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많은 글을 접합니다. 출근길에 읽는 뉴스부터 SNS 콘텐츠, 짬짬이 읽는 책, 심지어는 편의점에서 고른 커피에도 글은 존재합니다. 그리고 글은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리며, 수많은 경계를 허뭅니다. 편의점 커피에 적힌 카피는 상품과 소비자를, 에세이는 독자와 작가를, 뉴스는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지워냅니다. 이 글을 쓴 이들이 궁금하진 않으신가요?
에디터, 기자, 작가, 카피라이터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쓰는’ 사람들. 그들에게 쓰기는 단순한 직업이 아닙니다. 삶의 여정이자, 세상과 소통하고, 수많은 경계를 허무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어떤 경계를 뛰어넘고 있을까요? 쓰기로 삶을, 그리고 세상을 바꿔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4권의 책을 통해 만나보고자 합니다.
정보와 창작의 경계를 넘나드는,
에디터
‘에디터를 구합니다.’라는 문구를 한 번쯤 보신 기억이 있으실 겁니다. 편집하는 자를 뜻하는 단어인 에디터는 자료를 선별하고 편집해 콘텐츠를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독자들이 관심 있을 주제를 찾아내어 글로, 이미지로, 그리고 영상으로 전달하는 에디터는 편집자이지만 창작자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에디터만의 시선으로 정보를 해석하며, 무에서 유로 창조하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정보를, 때로는 감정을 전달하는 사람들. 지금 에디터들은 어떤 ‘쓰기’를 하고 있을까요?
『잡스(Jobs) 1: 에디터(Editor)』
다양한 직군에서 일하는 사람들과의 대담을 통해 ‘일’의 의미를 되새기는 잡스(Jobs) 시리즈의 첫 번째 책, 『잡스(Jobs) 1: 에디터(Editor)』가 궁금증에 대한 해답이 되어줄 것입니다. 남성 전문 이커머스 미스터포터의 제러미 랭미드부터,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을 통해 작가가 된 정문정까지. 국내외 8인의 에디터들이 인터뷰와 에세이를 통해 에디터의 일에 대해 말합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하는 사람, 그래서 호기심을 잃어서는 안 되는 사람, 백 번을 듣고 한 번을 말하는 사람…. 치열하게 보고 듣고 쓰며 세상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에디터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좋은 것을 골라내는 사람”이라는 책의 표현에 공감하게 됩니다.
『잡스(Jobs) 1: 에디터(Editor)』구매페이지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지우는,
기자
크고 작은 사건들이 매일, 그리고 매순간 일어납니다. 기자는 이러한 사건들의 진실을 기록해, 세상의 단면을 기억하는 사람들입니다. 목격하고 기록하는 이지만, 기자는 단순한 목격자가 아닙니다. 그냥 잊힐 수도 있는 사건이나 순간을 영원히 기록하는 스토리텔러입니다. 그 과정에서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의 경계는 물론, 정치, 사회, 문화 등 우리 삶을 이루는 다양한 영역의 경계까지 가뿐하게 뛰어넘습니다.
『쓰는 직업』
‘평생직장’이라는 단어가 사라진 지금, 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한 이를 만나면 존경심마저 듭니다. 그 사람이 쓰는 것을 반복해 온 ‘쓰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쓰는 직업』은 사회부 수습기자로 시작해, 신문사 최초 여성 출판 팀장이 된 신문기자 곽아람이 20년 동안 보고 듣고 느꼈던 세상을 기록한 에세이입니다.
곽아람 기자는 신입 시절, 소도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화재 사망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8명의 운동 부원이 숨지고 유족들이 오열하는 참사의 현장에서 한 남자가 신입 기자 곽아람을 시체 안치실로 데리고 갑니다. 남자는 불에 그을린 소년의 시체를 보여주며 “기자 하려면 이런 것도 봐야지.”라는 말로 죽음을 모독하고, 기자를 조롱합니다. 곽아람 기자는 그날 본 소년의 얼굴을 기자 생활 내내 잊지 못했다고 고백하며,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의라면 그것이 ‘쓰는 직업’인 ‘기자’의 의무라 되새깁니다.
선배의 장례를 치른 날에도 다음날 발간될 신문을 위해 회의를 진행하고, 마음을 나누던 인터뷰 이의 사망 소식을 직접 기사로 적는 ‘쓰는 직업’의 삶. 우리가 몰랐던 기자의 삶과 쓰는 것을 사랑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쓰는 직업』을 통해 만나보세요.
방문이란 경계를 넘어 세상 밖으로,
작가
어린 시절 꿈을 기억하시나요? 잊고 지냈던, 혹은 포기했던 꿈을 이룰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디지털 플랫폼의 탄생과 독립 출판 시장의 발전이 많은 이들이 잊고 지내던 꿈을 다시 꺼내주었습니다. 그 꿈은 바로 작가입니다.
2021년 대한출판문화협회 납본 기준에 따르면 국내에서 출간된 신간이 5년 만에 무려 45%나 증가했습니다. 출판 시장의 성장은 작가를 꿈꾸는 이들의 얼마나 많은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만큼 작가가 되는 관문도 넓어졌습니다. 오늘도 방 안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쓰고 있는 이들에게 길라잡이가 되어줄 『일상생활자의 작가 되는 법』을 소개합니다.
『일상생활자의 작가 되는 법』
『일상생활자의 작가 되는 법』에는 10명의 작가가 등장해, 글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에세이스트, 시인, 웹소설 작가, 여행 작가… 쓰는 글도 불리는 이름도 다르지만 1인 미디어로, 스스로 작가로 발돋움 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에세이스트 고수리 작가 또한 글쓰기 플랫폼을 브런치에서 대상을 받으며 작가가 되었습니다. 고수리 작가는 에세이는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지만, 소소한 것은 시시한 것인 아니라 말합니다. 매일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이 값진 것이란 작가의 고백은 일상생활자에서 작가가 되기를 꿈꾸는 이들에게 귀감이 되어줄 것입니다.
책은 세 가지 기준으로 작가를 정의합니다. 첫째, 글을 쓰며 생활하는 사람. 둘째, 글쓰기에 욕망을 가진 사람. 셋째, 계속해서 글을 쓰는 사람. 이 기준에 따르면,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작가들은 무수히 많겠죠. 지금 이 순간도 방 안에서 세상으로 나오기를 기다리는 ‘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계속되기를 기대합니다.
사소한 것들의 사랑스러움을 꺼내는,
카피라이터
‘카피’는 제품을 홍보하는 목적을 가지고 탄생한 글입니다. 카피라이터는 그 글을 적는 이들을 부르는 말입니다. 한 문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다양한 제품과 브랜드의 목소리를 만드는 사람. 하루에도 수십에서 수백 개의 문장을 적는 카피라이터들의 ‘쓰기’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카피라이터의 일』
『카피라이터의 일』은 11년 차 카피라이터의 직업 에세이입니다. 책의 주인공이자 작가인 오하림 카피라이터는 광고 회사에서 패션 플랫폼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카피라이터’로 활동하며 느낀 점을 가감없이 털어놓습니다. 오하림 카피라이터는 “사랑을 사랑이 아닌 단어로 말해달라는 가사처럼, 브랜드와 제품을 좋아해달라는 말을 사랑해 달라는 뻔한 말이 아닌 단어로 이야기하는 역할이다”라고 카피라이터를 정의합니다. 단순히 좋은 단어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이 제품의 ‘사랑스러움’을 끊임없이 찾아내는 일. 쓰는 것만큼이나 지우는 것을 많이 하는 일. 그렇게 완성한 ‘카피라이터의 일’. 책을 덮고 나면 주위에 펼쳐진 수많은 카피가 전혀 다르게 보일 것입니다.
가,나,다를 배우던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누군가는 글을 배우는 것을 세상의 해상도를 높이는 일이라 표현합니다. 글을 배우면 간판을 읽는 작고 사소한 일부터, 타인의 생각과 마음을 이해하는 것까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글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세상에 켜켜이 쌓인 경계를 무너트려갑니다. 그렇게 우리의 세상은 조금씩 넓어집니다.
한 해 동안 수만 개의 단어를 읽었습니다. 올해 나의 세상은 얼마나 확장되었는가 가늠해봅니다. 내년 이맘때는 더 넓은 세계를 갖게 되겠지요. 계속해서 쓰는 사람들 덕분에 말입니다. 지금 이 순간도 기꺼이 쓰기를 반복하는 이들에게 찬사를 보내고픈 이유입니다.
- 부산일보, 작가의 꿈을 써 내려가는 그대에게(2021.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