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여러분은 얼마나 많은 브랜드를 만났나요? 연말은 올해와 다음 해의 경계와도 같은 시간이죠. 지난 일 년을 돌아보기 가장 좋은 때이기도 합니다. 이 경계를 넘어 2025년을 맞이하기 전, 안티에그의 브랜드 에디터인 저는 이 자리를 빌려 ‘회고’하기로 정했습니다. 주제는 다름 아닌 브랜드, 구체적으론 ‘올해 내 일상에 가장 밀접했으며, 영감을 준 브랜드들’입니다. 사전에 경고 아닌 경고를 드리자면, 이 글은 안티에그에서 제가 쓴 글 중 가장 사적인 기록입니다. 트렌드와 숫자를 뒤로 하고 단순한 진심을 담아 리스트를 선정했거든요. 작성자로서 바라는 건 두 가지뿐입니다. 첫째는 여러분이 제가 좋아하는 브랜드를 알아봐 주길, 그리고 둘째는 여러분도 이 글을 다 읽고선 각자의 회고를 시작하길!
올해의 멋
: 자세 빈티지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겠습니다. 브랜드를 추천할 거라 말해놓고는 갑자기 여러 브랜드를 모아 파는, 그것도 세컨핸즈 숍을 선정하다니요. 하지만 빈티지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내년엔 더 많은 빈티지가 사랑받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선택을 유지하겠습니다. 언제부턴가 백화점이나 아울렛에 가득한 새 옷을 보면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습니다. ‘저 옷들이 과연 모두 팔릴까, 팔리지 않으면 어디로 갈까’하는 의구심은 ‘굳이 새 옷을 소비해야 할까’로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취향에 맞는 빈티지 숍을 찾다 자세를 알게 됐죠. 이곳 덕분에 저는 굳이 새 포터 가방을 사지 않아도 되었고, 단종된 제품을 발견하는 재미에 눈을 떴습니다. 꾸민 듯 안 꾸민 듯 센스 넘치는 사진은 코디에 참고하기도 좋고요. 새 주인을 기다리는 빈티지 제품의 고운 자태에 매번 눈이 즐겁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좋은 물건의 가치는 오래 남으니까요. 내년엔 ‘새것 사기’ 대신 ‘새 주인 되기’ 어떠세요?
WEBSITE : 자세 빈티지
INSTAGRAM : @jase_vintage
올해의 카페
: mtl
솔직히 고백하자면 올해 가장 많이 간 카페는 스타벅스입니다만, 올해의 카페는 mtl이 맞습니다. 올해 저를 여러 차례 감탄하게 만든 곳이거든요. 작년 mtl 한남을 처음 방문한 저는 굿즈 디자인에 반해 텀블러를 구매하기도 했는데요. 카페 한편을 편집숍처럼 꾸려 다양한 제품들을 판매하는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올해는 우연한 계기로 mtl 효창과 동탄, 인스타그램 계정까지 온오프라인 거점을 모두 방문하면서 이곳이 카페 이상의 커뮤니티이자 만남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단 것에 다시 놀라고 맙니다. 효창 지점에선 ‘리딩 나잇’을, 한남 지점에선 디제이 초청(오픈덱)과 러닝 세션을 각각 열며 색깔에 맞는 기획을 선보이고요. 세계적인 러닝 브랜드 ‘옵티미스틱 러너스’와 소셜런을 개최하며 큰 호응을 이끌어냅니다. 이렇게나 내년이 기대되는 카페가 얼마나 더 있을까요. 저는 벌써 감탄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WEBSITE : mtl
INSTAGRAM : @mtl_shopncafe
올해의 크리에이터
: 하말넘많
하말넘많을 처음 들으신다면, 혹시 ‘안녕하시소’는 어떨까요? 하말넘많은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의 줄임말로, 다채로운 이야깃거리를 이들만의 색으로 풀어내는 유튜브 크리에이터입니다. 올 상반기엔 대구 경북 사투리 강좌 영상으로 영화와 드라마 속 잘못된 사투리(일명 ‘미디어 사투리’)를 혼쭐내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는데요. 이때 팀원 강민지님의 인트로 멘트 ‘안녕하시소’가 덩달아 화제가 되었습니다. 지방과 함께 ‘소멸 위기’에 처했다고 평가받는 사투리를 이토록 신선하게 재조명하다니 콘텐츠 기획력이 대단하죠. 하반기에도 여러 주제를 유쾌하게 풀어나갔는데요. 특히 HSP와 EMPATH로 대표되는 ‘민감자’의 개념을 알기 쉽게 설명하며, 예민한 사람으로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유의미한 화두를 던지기도 했어요. 유튜브 속 수많은 주입식 도파민의 향연 가운데, 하말넘많은 아직 수면 아래 있지만 꼭 필요한 주제를 용기 있게 건져 올립니다. 남들 다 하는 화젯거리에 편승하는 대신 새로운 화제를 창조하는 이들, 단연 돋보일 수밖에 없겠죠? 스스로 길을 개척해 가는 하말넘많의 내일에 아낌없는 박수와 응원을 보냅니다
YOUTUBE : 하말넘많
INSTAGRAM : @heavytalker_weekly
올해의 커뮤니티
: 레이지버드커피클럽(LBCC)
여러분은 올 한 해 낯선 이들을 얼마나 많이 만났나요? 현재의 관계에 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모르는 이들 속에 나를 던져 넣는 것도 필요합니다. 왜 그렇게 얘기하냐면, 제가 올해 느꼈거든요. 레이지버드커피클럽, LBCC는 주니어와 시니어 그 사이 어딘가에 있을 ‘중니어’들을 위한 커뮤니티입니다. 참여 방법은 간단해요. 매주 새로운 호스트가 주관하는 모임이 열리는데요. 주제에 마음이 동한다면 신청하시면 됩니다. 모임은 보통 10여 명의 사람들이 호스트의 리드에 따라 이야기를 나누는 식으로 진행돼요. 즉 강연식보다는 대화형에 가깝습니다. 이런 방식 덕분에 LBCC의 분위기는 타 커뮤니티보다 한결 부드럽게 느껴져요.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서 말을 주고받기 때문에 ‘내가 틀린 말을 하면 어쩌지’하고 걱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올해 저는 이곳에서 와인바 사장님과 출판사 대표님, 인스타그램 크리에이터, 스타트업 파운더와 베스트셀러 저자 등 무수한 호스트분들을 만나 영감을 얻었고요. UX라이터와 공간 기획자, AI 개발자 등 어쩌면 평생 마주치지도 못했을 다른 직종의 분들과 연결되었습니다. 혹시라도 커뮤니티가 대수냐, 싶으시다면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답을 드리고 싶네요. 낯선 이들과 하나의 주제로 연결되며, 고민하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고, 머릿속 어두웠던 지식 곳간 한구석이 밝아지는 기분. 한 번쯤은 수줍음과 귀찮음을 이기고 참여해 보세요. 분명 많은 것이 달라질 겁니다.
INSTAGRAM : @lazybirdcoffeeclub
이 아티클을 작성하기 위해 저는 반강제적으로 올 한 해를 되돌아봐야 했습니다. 올해 저는 생각보다 물욕보단 ‘사람과 이야기’에 대한 욕심으로 가득 찬 삶을 살았더군요. 지금 꼽은 브랜드 중 절반이 ‘무형’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를 통해 올해 제가 중점으로 둔 가치가 ‘콘텐츠’였다는 사실도 새삼 깨닫습니다. 이제 왜 서문에서 회고를 권했는지 아시겠죠. 올해의 브랜드 회고는 한 해의 소비를 돌아보게 합니다. 이 안에선 내가 한 해 동안 무엇에 가치를 두고 행동했는지 선명히 드러납니다. 내가 중요시한 가치를 알고 나면, 2025년을 앞두고 행동 방향성을 미리 정할 수 있습니다. 오래 걸리지 않으니 가만히 되돌아보세요. 지금 여러분 머리에 떠오르는, 또는 마음속에 새겨진 올해의 브랜드는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