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8일 유네스코(UNESCO)는 세계유산 숲 55곳 중 10곳이 인간으로 인해 탄소를 배출하는 숲으로 변모했다고 알렸습니다. 한 때 ‘지구의 허파’라 불리며 어마어마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하던 숲들이 되려 지구온난화를 앞당기는 탄소 배출원이 된 것이죠.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당연하게도 인간이 있습니다. 작물 재배 및 축산업을 위한 개간 행위와 불법 벌복, 이상 기후로 인한 자연재해 등 인간이 불러온 재앙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지요. 그러나 숲과 동떨어진, 번화한 도시에 사는 우리는 이토록 무감각합니다. 반면 지구 반대편에는 재앙을 또렷이 직시하는 이들도 존재합니다. 부서지는 지구를 가감 없이 담아낸 포토그래퍼 3인의 작품을 만나 보세요.
행동해야 하는 이유 “Fading Flamingos”
독일 출신 포토그래퍼 막시밀리안 만(Maximilian Mann)은 사회 현상과 생태적 이슈를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담아냅니다. ‘세계 언론 사진상(World Press Photo Award)’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을 정도로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적극 활용해 사회적 맥락에서 조명돼야 할 이슈를 전하고 있지요. 막스의 작업 중 가장 유명한 프로젝트인 “Fading Flamingos”는 이란 북서부에 위치한 우르미아 호수에서 발생한 대규모 환경 재해와 남겨진 이들을 조명하는 작품입니다. 퍼석 마른 땅과 그 위로 부옇게 떠오른 먼지들. 한때 풍부했던 수자원은 기후 변화와 농업으로 인한 과량의 물 소비로 메마르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사막처럼 변하고 말았습니다.
막스는 한 인터뷰에서 ‘기후 위기는 우리 세대의 가장 중요한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중략) 모든 사람은 자신의 전문성 내에서 가능한 많은 일을 해야 한다. 사진작가인 내가 사진을 찍는 것처럼’이라며 자신의 프로젝트를 계기로 더 많은 사람이 행동하길 바란다고 말합니다. 디스토피아 영화에서나 볼 법한 황량한 땅과 쇠퇴한 도시를 담은 사진 앞에서 우리는 촬영자의 시선처럼 황망함을 느끼고, 뒤이어 단순히 먼 이국의 땅에서만 발생하는 일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벼랑 끝 인류 “The last human”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포토그래퍼 마이클 웰런(Michael Whelan)은 약 15년간 지구 환경과 인간의 관계를 사진이라는 형태로 전하고 있습니다. 스코틀랜드의 아름다운 풍경과 탁 트인 들녘에 둘러싸여 자랐기에 자연 속 인간의 위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죠. 웰런의 시각이 잘 녹아 있는 프로젝트는 2020년에 발표한 “The last human”으로, 기술의 발전이 휩쓸고 간 자리와 그 안의 개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사진에서는 특유의 고요함이 관찰되는데, 이는 시적인 표현을 즐기는 웰런의 작업 방식이 깃들어 있는 부분입니다. 미묘한 여백을 간직한 사진은 관찰자에게 또 다른 생각의 기회를 제공하지요.
희미한 지평선, 온기를 찾아볼 수 없는 회색 도시, 아득한 바다와 인간의 교차. 웰런의 작품이 어딘가 울적하고 비관적이라 느껴지는 것은 작가가 의도한 바 입니다. 자연 앞에서 인간은 자그마한 존재라고 하지만, 동시에 자연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은 대수롭지 않게 여길 때가 많으니까요. 웰런의 작품은 말합니다. 우리 종이 혁신을 거듭하고, 자연과의 공생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벼랑 끝 인류 ‘최후의 인간’이 될지도 모른다고.
INSTAGRAM : @michaelwhelanstudio
플라스틱 지구 “Plastic Age”
벨로루시 출신 포토그래퍼 알렉세이 슐릭(Alexey Shlyk)은 재기발랄한 아트웍으로 주목받고 있는 작가입니다. 어린 시절 벨로루시에서 경험한 문화를 작품에 적절히 녹여내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지요. 슐릭의 대표적인 작품인 “The Appleseed Necklace”는 벨로루시 사람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낚아채 쓸모를 창조하던 것에서 착안한 프로젝트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자원을 적극적으로 재활용하는 인물과 다양한 모습으로 개조된 피사체를 담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연장선으로 뻗어 나온 것이 바로 “Plastic Age”. 필수 불가결한 ‘지속가능성’이라는 미션 하에 플라스틱과 함께 살아가는 인류를 그립니다.
끊임없이 착취당하는 지구의 천연자원,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오염 등. 비극의 연쇄를 인식한 슐릭은 플라스틱에 주목합니다. 플라스틱이 지구 표면을 급속도로 파괴하고 있음을 바로 보고, 플라스틱의 존재감 자체를 작품에 대입합니다. 해당 프로젝트는 플라스틱과 인간의 공생을 이야기하며, 작품에 대한 공식 설명에 나와 있는 것처럼 ‘인간의 생존에 도움이 될 수도,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는’ 무용한 솔루션을 선보입니다.
막스는 환경 문제를 사진으로 기록하는 이유에 대해 ‘인간은 시각에 의존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사진은 문제를 인식하는 첫 번째 단계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비극을 담고 있음에도 여전히 아름다운 사진이라면 관찰자의 시선을 오래 잡아 둘 수 있고, 나아가 작가가 의도한 문제 인식 단계로 이끌 수 있을 것입니다. 가상의 영상이 아닌 지금 이 순간까지도 이어지고 있을 분명한 문제를요. 문제를 인식하고, 현재에 안주하고자 했던 해묵은 낙관을 버렸을 때 비로소 변화를 마주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