울살롱이라는 팟캐스트를 하면서입니다. 당시에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어요. 매번 패널들이 바뀌다 보니 이런저런 경험을 하신 분들을 만났죠. 그리고 저와 대부분 5살에서 10살까지 차이가 나는 분들을 접해야 했습니다. 보통 확신은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형성되잖아요. 그래서 더욱 견고한 것도 있고요. 이때가 저에게는 압축 성장을 하며 많은 경험을 한 시기였는데요. 무엇보다 실패하는 유형을 지켜보며 반면교사로 큰 확신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일종의 ‘아, 저것만은 피해야겠다’라는 사고방식인 것 같아요.

몇 가지 사례만 언급하자면, 첫 번째는 나이가 들면서 제때 성장하지 못해 ‘전문성을 갖지 못한’ 케이스였고요. 두 번째는 자신의 존재를 ‘실제보다 더 거대하게 인식한’ 케이스였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무식하고 미련한 도전 정신’인 것 같습니다. 종합했을 때, 결국 정답은 모르지만 위와 같은 ‘오답만 피하자’라는 맥락에서 ‘확실하게 망하는 법’에 대한 확신이 있는 것 같습니다.

형운 님은 제가 아는 사람 중 손꼽게 똑똑한 사람이에요.(웃음) 본업 외에도 디자인, 데이터, 마케팅 정보부터 문화예술에 대한 지식까지 다방면으로 조예가 깊으시잖아요. 좋은 인사이트를 얻는 노하우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솔직히 모든 것을 다 잘 안다고는 말 못 하지만, 그래도 실무자와 직접 협업할 수 있을 정도로는 알고자 공부했어요. 사실 지름길은 없고요. 시간을 투자해서 공부하고 연습하고 가능하다면 실무를 직접 해보면 더 좋고요. 그런 것 같아요. 전 대학보다 인터넷에서 배운 게 더 많은데요. 유일하게 신경 썼고 지금도 가지고 있는 습관은 아티클과 책을 정말 많이 읽어요. 이동하면서는 팟캐스트를 듣고 누워서는 유튜브로 정보를 습득합니다. 일이 재밌어야 하는 것 같긴 해요. 모두에게 강요할 수 없지만 이 과정이 없이는 알기 어려운 영역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이미지 출처: 형운 인스타그램 @hyungwoon.kr

인생을 바꾼 책 중 하나가 ‘원칙’이라고 알고 있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을 형성해 준 책이죠. 저자인 레이달리오가 말하는 ‘원칙’의 핵심 메시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세상을 지배하는 인과관계를 잘 이해하고 활용해야 하며, 이것을 원칙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실패하지 않을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제가 소화한 말로 쉽게 표현하자면, 장마 기간에는 우산을 늘 들고 외출하는 것이 비 맞을 확률을 줄일 수 있다는 것에 가깝습니다. 현상을 개조식으로 바라보고 해석해서 내가 어떤 액션을 취할지 선택하는 것이죠. 책에서는 기업의 생애도 이와 같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기업을 구성하는 조직도 같은 원리로 작동하죠. 이러한 인과관계를 완벽히 이해한 사람은 모든 세상의 이치를 파악하고 본질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저 스스로 아주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너무 평범한 사람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때문에 요행을 바라지 않고 가장 합리적인 방법론을 취해야 했고요. 레이달리오가 브릿지워터를 수십 년간 이끌고 스스로의 인생을 설계해나가는 방법이 저에게 가장 유효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책은 직접 읽어봐야 해요. 벽돌책이긴 한데, 2부만 읽어도 되니 짬내어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일과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는 무엇인가요?

일과 삶 모두 저는 가족을 향해 있습니다. 제 삶은 가족의 행복이 가장 큰 미션이고요. 제 일은 이런 삶의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활용하는 수단이죠. 일을 해서 돈을 벌고 경험을 해서 내 가족을 지키거나 안위를 보장하기 위함이죠. 우리 가족을 대단하게 나은 삶의 질을 만들겠다라기보단, 우리 가족이 불행하지 않고 작고 사소한 것들을 아무 부담 없이 이뤄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싶습니다. 이것은 가족뿐만 아니라 친구, 동료에게도 마찬가지고요.

업무 시간엔 Time Box
배경화면으로 설정
개인 시간에는 우리 강아지 사진
마음 챙기기에 가장 중요한 단어 ‘여유’
수면시엔 달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일과 삶을 어느 정도 분리해야 가능하다고 생각돼요. 두 가지 일을 잘 하려면 휴식 시간을 갖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밸런스를 조절하시나요?

주말 중 하루는 온전히 저와 가족을 위해 쓰는 편입니다. 하루만 몰입해서 일하고요.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요즘 집중하고 있는 것은 Time Boxing인데요. 시간 단위로 하루를 쪼개서 구분하고 해당 시간에는 주어진 단일한 아젠다에 대해서만 고민해요. 일이면 일, ANTIEGG면 ANTIEGG, 개인 시간이면 개인 시간 1:1로 연결 지어 놨습니다.

그리고 또 요즘은 아이폰에 집중모드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어요. 저는 업무, 개인 시간, 마음 챙기기 등 다양한 모드에 따라 배경화면도 바뀌고요. 알림을 허용한 사람, 앱도 정해놨습니다. 꼭 필요한 것들만 효율적으로 챙기려고 습관들을 만들어놨어요.


느슨하지만 단단한 연대가 되기까지

ANTIEGG 스타팅 멤버 형운, 수진, 예진, 재은

ANTIEGG가 탄생한 시점이 형운님의 대학생 시절이라고 알고 있어요. 그 시작점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어느 대학생이 그렇듯 자신의 미래를 완벽히 계획하고 실행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저 또한 정말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되었던 것 같아요. 제가 대학을 다닐 때는 캡스톤 디자인이라는 수업이 있었는데요. 교육부에서 학교에 예산을 배정해 주고 학생들에게 한 학기 수업을 소액의 예산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수업입니다. 저는 ‘디지털 매체 기획’이였는지.. 정확한 수업명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수업에서 프로젝트로 웹진을 만들게 되었고요. 결국 캡스톤 디자인 프로젝트를 통해 당년 전국 대학의 모든 캡스톤 프로젝트 중 1등을 했었어요. 해당 학기가 끝나고 노코드툴로 엉망진창 만든 웹이 아까워서 문화예술 웹 매거진으로 탈바꿈 시킨 것이 지금의 ANTIEGG입니다. 정말 우당탕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대학 시절 만든 작은 프로젝트가 네임드 브랜드의 러브콜이 쏟아지는 선망 받는 브랜드가 되었다니 감회가 새로울 것 같아요.

아직 네임드 브랜드의 러브콜이 쏟아진다고 표현하기엔 많이 부족한 것 같고요. 가볍게 시작한 게 생각보다 잘 돼서 놀란 정도인 것 같군요. 정말 큰 브랜드들과 협업하는 경험도 신기하고요. 감사할 따름이고요. 사실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아요. 이 지난한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했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나요. 정말 많은 시도를 했고 부딪혔던 몸짓만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될 뿐입니다. 지금 가장 큰 설렘은 동료들의 성장을 체감할 때인데요. 예전에는 어미 오리로 제가 나머지 오리를 이끌고 갔다면 이제는 너무 유능한 동료들이 함께하고 있어요. 너무 든든하죠. 인터뷰를 진행해 주시는 혜림 님, 류진 님, 현서 님, 수진 님, 재은 님까지. 이들이 없었다면 지금 이 순간은 없었을 겁니다.

특별히 지나간 동료들도 늘 기억하고 있어요. 예진 님, 윤지 님, 의성 님, 지희 님, 주연 님, 시윤 님, 유림 님 등 생각이 많이 나네요. 모두 각자 잘 지내다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약 3년 만에 어느덧 ANTIEGG가 약 40명의 구성원을 가진 브랜드가 되었네요.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나요?

참 어려운 질문이네요. 솔직히 모르겠어요. ANTIEGG가 정말 인원이 많을 때는 60명이 넘던 시절도 있는데요. 지금까지 제가 만나서 인터뷰하고 거쳐가신 분들이 족히 600명은 넘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을 잘 선택했느냐 묻는다면 자신이 없습니다. 대체로 주어진 동료들이 너무 훌륭하신 분들이라 별 탈 없이 지냈을 뿐, 어떤 뾰족한 선택 기준이 있어서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모았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경험하며 함께 일했을 때 정말 기뻤다 하는 분들을 돌아보면 ‘능동적으로 무언가를 하려는 사람’이 좋았던 것 같아요. ANTIEGG에 지원한다는 것 자체가 수동적인 분들이 1차적으로 걸러지는 필터이기는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 맨땅에 헤딩하며 나아가는 동료들이 저에게 큰 인상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여러분!

운영진, 에디터 모두 본업이 있음에도 ANTIEGG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첫째로는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공동체에서는 3가지 가치를 얻을 수 있어요. 함께 있다는 안전감, 경계 없이 어우러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우연성. 홀로 있을 때보다 훨씬 용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사실 그렇잖아요. 우리들 모두 내향적이라 스스로는 많이 의심해요. 사실 주변 동료들 모두 스스로 의심하는 편인데, 왠지 옆에 동료는 해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요. 그리고 그 안에는 어떤 혐오와 편견도 없고요. 때로는 당황스럽지만 흥미로운 사건들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운영진의 활동 이유일 것 같은데요. 단연 ‘성장’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성장’의 가치를 모르는 분들은 ANTIEGG에서 활동하실 이유가 없어요. 우리는 성장하려고 기를 쓰는 사람들입니다. 혹자는 이게 고통이겠지만 우리는 성장이 살아가는 이유이고 힘이거든요. 정체되는 순간들이 죽도록 싫습니다. 함께 골몰하고 프로젝트를 해낼 때마다, 성장할 때마다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ANTIEGG의 리더로서 어떤 역할에 가장 집중하고 있나요?

아무래도 ‘동료들이 원하는 니즈를 알아차리기’인 것 같아요. 지금 내 동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지금쯤 어떤 단계에 이르러야 하는지 알아내고 대화하고 제안하는 것이죠. 저는 ANTIEGG의 성장도 뿌듯하지만, 그보다 동료의 성장을 볼 때에 가장 큰 성취를 느껴요. 제가 좋은 리더라는 반증이기도 하니깐요. 세상만사가 다 사람으로 이루어진다는데 저에게 가장 큰 자산은 사람입니다. 즉 내 동료들이 성장하는 것에 제 가장 중요한 역할과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형운이 꿈꾸는 5년 뒤, 10년 뒤의 ANTIEGG는 어떤 모습인가요? 그리고 그 안에서 형운은 어떤 모습일까요?

5년이 되기 전 ANTIEGG가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너무 솔직했나요? 모두 좋았던 한때의 추억으로 남기고 다음 스테이지에 나아가길 바랍니다. 저 또한 그렇고요. 하지만 우리는 ANTIEGG가 아닌 다른 형태로 함께하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또 제일 나대면서 열불 내고 있겠죠.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겠지만, 저는 훨씬 평온하고 통제력이 강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지금껏 ANTIEGG를 애정해 주시는 독자님들께 한마디 부탁드려요.

지금까지 지켜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들이 있어 우리가 존재합니다. 함께 문화예술 시장의 확장과 성숙을 이뤄내 봅시다. 우리는 끝까지 갈 겁니다. 당신들도 끝까지 함께해 주세요.


ANTIEGG는 얼마 전 크게 흔들리는 순간을 맞이했습니다. 저를 포함한 구성원들이 업무에 부침을 느껴 일과 삶 모두 챙기지 못하는 것에 고통을 호소한 것이죠. 이때 형운이 내건 파격적인 솔루션이 인상 깊습니다. 몇 개월간 계획했던 수많은 업무를 10주간 모두 멈추고 구성원의 성장을 위한 ‘휴식’과 ‘책 읽기’를 제안한 것인데요. 그 결과 기획자들은 업무에 대한 큰 자신감을, 디자이너들은 충분한 휴식과 영감을 충전하여 지난 시즌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성숙한 조직이 되었습니다. 만일 그가 이때 ‘멈춤’ 대신 ‘나아감’을 제안했더라면 아마 ANTIEGG는 비슷하거나 더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을 테죠.

이처럼 ANTIEGG의 중요한 순간 그의 용기 있는 결정에 앞으로도 구성원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우리가 어떤 조직과 리더보다도 형운을 신뢰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와 같은 순간을 직접 목격하고 함께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와의 대화에는 앞으로 ANTIEGG가 더 성장할 것이라는 데에 의심이 없습니다. 무너지지 않는 성장의 중심축으로 똘똘 뭉친 느슨한 연대의 미래는 계속해서 밝을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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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림

본연의 가치와 속도가 만드는 수많은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다정하게 스며드는 것들을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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