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도서전은
누구를 위한 축제인가

출판계 현업자 3인의 시선으로 본
서울국제도서전 속 책의 미래
Edited by

일 년에 한 번, 해마다 서울에선 국제 도서전이 열린다. 1954년 첫 개최 이후로 지금까지 계속해서 이어져 오고 있는 출판계 최대 행사였지만, 근래 2년여간 코로나로 인해 그 규모가 축소되어왔다. 그러나 2022년 6월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와 여러 제약들이 거의 사라진 지금, 오래간만의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렸다. 6월 1일부터 5일까지 닷새간 진행된 서울국제도서전을 직접 돌아보며 출판계 현업자들과 함께 이번 도서전의 의미를, 그리고 다가올 내일을 짚어보고자 했다.

중소 규모의 출판사 대표 A

월간 프즈즈 발행인 & 종합출판사 경영/경제서 편집자 B

ANTIEGG 에디터 의성


2022 서울국제도서전 현장을 돌아보다

1)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 대한 감상이나 소회

에디터 의성 해마다 서울국제도서전을 방문하다 보니 저는 그 차이가 조금은 명확하게 보였던 점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이번 도서전의 경우 인원 및 거리 제한 없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코로나로 인해 그 규모가 많이 축소되었던 근래의 도서전보다 코로나 이전에 진행됐던 도서전과 비교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도서전을 찾아주신 독자 분들의 숫자와 규모는 적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반면 참여한 출판사들의 숫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출판사 대표 A 말씀하신대로 확실히 예전과 비교하면 참여한 출판사들의 숫자도 그렇고, 공간 규모 전체가 상당 부분 축소된 것 같았습니다. 코로나 이전엔 2개 홀을 사용했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1개 홀만 사용한 것 같았거든요. 중소형 출판사들도 마찬가지지만, 아무래도 도서 시장에서 규모와 상징성이 있는 종합출판사들의 참여가 예전과 달리 미진했던 부분이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이었고요. 다만 줄을 꽤나 길게 서야 들어올 수 있었던 만큼 책을 사랑하시는 독자분들의 세(勢)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오늘 하루 종일 독자 분들과 대면하느라 정신없으셨던 것 같은데(웃음), 편집자 B 님은 이번 도서전을 어떻게 회고하시나요?

편집자 B 늘 그렇지만 독자의 입장보다 출판사 직원의 입장으로 매 년 도서전에 오다 보니 정작 도서전 자체를 즐기긴 힘든 것 같습니다.(웃음) 다만 코로나를 비롯해서 오프라인 도서 시장이 상당히 침체되어 있다고 하는데 이번 도서전을 통해 많은 독자 분들과 현장에서 대면할 수 있어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오늘이 마지막 날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줄을 서야 입장이 가능하다는 점이 저에겐 반갑고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아쉬운 부분도 분명 있지만, 출판사 입장에서는 책을 사랑하시는 독자 분들과의 직접적인 교류가 가능한 몇 안 되는 오프라인 채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큰 행사라고 생각합니다.

'경계를 넘어 공명하는 문학의 시대' 연사를 진행중인 모습

2) 이번 도서전에서 주목했던 부분

에디터 의성 제가 개인적으로 주목했던 건 민음사 스튜디오나 문학동네북클럽 등의, 독자들과의 쌍방향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출판 브랜드의 파급과 그 효과였습니다. 출판사 직원들의 정체성이 독자들에게 전달되고 그 무드가 팬덤으로 이어지게 되는 그 연결고리를 이번 도서전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이 지점이 이번 도서전의 가장 큰 수확이자 기존 도서전과의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민음사 부스에서 독자분들께서 직원 분들께 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거든요. 단순히 직원을 넘어 각자 맡고 있는 마케터, 편집자라는 정체성이 독자 분들에게 잘 전달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고, 이것이 독자들로 하여금 해당 출판사의 부스를 찾게 만드는 요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민음사의 경우 부스에 투자한 규모도 그렇지만 이런 요소들로 인해 사람들이 가장 붐볐던 것 같습니다. 출판사 아작의 경우에도 편집자이자 작가인 설재인 작가님을 직접 보러 사람들이 몰렸던 것 같고요.

출판사 대표 A 동의합니다. 기존에는 작가님의 존재가 사실 가장 중요한 홍보 요소였죠. 이에 반해 콘텐츠를 편집하거나 마케팅하는 역할은 주변인으로 조명되지도 못했고 그 필요도 느끼지 못했는데, 이제는 책을 만드는 데 관여하는 모두가 주인공으로 조명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부분을 마케팅에 반영했다는 점에서 민음사의 약진을 이번 도서전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에디터 의성 작가와 더불어 책을 만드는 사람과의 직접적인 소통이야말로 언리미트에디션, 퍼블리셔스테이블 등을 비롯한 독립 출판 페어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응원하는 콘텐츠 제작자를 직접 대면할 수 있다는 기대와 그 감동이야말로 오프라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커다란 장점일 테니까요. 기존 온라인에선 제공하기 어려운 가치이기도 하죠.

민음사 스튜디오 부스

편집자 B 편집자와 마케터가 각자의 정체성을 걸고 독자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것 역시 책을 알리는 방법이 될 수 있지만 그것 역시 출판사 입장에서 고육지책으로 짜낸 마케팅의 일환이라는 생각도 한 편으론 들었습니다. 그 일환으로, 실무진들 입장에서는 이중의 과업이 될 수 있다는 거죠. 민음사를 비롯한 경우 출판사의 지향점과 편집자, 마케터의 니즈가 맞아서 이런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겠지만, 다른 출판사의 경우 기존 인력들에게 이런 역할을 기대하기도 힘들뿐더러 그럴 수 있는 역량 또한 기존 담당자에게는 추가적인 부담이 될 수도 있거든요.

에디터 의성 말씀하신 대로 실무자의 입장에선 새로운 시도 자체에 부담이 될 수도 있겠네요. 소위 ‘인싸’ 기질이 필요한 역할과 일이잖아요.(웃음) 다만 앞으로의 출판 시장에서 편집자와 마케터의 구분이 점차 모호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저 개인적으로는 각 실무자들에게 궁극적으로 필요한 관점과 역할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추가적인 역량에 상응하는 보상 또한 전제되어야 하겠고요.

출판사 대표 A 사실 출판사 입장에서 내부 인력을 가지고 할 수 있는 마케팅이란 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죠. 중소형 출판사일수록 그 한계는 더욱 명확하기도 하고요. 이런 오프라인 도서전도 사실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여력도 없는 경우가 다반사인 데다가 그런 시도에 예상되는 인적, 물적 자원이 수반할 때 보수적일 수밖에 없잖아요. 내부 직원 분들에게 요청은 하지만 아무래도 대형 출판사의 환경과는 다르다 보니 사실상 기존의 방식을 유지하는 정도가 최선일 때가 많습니다.


이상적인 도서전의 모습을 찾다

1) 이번 도서전에서 아쉬웠던 부분

편집자 B 이번 도서전에서의 아쉬움도 그렇지만 사실 매년 도서전에서 느꼈던 아쉬움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 도서전의 목적에 대해서 본질적인 질문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크게 보면 출판사의 브랜드 가치를 알리는 측면과 책을 판매할 수 있는 장으로써의 측면, 결국 도서전을 통해 출판사들은 이 두 가지 목적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채널로만 한정하는 것 같거든요.

출판사 대표 A 도서전을 통해 출판사의 브랜드 가치를 알려야 하고 그것이 책 판매를 넘어 사실상 더 중요한 목적이 되어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사실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또한 도서전 참여를 마치 관행처럼 해 왔던 면이 크다 보니 단지 신간 판매 채널로 한정해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도서전 현장을 기획하고 참여하는 실무자와 실제 의사 결정권자 사이에 존재하는 큰 간극 또한 경직된 출판 업계에서 새로운 시도를 저해하는 요소이기도 하겠고요.

편집자 B 저는 결국 출판사들이 도서전을 나오게 된 이유가, 혹은 나와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명확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봅니다. 국제도서전이라고 하면 새로운 출판 IP나 저작권 거래가 이루어지는 장이여야 하는데, 아직 정확한 통계나 자료는 없지만 대략 1/3 정도의 공간이 할애된 해외 부스의 경우 상대적으로 사람들도 한산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국내외 저작권 거래의 주요한 장이었다는 생각이 들진 않거든요.

에디터 의성 심지어 올 서울 국제 도서전의 주빈국이 어느 국가인지, 그 정보를 아는 사람이 그리 많을 것 같진 않습니다. 참고로, 이번 주빈국가는 콜롬비아였습니다만 저도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알았던 사실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국제도서전을 지향한다고 했을 때 ‘국제’와 ‘도서전’ 사이의 간극이야말로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상 우리의 도서전은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오프라인 판매 행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거든요.

책이 진열되어 있는 부스, B23 China Books

출판사 대표 A 물론 과거 도서전의 경우를 보면 참신하고 유의미한 시도도 분명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코로나 이전에 열렸던 도서전의 경우 성심당과 같은 브랜드를 유입시킴으로써 색다른 협업을 만들어냈다거나, 독립출판사들을 새롭게 가세시킴으로써 새로운 출판문화를 일반 대중들에게 소개하기도 했었거든요. 다만 이번 도서전의 경우에도 물론 독립출판사들을 연계했지만 여러모로 새로운 시도는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국제도서전’의 ‘국제’ 역시 이곳을 찾은 모두에게 별다른 의미를 주지 못했고요. 결국 독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동력이 없이 기존 문법만 답습한다면 도서전은 점차 그 자생력을 잃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편집자 B 한편으로는 출판사 위주의 도서전에 한계가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출판사 중심의 퍼블리싱이 대부분이었던 과거와 달리 대중에게 영향력을 직접적으로 발휘하는 개인들, 즉 인플루언서 저자들이 직접 출판을 통해 독자들과 접점을 도모하고 있기 때문에 출판사의 브랜드 파워가 계속 축소되고 있다고 느낍니다. 대형 출판사 몇 곳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중소형 출판사들의 경우 이 흐름에서 반등할 수 있는 포인트를 만들 수 있는 여력이 거의 없다고도 할 수 있고요. 결국 사람들은 저자에 관심을 기울이는 시대인데, 도서전은 저자 중심의 행사가 아니라 출판사 중심의 행사라는 점에서 독자들과의 간극이 발생할 수밖에 없거든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지점이 사실 가장 아쉬운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에디터 의성 말씀하신 대로 대형 출판사 몇 곳을 제외하고 결국 출판사들이 각자 고유의 브랜드력을 이미 잃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 도서정가제를 비판하는 시각도 있지만, 저는 할인을 대신할 가치를 만들고 그것을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면에서 출판계가 소홀해왔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는 앞으로 출판계에서 채워나가야 할 부분이자, 계속해서 감소세에 있는 독서 인구의 반등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고요.

2) 각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도서전이란

출판사 대표 A 2017년도에 제가 방문했던 프랑크프루트 도서전의 경우 규모를 보면 총 12홀가량을 사용했었거든요. 그 어마어마한 규모를 채울 수 있는 건 도서전 자체가 비단 출판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세계 각국의 출판사를 비롯해서 방송사와 다양한 산업계에서 참여하기도 하는, 그야말로 축제와도 같은 행사였다는 점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이미 해외에선 도서를 다양한 출판 형태 중 하나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고요. 반면 우리는 여전히 그리고 지나치게 종이책이라는 물성에 천착되어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에디터 의성 책의 정의를 다시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누적해서 쌓아온 도서전의 역사만큼이나 그 위상 또한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겠지만, 프랑크프루트 국제 도서전처럼 다양한 국가에서의 활발한 참여가 전제되어야 그야말로 국제도서전다운 위상과 축제 분위기가 물씬 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그렇기 때문에 그 안에서의 네트워크를 통해 저작권 교섭이 이루어지게 되는 선순환이 만들어졌던 게 아닌가 싶고요. 반면 우리의 국제도서전의 경우 내국민, 그러니까 일반 독자들만을 위한 행사라는 한계가 명확한 편인 것 같습니다. 출판사 입장에서도 저작권 판매가 이루어지는 장으로 활용이 되는 것도 아니고요.

편집자 B 저는 결국 도서전이라고 하면 온라인에서 사람들이 느낄 수 없는 만족감과 경험, 그리고 재미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출판사들은 이미 온라인을 통해 독자들과 직접적인 관계를 시도하고 맺고 있는데, 도서전의 경우 대부분 그것을 오프라인 현장에 그대로 복제하는 데 그치고 있잖아요. 도서전에서만 누릴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의 부재가, 반대로 보면 그것을 출판사들은 제공해야 하는 요소라고 봅니다. 지금의 경우에도 도서전에서 출판사들이 시도하는 것이라고는 단가 150원짜리의 클리어 파일이나 엽서, 스티커를 증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잖아요. 반면 책을 구매하는 입장에서는 온라인 서점에서 포인트 적립을 한다거나, 다양한 굿즈와 함께 책을 구매하는 경험이 더 동기부여 면에서도 효과가 클 수밖에 없죠.

에디터 의성 결국 서울국제도서전은 누구의 만족을 위한 행사인가, 라는 측면에서 보면 타깃 고객 층 자체가 굉장히 광범위하고 뭉툭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누구에게도 만족을 주지 못한다고 보거든요. 물론 전통적으로 책을 사랑해왔던 애서가 분들께서 현장을 찾긴 하지만 그들도 분명 만족할 만한 행사는 아니거든요. 직접적인 비교는 무리가 있겠지만 저는 도리어 서울코믹콘과 같은 행사나 게임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행사들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단순한 판매의 장을 넘어 그들은 각자 분야의 덕후들과 함께 즐기는 축제를 기획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거든요.

편집자 B 그래서 전 전체 규모는 줄어들지 몰라도 분야 별 도서전과 같이 조금 더 뾰족한 기획의 도서전이 필요하다고 봐요. 그래야 비로소 각 분야별 독자들만을 위한 축제같은 오프라인 무대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독립출판 역시 분야별 도서전의 일환인 셈이잖아요. 분야별 독자의 컬러가 상이하기 때문에 그 색깔로 각각의 도서전을 채운다면 그 안에서 전하는 메시지가 또렷해질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과거 그들만의 문화로 한정되었던 독립출판페어가 이제 그들만의 문화라고 부르기가 어려울 정도로 그 규모가 커진만큼, 이는 분명 기존 도서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에디터 의성 말씀하신 바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만, 그걸 위해서는 그 분야를 대표하는 출판사들의 희생과 연대를 위한 행동이 필요한데, 이 부분은 참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요원하겠네요. 다만, 출판계를 비롯해서 다양한 기관들에서 도서전의 흥행을 위한 다양한 의견들을 나누었으면 합니다. 결국 누구를 위한 도서전을 개최하느냐가 모든 문제의 출발점이 아닐까요.


서울국제도서전의 막이 내린 직후, 약 2시간가량 이어진 출판계 현업자들과의 대화 속에서 도서전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짚어봤다. 정답은 없지만 각자의 해답을 가지고 함께 논의를 이어나가며 점차 담론을 형성해 나간다면 지금보다는 조금 더 유의미한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서울국제도서전 속 책의 희비를, 그리고 책 만드는 이들의 희로애락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독서인구가 해마다 급감하는 요즘 시대에, 해마다 개최되는 서울 국제 도서전은 책을 사랑하는 이들에겐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축제의 장이자 나와 비슷한 이들을 확인하고 대면할 수 있는 자리다. 기존에 공고히 자리를 차지했던 콘텐츠의 중심에서 내려와 영상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들에 그 자리를 내어주고 있지만 그럼에도 수 천년을 거쳐 살아남은 종이책의 힘을 찾는 사람들을 우린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우리나라 도서시장의 희망찬 내일을 쉽사리 예단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영상 콘텐츠를 비롯해서 사람들의 눈을 현혹하는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들이 더욱 거세게 쏟아져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해마다 도서전이 개최될 때마다 현장으로 나가는 이유, 더 나아가 책을 만드는 일을 지속하는 이유에 대해 편집자 B는 이런 답변으로 대화를 마무리했다.

“그럼에도 도서전을 해야만 하는 이유, 혹은 도서전에 나가야만 하는 이유를 저 스스로에게 자문해 본다면, 이 세계가 여전히 건재하고 나의 책 만드는 노동이 쓸모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함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동안 상상 속에만 존재하던 독자라는 존재가 책 사이를 걸어 다니고, 또 책을 집어 들거나 그것들을 훑어보면서, 급기야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고 그 무거운 짐덩이를 가방에 쑤셔 넣고 또 다른 부스를 향해 바삐 걸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이 세계의 일원이라는 것을 감각할 수 있습니다. 그 감각은 제 몸 어딘가에 잠시 저장되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 책을 만드는 데 작은 연료로 쓰입니다. 이것이 제가 굳이 도서전 현장 근무를 지원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_편집자 B

도서전에 참여한 실무자들 대부분의 마음이 사실 그와 같았을 것이다. 책 한 권을 만드는 데 참여하는 편집자와 마케터, 디자이너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독자에게 가닿기를 바라며 그 축적된 힘이 내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드러나길 응원한다.


이의성

이의성

책을 읽고 곱씹으며 생각을 정리합니다. 그리곤 글을 씁니다.
다양한 이야기를 담으려고 합니다. 재미를 발굴하겠습니다.

에디터의 아티클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